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의 유품들
엄마는 해피가 떠난 이후로 바쁘게 집안을 청소하셨다.
해피는 털이 엄청 날려서 부모님이 검은 옷 입는 걸 꺼려하실 정도로.
본가에 방문해보니, 해피의 밥그릇과 침대계단이 모두 정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엄마, 해피의 목줄은 어떻게 하려고?"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으셨다.
"다 정리해야지 뭐."
엄마는 해피의 흔적을 볼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고 하셨다.
그래서 해피가 연상되는 물건들은 빠르게 정리하고 계셨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반대다.
해피가 썼던 목줄이나 밥그릇, 털이 잔뜩 엉킨 빗들, 해피의 떠다니는 털들을 간직하고 싶었다.
버리려고 넣어두신 밥그릇과 아직 현관에 걸려있는 해피의 목줄을 모두 쇼핑백에 챙겼다.
그리고 듬성듬성 청소되지 않은 해피의 털뭉치를 몰래 주워담았다.
"그걸 왜 챙기는거야?"
"해피의 털이라도 갖고 있어야 나는 마음이 더 편해"
이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는 숨은 그림 찾기 하듯이 집안과 옷에 묻어있던 해피 털들을 찾아내셨다.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털들을 모았다.
엄마는 사실 해피의 털을 청소하면서도 눈물이 나셨다고 한다.
그런데 나와 엄마가 함께 해피 털을 찾다보니 오히려 해피의 '털'은 슬픔의 상징이 아니라 숨은그림 찾기 처럼 일종의 놀이가 되어버렸다.
작은 틴케이스에 모인 하얀 털뭉치.
오랜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을 해피의 흔적 그 자체.
해피의 유품들을 집으로 갖고와서 종이박스에 예쁘게 담았다.
나는 해피의 흔적을 보면 눈물이 많이 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유품의 일부를 일정기간 갖고 있다가 정리하는 건가 싶다.
목줄에는 해피의 냄새가 깊게 배어있다.
빗에도 해피의 털이 엉켜있었다.
요즘도 그 박스를 열고 있을 땐, 시간이 정지된 거 같다.
내일 일은 모른다던데, 정말 하루 아침에 해피는 우리 곁에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남은 건 해피의 밥그릇 2개, 가지고 놀던 장난감, 털뭉치 조금과 오래 쓴 목줄이 전부였다.
그 흔적들이 더 그리움을 불러올 수 있지만, 그래도 간직해서 좋다.
엄마는 엄마의 방식대로 슬픔을 이겨내고,
나는 나의 방식대로 해피를 간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