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실력이다

사랑유지력

by 고도띠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이야, 너 능력있다."


여러 번의 연애를 하고,

다양한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여러번의 이별을 겪은 후

다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

정말 능력자일까?


누군가에게는 사랑에 빠지는 것 조차 쉽지 않기에,

다양한 연애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사랑에 빠지는 것은

사랑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인 것 같다.


초반의 그 설렘과 떨림,

원치 않는 긴장감과 각성.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황홀감.

이건 어쩌면 인간이 사랑에 빠지면서 느낄 수 있는

호르몬 작용의 일부이며, 종족번식이 내재되어 있는

본능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현상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는 건 그 상황이 안왔을 뿐이지,

상황에 놓인다면야 누구나 쉽게 빠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과 똑 닮은 사람이

나와 같은 환경에 있어서 매일 볼 수 있다해도 설레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누군가에게 빠져들 때는

그저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취해있게 된다.

그리고 이번 사랑은 운명 같다고 느끼게 되며,

왠지 이 사랑이 식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설령 위기가 찾아온다해도

이정도의 설렘이라면야

모든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우리는 처음 그 열정 그대로

사랑을 유지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에 대한 호기심, 신비로움,

갖고 싶은 욕망이 사그라든다.

그리고 점차 상대의 단점이나 망가진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내가 생각하던 사랑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지나가곤 한다.




나는 사랑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는가?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은

도파민에 취해있는 설렘, 긴장, 호기심인가?

아니면 그냥 말없이 바라만 봐도 편안한 감정인가?

또는 성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열정인가?

그게 아니라면 신뢰와 연민이 혼재하는 감정인가?


권태기라는 감정도 느껴보고, 그걸 넘어본 경험이

있어야 그 뒤에 따라오는 깊은 사랑의 여운을

깨달을 수 있는 것 같다.


최대 2년정도까지 유지되는 그 도파민이 끝나자마자

'아 내 사랑은 이제 끝났구나'라고 결론 짓고

또 다른 도파민을 다시 찾아 나서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사랑의 본질이라기보단

한 때의 타오르는 열정이나 즐거움과 같은 불꽃축제만

동경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축제는 아주 잠깐일 뿐이다.

불꽃이 모두 타 없어진 후에도 우리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그 삶에도 희노애락은 존재한다.

꼭 열정적인 불꽃색이 아니어도 말이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권태기가 아닌 정말 사랑이 끝났다는 감정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것도 분명 필요하다.


누군가는 밥먹는 모습이 꼴보기 싫어질 때야

진짜 사랑이 끝났다고 한다.

누군가는 상대방이 다른 이성과 같이 있어도

질투가 나지 않을 때 사랑이 끝났음을 느낀다.

어떤 이는 더 이상 상대방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어

싸우지도 않게 되는 그 순간이 사랑이 끝났다고 한다.


나에게 사랑이 끝나는 시점은,

더 이상 상대가 나를 위해 애써주길 기대하지 않게 되어

기분이 나빠지지도 않는 그 시점일 것 같다.


또는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행복보다

그 사람의 고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로 인해

나를 옥죄어오는 답답함과 절망이 더 클 때,

그때서야 이별을 고하게 된다.

사람은 고치기 어려운 게 맞다.




다만, 맞춰가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 사람의 근본적인 성격, 인성, 성향은 고칠 수 없다해도

서로 사랑을 이어가고자하는 의지가 있다면

다투는 방식(바로 풀거나, 나중에 풀거나)이라든지,

서로 조심해야하는 부분 등을

충분히 논의해서 맞춰가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나면 반드시 충돌하는 순간이 오는데

무조건 싸우지 않는게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싸우더라도 잘 푸는 커플이 더 건강하게 오래간다.


이런 것들이 다 귀찮으니까

그냥 조금만 안맞아도 헤어지거나

금방 실망하고 지레 짐작해버린다.

그리고 혼자 결론 내리고 마음을 정리한 뒤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한다.

이런게 바로 회피형 애착유형이다.


이렇게 짧은 연애를 자주 했다고 해서

그게 늘 사랑의 기술을 올려주진 못한다.

물론 장기연애자라 해서 사랑의 기술이

무조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사랑을 오래 유지해본 경험은 분명히 필요하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정리하는 것도 맞지만

괜찮은 사람과의 사랑은 그 도파민 작용이 끝났다해도

그 이상의 옥시토신이 주는 사랑도 경험해볼법하다.


물론, 여태 만나온 사람들이

괜찮은 사람이 1명도 없었어서

아니다싶으면 바로 끊어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여러명 중에 단 한명도 괜찮은 사람이 없었다면,

주변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그런 사람에게 잘 빠지는

타입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결국 내가 느끼는게 진짜 사랑인지

권태기가 뭔지, 일시적인 도파민 작용인지,

나에게 사랑이 끝난건지를 명확히 알려면


다양한 사랑을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사랑에 대해 정의해볼 수 있다.


막연하게 연애를 여러번 해봐야 된다거나

한 두 사람만 오래 연애해봐야된다는 것이 아니다.


우선 앞전에 서술했던 나의 애착유형에 대해,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먼저 파악하고

길고 짧은 연애도 해보고, 권태기도 겪어보고,

그 권태기를 이겨내보기도 하면서,

사랑의 기술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정말 좋은 인연을 만났을 때

더 성숙한 사랑으로 놓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결혼까지 간다면 정말 잘한 결혼이 될 것이다.


요새 결혼하면 힘들다지만,

정말 결혼을 잘하면 확실히 행복도는 훨씬 오르는게 맞다.

만약 내가 결혼에 뜻이 있다면,

의미없는 잦은 연애보다

진정한 나를 파악해서 사랑의 기술을 높여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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