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박탈된 아이의 생존 서사

손원평, 『아몬드』를 읽고

by 고독일기




공감도 지능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작가는 자기 안의 이야기를 길어 글을 쓴다고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때쯤 이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며 전략을 구상하고 펼친 책인 양 그 시기에 꽂힐만한 글을 정말 잘 쓰는 거 같다. 정규/비정규직 차별과 고용불안을 담은 '서른의 반격' 그리고 이 책 아몬드. 개인화, 파편화되고 있는 각자가 고립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면대면으로 주고받는 감정을 점점 잃는다는 걸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말이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소년을 풍부하게 채워주는 묘사다. 짧은 문단 안에 간결한 문장 호흡이 주는 강렬한 문체에서 에너지를 뿜어 소설 내내 기승전결까지 독자로 하여금 몰입하게 하는 감정선을 끝까지 끌고 간다. 단순히 소년의 성장기가 아닌 사회 전반에 깔린 문제의식과 나에게도 감정이 없는 게 아닐까?라는 무의식을 건드려 책을 좀 더 몰입하게 읽게 해주었다. 한마디로 재밌었다.



잊힌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주인공이 감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내 안에 있던 돌덩이도 쓸려갔다. 책을 덮으면서 한참 잔잔한 시간을 보냈다. 가슴속에서부터 묘한 카타르시스가 일어난다. 거울을 보니 책표지에 있는 소년의 얼굴과 나의 표정이 비슷해 보인다. 언젠가부터 슬프다. 기쁘다. 즐겁다. 안타깝다. 이런 단어들이 많이 내 안에서 사라졌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몬드를 사러 가야겠다. 아삭아삭 곱씹으면서 내 안의 돌덩이를 떠올려야지.




한줄평 : 내가 주인공이라도 필연적으로 냉소해지지 않을까? 짧지만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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