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초대
어느 날, 갑자기 쿠바는 나에게 색깔로 다가왔다.
그것도 예쁘고 화사한 색깔이 아닌 강렬하고 힘찬 포스가 담긴 색으로 말이다. 어디에선가 본 쿠바 기사는 다른 것은 생각이 나지 않고 원색에 가까운 색상의 여운이 계속 남아 있었다. 그렇게 지나가나 싶더니 쿠바는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신문이나 책을 보더라도 쿠바라는 단어가 나오면 더욱 관심 있게 읽고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쿠바에 가고 싶다는 생각, 쿠바에 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을 품게 된 것은 약 2년 전이었다. 인터넷을 보다가 쿠바 여행을 같이 가자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여행안내에 있는 몇 컷의 사진이 나를 쿠바로 가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그 후부터 쿠바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쿠바가 정확히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쿠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나 자신도 모르는 어떤 끌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끌림이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여행을 직접 가보기 전에는 알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쿠바에 대한 책을 한 권씩 읽기 시작했다. 서점에는 쿠바에 대한 책이 별로 나와 있지 않다. 최근에 쿠바가 외국 여행객들에게 문을 연 후에 쿠바에 다녀오기 시작한 사람, 쿠바 여행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간단한 여행후기 책 정도가 전부였다. 다른 나라는 여행 소개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여행 가이드 책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쿠바에 대한 책은 별로 없었다. 이것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쿠바가 여행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었다. 우연히 책장을 보니 예전에 사서 읽다가 만 작고 빨간 책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이었다. 어쩌면 ‘쿠바’보다 더 유명한 것이 ‘체 게바라’가 아닌가? 나의 쿠바 여행에 대한 시작은 체 게바라 평전부터 시작되었다.
체 게바라를 잘 모르는 사람은 체 게바라가 쿠바 출신인 줄 알지만 실제로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자기 나라가 아닌 남미에 속한 쿠바에 가서 혁명을 성공하고 자기 나라가 아닌 볼리비아에서 생을 마감한 이 시대의 살아 있는 혁명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고 나니 쿠바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생활의 흐름 속에서 살다 보니 쿠바에 대한 것도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쿠바가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다가오면 쿠바에 대한 그리움은 다시 마음속에 고이기 시작했다.
쿠바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더 이상 늦기 전에 쿠바 여행을 다녀와야 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쿠바가 문을 연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 다녀가기 시작했다. 쿠바의 아픈 역사를 보면 스페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나고 쿠바 혁명에서 성공한 후 여러 가지 이유로 경제 압박 때문에 많은 이들이 쿠바를 다녀가지 못했다. 미국의 경제 봉쇄가 어느 정도 풀리자 쿠바 정부도 외국인들에게 자국에 대한 여행의 문을 활짝 연후에 많은 이들이 쿠바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기 시작하면 원형, 그대로가 보존되기 쉽지 않다. 오래된 문화재나 명품관이나 미술관은 일정객의 관람객으로 제한하지 않던가. 그동안 사회주의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체 그들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있는 쿠바의 속살이 관광객과 자본주의 물결로 인해 그 순수성과 고유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쿠바에 갔다 와야 한다. 쿠바의 온전한 모습, 순전한 모습이 살아 있을 때 쿠바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 생얼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쿠바 여행을 서둘러야 했다.
세상 흐름의 변화에서 가장 민감한 것 중 하나가 방송일 것이다. 벌써 방송국 2군데에서도 쿠바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여행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그것은 벌써 쿠바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 반증이 아닌가? 드라마와 여행 예능을 꼭 챙겨 보았다. 유명한 연예인들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 영상에서 보여주는 것은 다름 아닌 쿠바 사람들과 그 나라가 주는 강렬한 끌림이었다. 그 끌림은 다름 아닌 자연에 가까운 원색의 유혹 그 자체였다. 우리나라에서 약 15-16시간을 비행기 타고 날아가야 하는 쿠바, 한 번에 가는 직항기도 없어 최소 한 번은 갈아타고 가야 하는 나라이다. 가기가 쉽지 않고 여행을 결심하기도 쉽지 않은 나라였다.
쿠바 여행을 하기 위한 여러 이유와 근거를 마련해야 했다. 이번 여행은 나 혼자 갈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나와 25주년을 같이 살아준 아내와 함께 가고 싶었다. 또한 여행 경비가 만만치 않아 왜 쿠바 여행을 해야 이유를 찾아야 했다. 아니 만들어야 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마도 쿠바 여행은 작년부터 나도 모르게 준비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휴가 일수를 확보하는 것이다.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를 사용할 정도로 가는 나라를 단지 며칠만 보고 올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오래 보고 와야 한다. 우선 여름휴가를 미뤘다. 남들 다 가는 여름에도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겨울에 한 번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행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아내에게 우리가 왜 쿠바를 가야 하는지 브리핑을 했다. 거기에는 당위성과 필요성, 그리고 몇 가지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마침내 승인 허가가 떨어졌다. 이제는 경비와 일정 조정만 하면 된다.
평상시에 알고 있는 쿠바 여행은 우리나라 계절로 하면 12월부터 5월, 쿠바 날씨로 건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해야 가장 좋다고 한다. 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쿠바 여행 공고도 12월 말에 떠나기 때문에 아내와 나는 모든 일정을 연말에 맞추었다. 바쁜 것은 미리 해두거나 미뤄놓고 오직 여행 일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날씨에 해당하기에 적당히 사진이 찍기 좋기에 체중도 조절해서 적당히 유지해야 했다. 사진 찍을 때 중년 남자들이 겪는 배불뚝이 사진을 찍고 오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체중조절과 운동도 조금씩 했다. 약 2주간의 여행을 하려면 체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여행 가서 컨디션 조절이 되지 않으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쿠바 여행은 결혼 25주년의 기념 여행이라는 제목 아래 아내와 의견 일치를 보았고 실제로 여행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행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여행을 앞두고 약 2달간은 가급적으로 쿠바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하기 시작했다. 5년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것은 여행지에 대해서 공부하지 않고 하는 것은 그것은 시간 낭비이고 단지 사진 찍기 여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쿠바에 관련된 책들을 먼저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이나 서점에서도 쿠바에 대한 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가장 많은 것이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쿠바에 대해서는 많은 책들이 없었다. 인터넷 서점에서 ‘쿠바’라고 들어간 책들을 한 두 권씩 사서 읽기 시작했다. 쿠바의 역사, 인물, 지리 등에 대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내가 ‘쿠바’라는 나라에서 몰랐던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에서 쿠바 출신이 많다는 것과 스포츠에 관련된 유명한 선수들이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쿠바는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한민족이라는 나의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되어 카리브해의 진주로 불리기 시작하여 약 400년간 스페인의 식민지로 지내다가 미국의 간섭에 의해서 쿠바 혁명에 일어나기 전인 1957년까지 친미정권인 바티스타 정부가 무너지기까지 쿠바는 너무나도 외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가진 소중한 것을 내주기만 했던 나라였다. 그 이유는 아메리카 대륙에 딱 중간에 위치하면서 대서양을 통해서는 유럽과 연결되고 카리브해를 통해서는 남쪽으로나 북쪽으로나 아메리카 대륙의 요충지와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한반도가 중국 대륙과 일본을 포함한 태평양으로 뻗어나가기 좋은 지정학적 위치와도 같기 때문이다.
약 400년간의 식민지 생활과 친미정권하에서 벗어나서도 쿠바는 나름대로 사회주의 체제를 갖추고도 미국 바로 앞에서 ‘쿠바’라는 나라로 살아오고 있는 나라였다. 또한 1962년도에 아슬아슬했던 세계 3차 전쟁의 방아쇠를 당길 만큼 위기 촉발의 역사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구 소련의 후르시초프가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함으로 케네디 정부와 핵미사일을 서로 겨누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던 것이다.
쿠바에 대해서 공부할수록 더욱 내 마음은 쿠바로 향했고 더욱 알고자 했다. 역사적 관점뿐만 아니라 재즈 음악의 본거지라 불릴 만큼 쿠바는 많은 문화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모든 점이 나를 더욱 쿠바를 향해 당기고 있었다. 책으로만 보던 쿠바를 실제로 가서 보고 느끼고 체험해야 한다. 쿠바의 강렬한 색채와 신나면서도 고유한 리듬을 가진 재즈음악,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어떤 은밀하고도 강렬한 유혹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을 온전히 쿠바의 리듬에 맡기는 일만 남았다. 쿠바가 나에게 어떤 자신의 이면을 보여줄지, 선물할지는 나는 모른다. 오직 그 선물을 준비했던 쿠바만 알 뿐이다. 이제 쿠바를 향해 온 몸을 던지고 즐기는 일만 남았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