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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Mar 23. 2021

40미터의 번지 점프

여보, 딴짓 좀 하겠소_11


"인간은
 새처럼 하늘을 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무리 높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뛰어내릴 수 있다."
 이를테면 재능보다는 용기가 문제라는 것이다.
 
 - 시바 료타로의 《미야모토 무사시》중에서 -



미래를 착실히 준비하는 당신에게


여보, 분당에 있는 번지 점프대나 담력을 시험하거나 스릴을 느끼기 위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거야. 가끔씩 TV에서 볼 때마다 나도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지. 왜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점프를 할까? 사람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가 11~12미터라고 하는데 이 정도의 높이는 대충 4,5층의 아파트 높이이지. 실제로 4,5층의 높이에서 아래를 보면 무척 겁이 나는 것은 누구나 비슷할 거야. 지금의 40대 남자분들 중에 ‘막타워’를 기억하시거나 군대에서 공수훈련을 받으신 분들은 알 것이라고 생각해. 비행기에서 낙하훈련을 하기 전에 지상에서 비슷한 건물을 세워놓고 낙하산을 착용한 비슷한 복장을 하고 11미터 허공 아래로 뛰어내리는 훈련을 하는 장소이지. 정작 뛰어 내려서 약 50미터 정도를 연결된 줄에 의지해서 허공을 가르는 훈련인데, 한번 점프를 하기 위해서 반나절 이상을 지상에서 훈련을 하지. 웬만하면 하기 싫은 힘든 훈련 중의 하나라고 보면 돼.


나도 이런 경험이 있어. 무더운 6월 여름날, 반나절을 얼차려에 버금가는 교육을 받고서 지상으로 뛰어내리기 위해 점프 장소로 된 탑으로 올라가는데 1층 올라갈 때부터 한층 한층 올라갈 때의 기분은 사뭇 다른 거야. 점프 장소는 4층인데 3층에 올라가서 밑을 보면 약간 겁이 나기 시작해서 4층 점프대 앞에서 밑을 보면 아찔하지. 이런 기분이 비행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기분인지 모르겠다.(실제로 안 뛰어봐서 ……..) 영화에서도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가까스로 메고 뛰어내려 탈출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것은 멋있지만 실제로 뛰어내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아마 40대 중년 남자들에게 이런 것을 해보라고 하면 선뜻 나설 사람들은 몇 명 안 되겠지. 나이도 나이이지만 먼저 20대 때보다 더 겁을 많이 내기 때문에 쉽게 뛰어내리지 못할 거야.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인가? 어느덧 팔팔한 20대의 모습은 사라지고 머리숱도 현저히 적어지고 배도 나와서 누가 보아도 전형적인 아저씨 같은 ‘D’ 자 형태의 몸매가 되었지. 40대는 몸은 변하는 것을 느끼지만 마음만은 자기가 아직도 20대인 줄 알고 지내는 시기인지 모르지. 이때부터 중년의 몸은 마음과 따로 놀기 시작하는 것 같아. 여자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남자들은 대부분은 느끼는 것 같아.. 회사 야유회나 체육대회라도 할 기회가 있으면 오랫 만에 기분이 들떠 축구를 10여분 하다가 공 한 번 건들지 못하고 쫓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자연스러워졌지. 어쩌다 한 번이라도 찰 기회가 와서 공을 차게 되면 겹질리거나 타박상을 입어 깁스를 하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지. 이때부터 우리는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아.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몸은 나이 듦을 정직하게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여보, 이제는 우리에게는 결단의 시간이 다가온 것 같아.


20대, 한창이라는 젊음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40대 청년의 모습으로 다시금 변해야 한다는 거지. 정말로 지금이야말로 비행기나 막타워에서 뛰어내리는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할 때라는 거지. 비행기에서 낙하할 때 낙하 시점에 때를 놓치면 적진에 착지하거나 착지할 수 없는 지점에 낙하해서 목적지까지 한참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하지. 그러면 목적지까지 가려면 엄청난 시간이 들거나 거기가 적진이라면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라는 거야. 지금 중년의 때는 우리가 원하고 제2의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이라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시기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거야. 뛰어내리는 용기와 시기가 적절치 않으면 타고 있던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설상 뛰어내렸다고 해도 우리는 착륙지점에서 엄청 먼 곳에 착륙하게 된다는 거지. 거기서 목적지까지 간다고 하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야.


지금은 무엇보다도 나를 비롯한 40대 중년들이 적절한 결단과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 가상 모의 낙하가 아닌 나 자신을 버리고 용기를 내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용기 있는 행동이 필요한 것 같아. 올림픽마다 대한민국의 금메달을 수 십 년간 맡아놓고 획득하는 양궁 종목의 선수들은 대담성을 키우기 위해 번지점프를 기본적으로 한다고 하더라고. 그것도 일반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높이에서 말이야. 그런 훈련을 통해 수없이 많은 긴장된 경기 속에서 침착하게 경기 운영을 해서 메달을 획득하게 된다는 거지. 대표 감독을 지낸 분은 번지점프를 뛰게 하면 누가 금메달을 딸지 안다고 하더라고. 남녀 대표팀을 데리고 가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빨리 결단을 내려 뛰어내린다고 하지. 가장 먼저 뛰어내리는 선수들이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다고 하네. 여자 선수들이 독해서가 아니라 빨리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해


여보, 나도 지금 또 하나의 번지 점프를 하려고 해.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오던, 아주 오래된 고민을 이제 실행에 옮기려고 하지. 많은 계획과 고민, 그리고 준비가 필요했던 것 같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우리 40대는 정말로 40미터의 번지점프를 해야 하는 시기 이야. 아주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용기와 결단력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바꾸어야 하지. 지금 이 시기가 이런 모험이 가장 살기 힘들다고 하기도 하고, 해야 할 것도 많지만 때로는 우리 마음이 안주하기 쉬운 때라는 거지. 그런 것이 이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필요하고 우리에게 요구하기도 하지. 지금 뛰어내리지 않으면 낙하 시점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을 거야. 뛰어내리더라도 시기가 늦으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지역에 착륙하게 되어 원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그 포인트가 언제인지, 어디인지는 알 수는 없고 각자마다 다를 거야. 하지만 우리 삶은 그것을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다만 그 신호를 잘 해석하지 못하고 그냥 보고 지나친다고 하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하지만 그 시기를 언제인지는 본능적으로 느낄 것이라 생각해. 이 40대를 고민하고 산다고 하면 말이야. 자신의 삶에 의문을 가지고 수많은 질문을 하고 있다면 그때가 다가왔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 뛰어내리는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막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간의 결심은 사라지고 보이는 아래의 풍경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보다는 더욱 떨리게 하고 다시금 우리 마음을 Reset 할 수도 있지. 내가 타고 있는 비행기라는 직장이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인 정년퇴직까지는 우리를 데려다주지 않을 것을 다 알고 있잖아. 어차피 뛰어내려야 한다고 하면 내가 메고 있는 낙하산은 튼튼한 지, 그리고 보조 낙하산은 있는지 확인하고 과감히 뛰어내리기를 내려야 해.


나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그 모든 낙하 시점이 좋을 수는 없어. 그 시점을 잘 포착해서 뛰어내리는 용기를 키워 나가고 있지. 그리고 뛰어내리면서 착륙지점의 바람과 방향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 누군가가 비행기에서 우리를 강제로 떠밀거나 떠밀려서 원치 않는 결과를 얻기 전까지 말이야.


오직 뛰어내리는 용기만을 가져야 할 때야. 물론 그 옆에서 우리들을 도와주는 아내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지지도 필요하지. 물론 그전에 동의는 필수이겠지만 말이야. 그런 응원과 동의를 바탕으로 잘 준비한 계획이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남자들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 질 거야. 점프하는 시기와 방향은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몫이야. 이제 정말로 용기가 필요한 시기이다. 언젠가는 한 번은 꼭 해야 하는 일이기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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