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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음 Aug 02. 2021

말을 타고 푸른 언덕에 오르다

몽골 말타기 여행_7

칭기즈칸의 편지

한국의 젊은이들아!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 병사는 
 적들의 100분의 1,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는 배운 게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됐다.
 
 - 김종래의 ≪ 밀레니엄 맨 미래를 꿈꾸는 또 다른 칭기즈칸을 위하여≫ 중에서-
 
 * 이 책 저자가 칭기즈칸의 이름을 빌려 
 가상으로 쓴 칭기즈칸의 편지입니다. 그렇습니다.
 적(敵)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누구나 
 칭기즈칸이 될 수 있습니다.



어제도 밤사이 비가 계속 내렸다. 어제 아침에 잠깐 주춤하더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밤에도 내렸다. 지금 한국은 서울을 비롯하여 거의 4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서 아주 열대야를 보내고 있는데 여기는 밤에 추워서 난로를 피워야 하니 정말로 때아닌 피서를 온 것이다. 한쪽에서는 너무 더워서 힘들어하고 여기는 비가 내려서 긴 팔을 입거나 또는 난로를 피워야 밤을 지낼 수 있다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3시간의 비행과 12시간의 차 이동으로 우리는 무더운 여름에서 초가을로 피서를 왔던 것이다.


어젯밤에 불을 소등하기 전에 몽골 현지인들이 들어와서 난로에 불을 피워주고 조용히 나가신다. 그리고 새벽 2시 정도에도 조용히 노크를 하고 들어오더니 플래시 불빛을 비춰가며 장작이 타서 꺼진 난로에 불 쏘시개를 넣고 10여분에 걸쳐 불을 지피고 나간다. 마치 군대에서 불침번을 서고 ‘빼치카’라고 불리는 내무반의 난로 불 당번처럼 잠도 자지 않고 불을 피워주는 현지인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새벽 5시 정도에 눈을 뜨니 게르 천장을 두드리니 빗소리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오늘은 말타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잠이 일찍 깨어 조용히 씻으러 먼저 간다. 나 말고도 몇 분이 깨어 씻고 계신 분 들이 계셨다. 먼저 샤워장에서 머리를 감는데 차가운 물이 나오는가 싶더니 따뜻한 물이 졸졸 나오기 시작한다. 아침에 씻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현지인들이 아침부터 물을 데워서 그것을 다시 물통으로 넣어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 캠프의 아침 전경, 햐얀 색의 게르가 비가 내린 아침이라 유난히 하얗게 보인다 ]


아침부터 어김없이 오늘도 아침 달리기를 위해 캠프 앞마당으로 모였다. 어제 내린 비로 게르에서 쉬어서 인지 다들 표정이 밝다. 반가운 얼굴로 인사하고 밤새 안부를 묻고 아침 스트레칭 체조부터 시작해서 가벼운 몸풀기를 시작한다. 우리 조원 분들이 다 왔는지 주변을 돌아보니 뒤쪽에서 우리 3호차 기사님은 어제부터 우리들과 같은 시간에 나와서 몸풀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그 웃는 모습이 참 구수하며 매력적이다. 아침에 달리기를 하는 모습들이 전부 좋다. 정말로 좋은 주파수를 발산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서인지 마구 마구 이 푸른 초원에서 발산되고 있다.


맛있는 치즈와 잼과 갓 구운 빵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여기서 먹는 것은 전부 자연산이라 더욱 맛이 있는지 모른다. 빵 한 조각이나 잼 한 스푼을 발라서 먹더라도 아침 식사 분위기는 웃음과 정감이 넘쳐흐른다.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아침 운동하고 자연식으로 맛있게 먹는 아침은 아마도 이곳 캠프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선물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이번 여행의 몽골에서 말타기 깃발, 푸는 초원을 달리는 말의 형상 ]

오늘의 아침편지는 ‘칭기즈칸의 편지’입니다.  칭기즈칸처럼 불우한 환경, 나쁜 환경에 처한 사람은 드물 것입니다. 칭기즈칸에게 주어진 불우한 조건을 기회로 삼아 극복하고 위대한 사람으로 만드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라고 오늘 칭키스터넛에 있는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적(敵)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극복하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는 듯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어제보다 더 발전된 나를 만들어 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응원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 아침편지를 낭독하고 여행중에 생일이나 축하 하는 아침 만남의 시간 ]

오늘은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말을 실제로 타는 날이다. 아침편지 여행객들의 얼굴에는 기대 반, 걱정 반이 섞여 묘한 흥분감을 자아내고 있다.  오늘은 말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말은 생물이기 때문에 말을 느끼고 같이 호흡해야 안전하게 말을 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현지 말 조교와 가이드와 아침지기님들의 말(言)을 잘 들어야 한다. 오늘은 간단한 몽골 말(言)이자 조교들과 통할 수 있는 말을 몇 마디 배운다.


한국말로 “이랴~ 이랴~”는 ‘추~우, 추~우’, 멈춰는 ‘촉수’, 천천히는 ‘오땅’ 오른쪽은 ‘바룬디쉬’, 왼쪽은 ‘준디쉬’라고 속성으로 배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말을 탈 때는 왼쪽에서 앞으로 가야 하는 등의 안전수칙도 있지만 오늘 배운 간단한 몽골말을 얼마나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도 잠시 말타기 위한 필수 준비 작업이 있다. 다름 아닌 스트레칭 운동이다. 고도원 님의 시범과 아침지기님의 힘찬 구령에 맞추어 몸을 풀어준다. 본격적으로 말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기도 하다. 오늘은 엄청 날씨가 좋다. 아마도 어제 못한 말타기를 오늘 다 몰아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아침 가족들의 마음이 들떠 있다. 우리 마음은 이미 준비되었고 덤으로 하늘은 맑게 개였고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선물로 주어졌다. 스트레칭이 갈수록 강도가 더해진다. 특히 하체 위주로 진행되는 스트레칭은 더욱 강도가 더해진다.

[ 말타기 전에 인근에서 사는 목동들이 말을 두 세필씩 끌고 와서 기다린다 ]

드디어 스트레칭을 마치고 7조부터 말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말이 모여 있으니 주차장이 아니라 주마장인가? 주마장으로 가면서 가까이 대하는 몽골의 말을 보고 자기 말이 어느 말이 될지 기다린다. 각 조별로 한 명씩은 고도원 님이 말을 직접 태워준다. 우리 조가 기다리는 사이 어떤 분은 말 위에 앉아 있다. 그 모습이 멋있기도 하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력이 표시가 난다. 우리 조는 막내인 중2 정지수 님을 고도원 님이 태워주는 것으로 시작해 나도 기다리던 말 위에 타게 되었다. 배웠던 대로 왼쪽 발을 등좌에 걸과 오른발을 크게 발려서 말의 오른쪽 등좌에 건다.

[ 처음 말을 타기 전에 우리 조의 단체 사진 , 맨 앞의 좌측에는 현지인이자 몽골 대학생인 우리 조교님 ]
[ 처음 타는 말이라 말을 현지인 조교가 잡아주고 말을 뒤에서 접근해서 올라타게 된다 ]

처음이지만 말에 쉽게 올라탔다. 풀밭에서 보는 풍경과 말 위에서 보는 풍경은 같은 것 같지만 전혀 다름을 느꼈다. 약 1.2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보는 시선과 경치는 그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온 몸에는 힘이 부쩍 들어간다. 사전에 들은 대로 하체에 힘을 주지만 처음 앉는 말위라서 제대로 앉았는지 말이 불편하지는 앉은 지 많은 생각이 스쳐간다. 어느 사이 고도원 님이 타신 선두는 출발하고 내 말도 말 조교가 이끄는 대로 출발했다. 내 말을 잡아주는 현지인 조교는 약 20대 초반의 총각이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목례를 가볍게 하고 한 번 웃어주고 출발했다. 답례로 오는 웃음이 참 순박해서 참 좋다.

[ 60대에 처음을 말을 타고 오셨다가 큰 손자를 데리고 일흔이 넘어서 오신 할아버지와 손자의 시승 ]

말이 한 발 한 발씩 나갈 때 나에게 전달되는 진동은 새롭고 신기했다. 말이 움직이면 사람이 많이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람이 흔들리기보다는 말이 움직이기 때문에 말 위에 탄 사람의 시선이나 높이에는 변화가 없었다. 말의 몸과 다리만 움직일 뿐 말 위에 탄 기수의 시선은 별로 흔들림이 없었다. 어느덧 말을 타고 아침에 마라톤 하는 코스로 긴 행렬이 쭈우욱 이어졌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그 행렬이 장관이었다. 아침지기와 여행 가족 그리고 가이드와 각 여행 가족 사이에 있는 말 조교를 포함해서 전체 행군하는 말 숫자가 어림 잡아도 140-150여의 말이 움직이고 있다. 두 줄로 행군하는 모습은 참으로 멋있었다. 누가 말하기를 사극 찍는 것 아니냐고 하던 데, 내가 그중에 섞여서 움직이다니 더욱 신기롭기만 하다. 선두에 말을 타고 가시는 장군님을 따르는 이제 말타기를 배우는 초급 장교인가? 

[ 네 다섯살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몽골 꼬마가 늠름하게도 말을 자유스럽게 혼자 탄다 ]

우리는 많이 긴장된 상태로 말을 타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오늘의 처음부터 끝까지 안전이기 때문에 대부분 처음으로 말을 타는 사람은 정말로 온 신경을 말과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아침에 멀리서 보던 작은 동산에 도착했다. 이런 먼 거리를 우리가 말을 타고 도착한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1차 목적지에 도착해서 말에서 내렸다. 말에서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본 광경은 정말 그림의 한 장면과 같았다. 삶의 바탕 화면이라고 해도 충분했다.

[ 우리와 같이 다니면서 안전을 지켜주는 현지인 조교와 멀리서 비상시를 대기하는 비상 차량이 늘 같이 다닌다 ]
[ 잠시 말을 타고 걸음마를 하다가 잠시 언덕 위에서 수고 있는 모습 ]
[ 윈도우 배경화면과 같은 푸른 초원과 파란 하늘과 흰 구름, 아직도 가고 싶은 몽골 초원 ]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멀리서 고요히 흐르는 오논 강의 풍광은 우리 마음에 사진 한 장으로 남게 되었다. 그 멋있는 풍경은 우리를 더욱 들뜨게 했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어느새 우리는 핸드폰에 하나씩 담고 있었다. 정말로 삶의 바탕화면에 우리를 끼어 넣기 위해서 멋있는 포즈를 잡으면서 서로를 사진 찍어주기에 바빴다. 이렇게 멋있는 자연 풍광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우리를 순수한 마음으로 동심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특히 우리 2조의 단체 사진을 찍을 때의 단합된 모습, 아마도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누구든 순수하게 만들고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서 말타기를 온 이유를 다 설명해주는 것에 모자람이 없었다. 우리는 그것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 언덕 위헤서 내려다 보면 절반은 하늘과 하얀 구름이고 절반은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
[ 자그만한 언덕 위에 많은 말들과 사람들이 쉬고 있다 ]
[ 몽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푸른 초원과 그 위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는 말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몽골에서 말타기

#몽골여행

#고도원의 아침편지여행

#칭기즈칸

#말을 처음 타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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