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 문화

최나욱, 『클럽 아레나』를 읽고

by 고독일기



청춘판을 조명해 보다



집과 가까워 홍대에 자주 간다. 화려한 밤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 클럽과 밤. 사 앞에 줄 선 사람들이다. 기온이 -13도를 가리키는 간담이 서늘한 추위에도 20대 초중반에 앳돼 보이는 얼굴들은 반팔 티셔츠와 짧은 치마를 입고 행복한 표정으로 수다를 떤다. 계절이 다르게 흘러가는 묘한 공간을 지나치면서 피부 위로 솟아오르는 닭살에 확연한 온도차를 느낀다. 찬바람이 더 들어올까 패딩 지퍼를 목이 차오르게 확 끌어올렸다. 무엇이 오한 밤중에 그들을 웃게 하는가?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추웠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머리에 맴도는 의문을 곱씹는다. 이해가 안 돼.



아레나는 욕망이 솔직해지는 공간이다. 여기선 도덕적 잣대는 무의미하다. 밤이 깊어지고 첫 차가 뜰 때까지 승자와 패자가 뚜렷이 나뉜다. 눈에 보이는 외모 액면가와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비딩액이 클럽 입구컷이냐 아니나 따지면서 서로를 거칠게 품평하는 걸 보면 오늘날 '가면 벗은 서울'이라고 감히 빗대고 싶다. 고막을 찢어대는 BGM과 안구가 쉴 틈을 주지 않는 조명 속에서 자본도 없고 얼굴 천재, 몸매 천재도 아니면 이곳에 소위 '춤'을 추러 왔다고 컨셉을 잡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공간에 남아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든다. 의도적으로 타인을 스스럼없이 터치하고 품평하는 불편한 장소를 기획한 고민과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 게 흥미로웠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건 '매력' 그리고 ‘케미’가 아닐까?



욕망에 솔직하다고 정답이 될 순 없지만 클럽에 가는 청춘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은 다시금 생각해 보자. 승리 버닝썬 게이트로 클럽을 가는 청년들을 욕하는 대중들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 책임지지 않을 일회성 화풀이 같은 질책과 프레임 씌우기는 어쩌면 본인들의 욕망을 실현하지 못해 입구컷 당한 내면의 좌절이 비겁하게 표출한 거라고 비판해 본다. 여우의 신 포도 변명이 떠오른다. 내가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해버려야 한다는 이기적인 기적의 논리. 내로남불은 어쩔 수 없는 자기 보호본능인 걸까. 분노가 가리키는 방향은 잘못됐다. 정작 욕해야 할 건 청춘판을 악용해 영혼을 팔아버린 사람들인데 말이다.



무의미한 밤, 무의미한 술자리, 무의미한 이야기를 했던 나날이 그리운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걸까, 어른인 척하는 걸까? 술과 유흥, 남녀, 사랑, 욕망을 어루만지보니 한 번쯤 솔직하게 토론하고 싶다. 그게 비록 사회에 필요한 기성품을 생산하는 효율적인 시간도, 이제는 너무나도 커져버린 서울 사회에서 원하는 안전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방향이 아닌 하룻밤의 불장난 같은 대화일지라도 말이다. 먹고살기 각박하고 바쁜 시대에 이런 낭만을 외치는 건 꼰대의 집착과 만용일까? 터놓고 표현하기 고단한 사회다.




한줄평 : 한 때 핫했던 강남 클럽 아레나의 문화를 연구했다. 논문처럼 '학구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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