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닥터스트레인지2』리뷰, 샘 레이미 감독
재밌습니다. 마블! 역시는 역시, 영화 맛집은 맛집이에요. 초반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연출로 눈을 사로잡습니다. 갈려나간 할리우드 연출진들에게 경이를 표하면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닥터스테인지2 감상평을 남겨봅니다. 전 참고로 완다비전 같이 이 영화와 관련된 다른 시리즈는 사전에 하나도 보지 않고 가볍게 봤습니다.
#완다비전 봐야 한다고요? 안 봐도 문제없던데요?
영화를 보기 전에 완다비전 등 관련 시리즈를 봐야지 영화 몰입감이 더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단 전 마블 덕질하는 하지 않는 사람이고, 가볍게 SF 영화를 본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보려고 일부러 관련 드라마들을 사전에 굳이 챙겨 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 요약본도 보지 않았어요.
마블 영화를 볼 때 히어로가 악당들을 어떻게 처치하는가? 어떤 화려한 그래픽을 보여줄 것만 생각했습니다. 우려와 다르게 타임킬링용으로도 훌륭했습니다. 물론 여러 시나리오를 알면 개연성을 좀 더 알아차리면서 몰입해서 볼만했겠지만, 그래픽으로도 훌륭하게 몰입하게 만듭니다. 마블은 이런 진입장벽까지 고려해서 영화를 촬영한 거 같더군요. 놓친 부분이 있을 거라는 아쉬움은 있었습니다만 굳이 신경 쓰진 않았습니다. 영화는 재밌었다. 정도로 전 만족합니다.
#감독 샘 레이너의 개성이 뚜렷하다
스릴러 연출을 해온 감독이라 그런지 기존 마블과는 다르게 호러한 장면들이 많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일루미나티 영웅들이 압도적인 힘을 가진 완다에게 맥없이 죽을 때도 어린아이들이 보면 충격을 받을만하겠다고 느꼈습니다. 머리가 터지고, 반갈죽.. 되는 고어한 장면들은 우리가 흔히 봐온 영웅의 죽음과는 사뭇 다르게 가볍고도 잔인합니다.
그래도 그렇지 애들도 보는 영화에 좀비 정도는 이해하겠다만 살살하시지.. 대중 상업 영화에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한 건 마블 입장에서는 영화 관람 타겟층을 확고히 정해놓고 매니아틱한 요소를 넣었다고 추측해봅니다. 또 시나리오 진입장벽을 매울 새로운 몰입 요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감독의 개성을 존중해 준 것처럼 보이네요
#누구나 빌런이 된다.
영화만 본 사람으로서 완다가 처음부터 어떻게 빌런이 되는지는 별로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완다가 빌런으로서 역할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빌런이 무너지는지가 더 재밌는 포인트였습니다. 아이들과의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길 바라는 순수한 인간미가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일방적인 애정은 집착으로 변질되어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빌런이 키워졌습니다.
우주를 지킨 영웅도 흑화 되어 악당이 되어간다는 내용은 뻔한 클리셰이긴 하지만 완다의 경우는 가족을 갖고 싶어 했고, 모성애를 발휘하고 싶어 한다는 본성을 건드려 인간은 누구나 빌런이 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시나리오에 깊이감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자신을 이성적으로 제어하긴 했지만 완다가 영웅이라서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봅니다. 내가 완다라면 그런 선택을 내리진 않을 거 같아요.
세계 아니 우주를 내 발아래로 두는 힘이 있는데 그걸 누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완다의 마지막 선택, 다크 홀더의 근본을 무너뜨린 연출은 자신의 힘으로 잘못된 선택을 저지른 후회를 지우는 것과 동시에 히어로서의 면모를 지켰다고 봅니다. 비뚤어진 모성애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지만 단순히 빌런을 더 큰 힘으로 싸워 이기는 것보다 스스로 잘못을 저질렀다는 알아가는 점에서 스토아학파 철학을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전 봅니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영웅조차 깨달음을 얻으려면 스스로 시련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걸 전 오히려 중요하게 느낀 지점이었어요.
#너에게 묻는다. "행복하니?"
같은 대사가 반복되는 영화였습니다. "행복하니?"라고 주요 인물들마다 물어봅니다. 인상 깊게도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 행복이 뭐다 정의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반려묘(고양이)를 잃은 조연은 닥터스트레인지에게 묻습니다. 그 선택이 최선이었냐고(엔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 말고도 희생한 게 많았습니다). 닥터스트레인지는 표정 변화 없이 그렇다고 합니다.
벤담의 공리주의가 떠오르네요. 누구를 살릴 것인가 문제에서 다수를 살리는 게 스트레인지의 선택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영웅에게 반문을 하죠. 굳이 왜 이런 장면을 넣었을까 싶었는데 요즘 시대에는 개인의 희생이 민감한 문제로 한 번 짚어준 듯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행복하냐고 계속 묻습니다. 관람객에 말하는 듯이 말이죠. 이 부분도 감독의 의도일까 생각해 보다가 마블 스토리 시나리오 담당자의 개성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속 시원하게 답변을 내리지 못한 행복이란 주제에서 여지를 둔 건 역시나 스스로 답을 찾아가라는 스토아학파 철학이 녹여들어가 있다고 봐야겠네요.
주변에서 많이들 하다못해 유튜브 요약 편이라도 봐야 한다고 강조를 하셔서 그런지 보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우려와는 다르게 가볍게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는 제겐 와인 같더군요. 와인의 빈티지를 보고, 원산지를 확인하고 어떤 요소들을 공부해서 알고 마시면 더 맛있다고들 하죠. 마블 영화도 이제는 이런 '취향화'로 덕질을 유도하는 듯한 시도는 참 가볍게 즐기려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마블이 욕심을 내려고 많이 노력은 했습니다만 글쎄요.
마블의 영화가 흥행했던 아이언맨에서 우리는 영웅과 화려한 그래픽,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를 2시간 동안 즐기길 바랬지 이렇게 숙제하듯 영화를 바라보는 게 전 썩 맘에 들진 않았습니다. 앞으로 마블이 어떤 식으로 영화를 찍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들만의 세계관에 발을 딛기는 저는 아직 덕후가 아닌가 봅니다.
한줄평 : 그래픽 맛집! 마블의 새로운 시도가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