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을 수 없는 밤이니까요

-가진 게 많아서

by 하쿠나 마타타

"나 언니한테 부탁할 일이 있는데 언제 통화가능해?"

라는 한 줄의 카톡을 남겼다.

그러고 나서 20분도 안돼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이 학원 픽업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확인했다고 하면서 무슨 일이냐고 놀란 목소리로 말을 한다.

그러고 나서 나의 용건을 간단히 말하니 알았다고 하고 아무런 잡답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여기서 언니는 나의 친언니가 아니다.

그리고 거의 3개월 만에 연락한 18년 전에 회사를 같이 다녔던 동료언니였다.


신기했다.

알고 지낸 지는 아주 오래되었지만 일 년에 많으면 5번 정도의 연락을 하는 사이인 언니에게

부탁할 일이 있다는 톡을 남겼는데도 피하지 않고 톡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준 언니가.

그리고 나의 부탁이 어려운 건 아니지만 번거로울 수 있는 일인데도 거절하지 않고, 알았다고 하면서 승낙해 준 상황이.


이 모든 게 더해져서 나에게 행복감이라는 걸 선물해 주었다.

갑자기 가진 게 많은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아서 벅차올랐다.


혼자 있을 때 가끔 찾아오는 공황장애 증세로 남몰래 우울감을 앓고 있으며,

남에게는 우울감을 보이고 싶지 않아 가면을 쓰고 연극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힘들어보기도 하면서

진실한 나를 외면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느끼는 행복감이라는 건

로또보다 더 값지고 귀한 것이다.

내 옆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내가 아직은 가진 게 많아서 지치기는 이르다는 걸 입증해 주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오랜만에 느껴지는 이런 감정을 간직하고 싶어 급하게 적어본다.

다시 나만의 동굴을 들어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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