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데뷔 35주년을 맞이하여 발매한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님의 노래 'She was'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도 열 살도 되기 전부터 신승훈 님의 노래를 듣고 자란 소녀입니다. 여기에서 She는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래 한곡으로 저를 그때로 데려갑니다.
지금의 제 아이보다 더 어린아이였던 그때로.
음악
-신승훈 (She was)
사연
아직은 젊다고 말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나는 꼰대는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꼰대인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
제가 열 살이 되기 전부터 TV에서 노래를 부르던 신승훈 님은 여전히 노래를 하고 계십니다. 같은 모습과 같은 목소리로 더 좋은 노래를. 댄스곡도 좋아했지만 발라드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신승훈 님은 사춘기 이전부터 들어온 목소리라 그런지 언제나 편안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했던 콘서트를 가겠다고 모아둔 용돈을 전부 털어서 갔던 적도 있습니다.
작년에 데뷔 35주년을 기념해서 발매한 노래 중 팬들을 생각하며 부르신 노래 가사가 많은 걸 생각하게 됩니다. 분명 교복 입고 만났던 팬이 이제는 교복을 입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되신 분들이 많다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6학년이 올라가는 제 딸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부터 신승훈 님의 노래를 듣고,
김건모가 더 인기 많다, 아니다 신승훈이 더 최고이다라고 유치한 싸움을 했던 제가 부인할 수 없는 중년이 되었습니다.
아픈 말도 많고, 후회로 남는 순간들이 아주 많은 소녀였습니다. 세상이 틈을 잘 내어주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포기했던 것도 선택이라 속였던 적 물론 있습니다.
수줍게 꿈을 말하던 그 소녀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목숨 걸고 꿈을 사수하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며 꿈을 접었습니다. 그리고 늘 뒤를 돌아보며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나를 키워낸 계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혹독한 계절이었습니다. 환한 미소를 짓던 소녀는 오늘도 만만한 남편과 아이에 악다구니를 쓰고 있습니다.
수줍었던 소녀까지는 아니었지만 저도 소녀였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아득합니다. 분명 그때는 꿈도 많고, 많이 웃었는데. 그런 소녀의 모습은 모두 was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게 마음이 아프지는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렀고, 변한 게 아니라 상황에 적응한 거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말하는 대로,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아프고 힘들기는 하지만 실패라는 단어로 내 삶을 중간평가해 버리면 아직 남은 내 인생이 너무 아까우니까요.
그리고, 실패라는 규정은 어느 기준을 들이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기에 섣부르게 쓰고 싶지 않습니다. 일부는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성공일 수 있는 내 삶이니까요.
거울 속 내 모습을 봅니다. 억지로 웃어봅니다. 낯설지만 나입니다. 36년 전 꼬꼬마였던 나와는 다르지만 그때도 나였고, 거울 속에도 내가 있습니다. 앞으로 36년 후의 나도 생각해 봅니다. 지금보다는 훨씬 나이를 먹고, 지난날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겠죠.
문득 36년 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그 후회할 것을 줄여보자 마음먹어봅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간에.
36년 후에 저는 She was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음악
-김광석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클로징
노래가 주는 힘은 큽니다. 과거로도 갔다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래로 갔다 올 수 있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모두가 소중합니다. 지금의 내 삶을 생각하면서 위로와 각성도 되니까요.
나의 영원한 승훈오빠가 또 그런 시간을 만들어 주어 감사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