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프로 잡일러로 살아남는 방법_PR 편
세 달 안에, 우리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ICO라는 것을 진행해야 해요.
그 규모는 몇 백억 단위가 될 거예요.
"읭? 지금 1인 마케터만 있는 이 곳에서, 설립한 지 한 달도 안된 이 곳에서, 당장 세 달 뒤에 토큰을 그것도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팔라니요? 제가 잘 못 들었나요?"라는 말을 할 새도 없이 해야만 했다.
당장 각종 SNS를 계정을 만들고(이 내용은 SNS 심폐소생시키는 방법에서 공유할 예정), 홍보라는 것을 시작해야 했다. 나는 이전 회사에서도 그냥 살면서 홍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석사 진로를 고민할 때, 잠시 언론홍보학을 지원할까 고민해본 것 말고는) 근데, 당장 3개월 뒤에 전혀 인지도가 없는 업체의 토큰을 팔기위해서는 기업의 인지도 +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홍보가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 좋은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어도, 아무도 이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가치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 채널을 통해 아무리 "우리 좋아요. 믿고 투자하세요!"라고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이에 대한 고민을 하던 나는 '결국, 초기 스타트업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의 의견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했고, PR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PR의 P도 경험해본 적이 없던 나는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법도 기자들의 연락처도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심지어, 어떻게 메일을 보내야 할지 조차도 잘 모르고 고민하던 나였으니깐...) PR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미디어 커버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름 있는 미디어가 신생업체인 우리를 그냥 써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 회사에 대해서 전혀 알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그 당시(2017년 중반)에는 전혀 알려져있지 않았다.(2017년 말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통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블록체인'을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으니, 정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자분들도 잘 알고 계시지 못하는 '블록체인'이라는 것을 과연 어떻게 설명하고, 그들로 하여금 이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나는, '블록체인'이라는 키워드로 접근하기보다는 우리 회사의 또 다른 키워드인 '의료'로 접근해서 이야기를 풀었다. 일단 내가 생각하는 '회사가 세상에 줄 수 있는 변화'에 대해 쉽게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어떻게 '블록체인'이라는 생소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여러 개념에 빗대어 스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터넷을 켜고 '의료'라고 검색을 해서 나오는 기사들 중, 이런 이야기를 정말 흥미 있고 깊이 있게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이 드는 기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에게 무작정 메일(보통 기사 하단에 기자의 메일이 표기되어 있다.)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완전 초기 단계라 일이 많지 않던 시기라, 메일 하나하나 그 기자의 기사에서 어떤 부분이 특히 유익했고, 어떤 부분이 우리 회사의 스토리와 fit이 잘 맞을 것 같은지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해서 작성했다. 그렇게 약 56개 정도의 각 기사에 커스토마이징 된 메일을 작성한 후, 내가 생각하는 우리 회사 기사의 방향(기획기사)과 회사에 대한 소개서를 함께 첨부해서 송부했다.
두근두근...
그렇게 송부한 56개 중, 과연 몇 분의 기자에게 답장을 받았을까...?
그중 한 10건에 대한 답장을 받았고, 이에 맞춰 인사드리고 싶다며 기자들과의 미팅을 잡았다. 나의 정성이 먹히기 시작한 것이다.(정말 이분들에게 아직도 감사하다.) PR에 대해 1도 모르지만, '어떤 분야이든 정성과 진심은 항상 효과를 본다.'라는 신념을 가지고 접근한 결과, 하나씩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답변을 주신 정말 은인과 같은 기자분들을 찾아뵙고 하나씩 회사의 비전과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설명을 드리며(미팅 전날이면, 블록체인 기술을 공부한 지 한 달 남짓 한 초보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줄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밤새워 공부를 해가곤 했다.), 기자님과 함께 교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정말 우리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주시기 시작했고, 그렇게 함께 블록체인에 입문한 기자분들은 이제는 함께 산업에서 성장하여 서로의 근황을 나누는 친구가 되었다.(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된 부분은 좋은 인연을 만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회사의 비전에 공감해주신 몇몇 기자분들이 정말 멋지게 회사에 대한 기사를 만들어주셨고, 이는 금방 사람들의 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사실, 블록체인 기업의 특성 상, 프로덕트가 만들어진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참 기사에 담을 내용이 없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블록체인 기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 미래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연 미래의 가치를 어떻게 판단할까?'라는 질문을 했고, 그 질문의 답은 1) 이것을 만드는 사람 2) 프로젝트의 계획이었다.
정말, 다행이게도 두 명의 대표가 있는 우리 회사는 사람에 대한 스토리가 매우 유니크하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젝트라면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신뢰할 수 있을 만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의료'와 'IT'분야 말고도 사람을 다루는 미디어 '한경 JobsN' 혹은 'job n joy'를 대상으로 파운더 스토리를 제작해서 접촉하기 시작했다.(내가 처음에 멘땅에 해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말, 다행히도 몇몇 기자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고, 이 흥미로운 스토리를 멋진 사진과 함께 만들어 주셨다. 이렇게 몇몇 미디어에 풍부하고 다양한 스토리로 커버되고 나니,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Forbes까지 커버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처음 한 두 군데에 커버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 이후에는 커버된 레퍼런스를 가지고 제안하니 훨씬 많은 곳에 커버될 수 있었다. 아직도 나는 많으면 한 달에 다섯 곳(PR만 하고 있지 않아, 이 이상 여유를 내기는 어렵다.)의 새로운 기자에게 연락을 한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대해 알린다. 이는 PR 담당자로서 게을리할 수 없는 부분이다.
PR은 관계의 연속이다. 이 관계는 회사의 가능성을 믿어주는 기자와의 관계이며, 더 나아가 대중과의 관계이다. 처음 관계 형성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처음이 좋으면, 그에 대한 기대도 크듯이 꾸준히 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번 커버가 완료된 후에는 혹은 미팅을 마치고 온 날이면, 나름의 메모를 꼭 잊지 않는다. 이 리스트에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성향 혹은 은혜(?!)를 기록해 놓고 다음 만남 혹은 접촉 때 꼭 언급하려 한다. 절대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그들이 가치를 알아봐 주고 함께 홍보를 해줬듯이 나 또한 그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꾸준히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아직도 소식이 있는 날이면, 나는 메일 작성에 가장 공을 드린다. 메일의 포맷을 몇 번을 바꿨는지 모른다. 한 번에 보내야 하는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관계에 감사하며, 어떻게 하면 기자분들이 편하게 이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한다.(메일 작성 방법은 이후 포스팅에서 공유하도록 하겠다.)
내가 권장하는 리스트업 방법은 미디어를 각 산업별로 나누고, 각 미디어에서 커버된 내용 그리고 관계에 대해 꾸준히 서술하여 관리한다. 그리고, 꼭 미팅을 진행하기 전에 그 내용을 확인하고 참석한다. 관계는 노력하기 나름이다.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자세한 보도자료 작성 방법을 가지고 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