-읽는 라디오
오프닝
엉엉 울고 있는 사람보다 눈물을 참고 있는 사람이 더 슬퍼 보입니다. 분명 참는 사람은 그만한 사연이 있을 테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그저 안쓰럽기만 합니다. 참지 말고 울어버리는 게 본인이나 보고 있는 사람이나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나이를 먹어서 가장 힘든 게 울고 싶을 때 참아야 하는 상황들이 많아졌다는 거입니다. 참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음악
-리아 (눈물)
사연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유난히 울음이 길었던 저였기에, 아빠께서 결국은 강압적으로 "셋 하면 그쳐. 하나, 둘, 셋!" 셋 소리에도 여전히 눈물을 그치지 못했던 저를 보고 아빠한테 반항을 한다는 생각을 하셔서 더 크게 화를 내셨던.
저는 그렇습니다. 지금도 눈물이 한 번 터지면 1시간 이상은 울고 다음 날 눈이 퉁퉁 붓고, 꺼이꺼이 소리를 내기라도 하면서 울면 다음날은 목소리를 쇳소리가 납니다. 저는 반항할 마음이 있어서 그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는데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게 지금도 억울합니다.
저는 임신했을 때, 아이가 저처럼 울음을 조절 못하는 아이일까 봐 걱정했습니다. 저처럼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아이 앞에 놓일까 봐 걱정이 되었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되고 본 어느 육아 서적에서 눈물을 조절 못하는 아이가 있다고, 그건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못하는 거라고. 그러니 아이 탓을 하지 말라고 하는 조언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스스로 멈출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라고. 아빠께 보여드리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오늘, 안성기 아저씨의 발인식이 있었던 날입니다. 뉴스에서도 나오고 유튜브에서도 올라오는 장면을 보면서 올라오는 감정을 꾹꾹 눌렀습니다. 좋은 곳으로 가신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눈물이 나오려 했습니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작정하고 울고 싶어서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 '라디오 스타'를 틀었습니다. 이 영화라면 꺼이꺼이 소리 내어 울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거든요.
20년이나 된 영화이지만 저에게는 안성기 아저씨의 인품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영화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물간 스타, 최곤을 영원한 스타 대접을 해주는 매니저 박민수는 그냥 안성기 아저씨 자체였습니다. 웃음 코드가 곳곳에 있었지만 시작 버튼을 누르고부터 어떤 대사가 어떻게 나올지 알기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내용을 알고, 지금 제가 울고 싶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냥 지켜봤지만, 아이는 코믹 요소가 있는 장면에서 울고 있는 엄마를 보며 "엄마. 왜 울어?"라고 물었습니다.
그렇게 영화를 보면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봤던 스타들의 모습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참고 있는 분들이 계셨고, 오열하는 모습을 비추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저는 영화인도 아닌데, 그저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소심한 팬일 뿐인데.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아픈 가슴을 영화를 틀어 놓고 2시간을 울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고. 2시간은 참지 않았습니다. 이런 시간이 있어야 제가 사니까요.
제가 이러면 가족분들, 함께 시간을 보내신 분들은 어떠실까요?
아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해 주는 멋진 아버지를 둔 다빈 씨가 정말 부럽습니다. 이 세상에서 필요한 것이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하신 당신입니다. 그 모습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 당신입니다.
부디 편안하고 좋은 곳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할 수 없지만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음악
-싸이 (아버지)
클로징
충무로에 시민 분향소도 설치되었는데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기질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분의 인생이 어떠셨는지를 말해줍니다. 정말 큰 별이셨습니다. 자기 혼자서 빛나는 별이 없다고 별은 빛을 다 받아서 반사하는 거라는 영화 '라디오 스타'의 대사가 생각납니다. 평생을 그런 마음으로 사셨다고 하셨다고 주변인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저의 마음속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별로 오래 남겨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