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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Nov 05. 2019

날카롭게 업무분장하기.

스타트업에서 프로잡일러로 살아남기_팀장편

내가 다니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쿨하고 싶어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래서 입사때부터 직급이 없었고 모두 매니저라는 직급으로 일했다. 직급이 있는 사람은 대표뿐 모두 같은 직급에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형태로 일을 진행해왔다. 그렇게 직급이 없는 상태로 1년반을 진행해왔고, 팀은 어느새 4명이 넘어갔다.(회사는 30명을 넘어갔다.) 그리고 어느날, 워크샵에서 대표는 중간관리직을 깜짝(?!) 발표했고, 나는 얼떨결에 팀장이 되었다.(물론, 대충 언질은 받아 알고 있었지만, 얼떨결이라 표현하고 싶었다.)


일년반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아무것도 내 선에서 결정할 수 없었다. 항상 대표님에게 컨펌을 받아야했고, 일이 생기면 팀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서로의 일을 알아서 분담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도 직함이 생겼다. 내 이름과 내 직함을 달고, 권한과 책임을 동일시 하는 꿈에도 그리던 직함이 생겼다! 너무나 팀을 잘 이끌어 가고 싶었고, 사수가 없어서 내가 느껴야만 했던 그런 아쉬움들을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수평적인 문화에서 수직적인 문화로 가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수평적인 문화에 익숙해 있던 나와 팀원들은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다. 나 조차도 업무를 지시하지 못했으니깐. 내가 가장 먼저 도입한건 ‘세부업무분류’였다. 보통은 직무를 특정하고 회사에 입사하지만, 스타트업의 특성상 마케팅이라는 범주는 ‘개발빼고 다’였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다양한 업무가 산발적으로 들어왔고, 이는 특정한 기준이 없이 눈치로 가져갔다. 명확한 업무 분장 없이는 그에 대한 크레딧도 명확하게 줄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었고, 팀장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정의하고 싶었던 건 각자의 업무였다.


다행히 나는 광고집행부터 보도자료 배포까지 모두 하는 1인 마케터로 시작했기에 모든 업무의 로드와 내용을 알고 있었고,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모든 세부 업무를 적었다. 그리고 장장 4시간이 넘는 회의를 열어 세부 업무의 각 담당자를 지정했다.


모든 업무에는 주담당자와 부담당자를 설정했다.

여기서 주담당자는 담당하고 있는 모든 업무의 의사결정자이며, 업무시행 3일 전에는 부담당자에게 해당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한다. 모든 업무는 스프레드 시트에 적힌데로 주담당자에 의해 집행되고 부담당자에 의해 크로스체크 받아야한다.


팀장이라고 예외는 없다.

모든 팀원은 한 개 이상의 주담당 업무를 배정받고 직급과는 관련없이 부담당자에게 업무 피드백을 받아야한다. 시간은 무조건 3일 전에는 완성하여 피드백 요청을 해야하고, 이 모든 과정은 노션과 슬랙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업무의 책임과 권한은 실무를 진행하는 개개인에게로 돌아간다. 어떠한 실수나 잘못이 발생해도 누구의 잘못인지 어떤 과정에서 미쓰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진단 가능하다.



매분기, 격월마다 추가 업무 분장에 대한 니즈를 파악한다.

스타트업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업무가 생겨나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어떤 업무는 한번에 몰리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업무강도가 팀원들 사이에 고르지 않을때도 있다. 이를 주기적으로 잘 조사하고 고루 배분하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다. 이를 위해 격달로 설문지를 배분한다. 이 설문지는 팀 운영대한 만족도와 업무분장에 대한 만족도를 정량적인 수치로 작성하도록 한다.(10점 척도)


단순히 평가만은 받는 것이 아닌, 불만 혹은 새로운 것에 대한 제안도 함께 받는다.

평가는 설문지 실시 때마다 공유하고 지난 조사에 비한 변화치도 측정 공유한다. 그리고 다양한 평가, 새로운 제안등의 결과를 종합하여, 다음 한 달동안 도입하고 수정할 내용들을 선정한다. 이는 마케팅 정기회의에서 공유한다. 이는 팀원들로 하여금 설문조사가 일종의 요식행위가 아닌 팀의 발전을 위해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가장 공평하지만, 가장 투명해서 자신의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바로 들어날 수 있도록 날카롭게 업무분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개개인의 성장에도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편에서는 분기별 회고에 대해 공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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