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음 한 달 뒤에도 기억되길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상황 핑계를 대면서 못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핑계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게 죽을 만큼 창피합니다. 그런 순간은 이제 피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도망갈 곳이 없어서 창피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하고, 마음먹은 걸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음악

-조승우 (지금 이 순간)

조승우 - 지금 이 순간 [열린 음악회/Open Concert] 20200426



사연

원래도 운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힘든 것도 잘 못 참는 사람이기에 근력운동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바디를 해 주셨던 담당자분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죽지 않을 만큼의 근육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적은 근육량을 가진 사람이다." 근력 운동을 하지 않았기에 당연한 결과이기에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유산소 운동도 딱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 또래 보다 키가 커서 보폭이 넓어 아주 조금 달리기를 잘한다는 이유로 학교 대표로 뛰었던 적이 있는데, 출발선에서 시작 총성을 듣기 전까지의 긴장감도 싫었고, 숨이 턱까지 차게 달리는 순간도 싫어서 유산소 운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운동을 하지 않은 결과는 가혹했습니다. 기초체력은 바닥이라 가족과 함께 제주도에 갔을 때 한라산 등반도 아닌 성산일출봉에 가는 것도 헉헉거리며 올라갔습니다. 정상 높이는 200m가 채 안 되는 182m인데.

평지를 걷는 건 자신 있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자신 있다고 말한 건 아마 20년 정도 된 과거형입니다.


깁스를 한 다리를 보다 제 몸을 찬찬히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근육이라는 건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디건 출렁, 물렁거리는 살 뿐이었습니다. 딸은 이런 제 살을 보고 슬라임 같다는 표현까지 했습니다.

지금 당장 운동을 하고 싶은데 깁스 때문에 못하는 거다. 핑계를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걸 인식하는 순간 부끄러웠습니다. 핑계라는 걸 알아버려서. 그 부끄러움을 감추고 싶어서 정말 이번에는 달라질 거라고

혼자서 되뇌었습니다.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이라도 타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것부터 시작하고 근력운동은 남편과 같이 조금씩, 꾸준히 해보자고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물론 이 계획의 실천은 앞으로 빠르면 3주 후입니다. 깁스를 한 달을 예상하고 있는데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는 부위라 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있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지만 3주 뒤에는 어떻게든 헬스장을 가겠다는 마음을 기억하고 실행에 옮기고 싶습니다. 지금의 이 답답함을 기억하며, 새해에 계획한 거 하나라도 실천하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몸짱이 되길 바라는 것도 아닌, 사람이 살기 위해 있어야 할 근육은 있어야겠다 싶은 마음에.

내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는 뻔한 진리를 실현하기 위해.

마른 비만을 탈출하기 위해.

내 눈으로 바라보는 내 몸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금 먹은 이 마음을 기억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한 시절에 간절하게 운동하고 싶었던 마음을 기억하면 내 다리로 헬스장으로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할지 알 수 있는 거니까 기억하고 싶습니다.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기회를 잡는 것도 저이고, 놓치는 것도 저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잡고 싶습니다.


음악

-S.E.S (달리기)

S.E.S. (에스이에스) - Running/Relay (달리기) Lyrics [Color Coded Han/Rom/Eng]



클로징

가벼운 맨손체조라도 하면서 워밍업을 해야겠습니다. 이 마음을 잊지 않게 소소한 루틴을 만들어 놓으면 한 달 뒤에는 조금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채찍을 하고 있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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