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단식이 정말 가능하다고?

브런치북 대상작, 『소비단식 일기』를 읽고

by 고독일기



갑자기 벼락거지가 됐다고? 아닌데?



2020년, 21년 코로나로 한산해진 거리를 비웃듯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활황이었거든요. 부동산 아파트 가격은 신고가를 연일 갱신해 뉴스에 방송됐고, BTS 빅히트 엔터테인먼트(現 하이브)와 엘지에너지솔루션의 주식을 공모를 했을 때는 모임에서 저 빼고 다 신청했더라고요. 주식 차트가 불을 뿜어대던 시기가 지나고 나서 후폭풍이 찾아왔습니다. 날마다 식당 메뉴판 가격이 달라지는 고물가에 백화점에 줄을 서서 명품을 구매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당당치킨에 열광하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로 떠들썩했던 시점에 브런치에서 이 책을 브런치북 9회 대상작으로 선정해 출간했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소위 돈 복사가 이루어진 시류에 역행하는 듯한 작품 선택에 대담함이 느껴졌어요. 요즘에는 화려한 빛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려 합니다. 각종 투자 기법과 성공소식에 피로감을 느낀터라 소비단식 일기는 빛을 쫓지 않는 다수의 사람들 즉, 저같이 투자 트렌드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크게 힘이 되는 책입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위안이 되거든요.



그치만 위로만 받아서는 저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헤아리지 못해요. 직접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책을 처음 읽으면서 내용이 그저 쉽다고 느꼈던 건 남의 이야기만 듣고 생활습관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브런치 선정 대상도서가 된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면서 두 번째 읽을 때는 제 소비형태와 금액들을 정리하면서 과소비 습관들을 추렸습니다.





소비패턴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


1. 의외로 앵겔 지수가 높다 : 나름 소식한다고 생각했지만 식음료 지출비용이 월급의 상당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배달시키는 빈도는 적지만 금액이 컸고 매일 마시는 커피가 비용은 작지만 월 단위로 모아보면 꽤 만만치 않았어요. 또 퇴근길에 편의점을 들러 과자와 맥주를 사가는 편털이 모드가 평일에 자주 발동되어 간식비로 텅장을 많이 잡아 먹더라고요.



2. 구독하는 서비스가 많다 : 쿠팡, 네이버 멤버십, 넷플릭스, 클라우드 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콘텐츠 구독 등 매월 정기적으로 결제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지출이 야금야금 있었습니다.



3. 결제가 너무나 쉽고 물건이 빠르게 온다 : 스마트폰에서 손가락 몇 번 터치만으로 구매가 되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배송이 오니 충동성 구매가 잦아집니다. 결제 단계도 점차 간소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처음에는 소비습관을 정리하는 게 불편했어요. 소비를 단식하면 내 삶이 초라해 보이지 않을까 자존심이 쫌 상했거든요. 막상 지출내역을 적어보면서 불필요한 서비스도 많고, 소소하게 느꼈던 구매들이 쌓여서 한 달에 많은 지출을 맡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는 본격적으로 소비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실천이 어려웠어요. 쓸 곳만 확실히 쓰자고 다짐부터 했습니다. 배달하는 야식 비용을 줄이면서 잘한 나를 위해 좋아하는 책을 사고, 번잡한 술자리를 줄이는 대신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있어요. 브런치에 일기장처럼 글을 쓰는 것도 소비단식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1인 가구에겐 낯선 이야기, 그럼에도 의미있는 도전기




저자는 남편과 자식이 있는 가족을 꾸렸기에 그 기준으로 소비단식을 수행했습니다만, 집에서 반찬 지원을 받고 있는 맞벌이 가정이라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같은 1인 가구 사람들에게는 반찬은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큰 보탬이거든. 가족이 함께 있으니 정서적 지원을 든든히 받는 환경도 부러웠어요. 소비단식을 장기전으로 해내려면 주변에 함께 뛸 페이스메이커가 있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브런치 대상을 받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일단 진솔했습니다. 경영학 박사학위가 있는 저자는 이력과 다르게 글을 참 편안하게 썼습니다. 논문에서 볼 법한 경영학, 경제학 용어는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죠. 주변에 있는 듯한 흔하디 흔한 보통 사람의 모습으로 소비단식을 일지로 써서 내용이 쉽게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생각할 법한 주제지만 아무나 쓸 수 없는 소비단식이라는 실천과정을 일상에 녹여내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한마디로 말만 뻔지르르하게 한 사람보다 100배는 멋진 사람이라는 거죠.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글귀들을 모았습니다. 무리한 지출을 고민할 때마다 읽어보려구요.




인상 깊었던 글귀들


- 소비를 줄이려면 소비보다 '마음'을 채우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환경도 강제되어야 하는 것 같다.


- 겉모습으로 타인에게 내 정체성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강하게 느꼈다. 사람의 정체성은 자존감, 그리고 소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 나는 이미 없으면 안 되는 것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 '빈 마음'을 소비로 채우려 했다.





소비단식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 책은 독자가 완성시켜야 합니다


읽고 삶이 바로 바뀐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소비단식을 직접 실천하는 건 쉽진 않지만 이 책을 덮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받았습니다. 소비하는 순간들을 떠올려 적어보면서 내가 어떤 삶을 욕망하는지 들여다볼 시간을 보냈어요. 소비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만한 게 없잖아요? 몸을 만들기 위해서 PT를 받는 것도 좋지만 나의 정신건강 나아가 사회적 건강을 두루두루 살피는 지표로 소비패턴을 한 번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줄평 : 카드 명세서가 무거운 이들의 삶이 가벼워지길 바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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