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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Oct 11. 2020

일상이 마케팅이다.

스타트업에서 프로잡일러로 살아남는 방법_마케터편 

얼마 전, 네스프레소 기계를 구매했습니다. 필자는 네스프레소 기계를 들이기 위해 3년을 고민했습니다. 마케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프린터기’ 판매 전략이 있습니다. 본 제품인 ‘프린터기’의 가격은 거의 원가 이하가 될 정도로 낮게 측정하여 처음 유입장벽을 대폭 낮춘 후, 소모품인 ‘잉크’의 가격을 상승 시켜 손해를 만회하는 전략입니다. 필자는 네스프레소도 ‘저가 프린터기’와 같은 전략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구매를 망설였습니다. 소모품인 캡슐커피로 인해 네스프레소에 평생 노예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네스프레소의 ‘저가 커피머신’ 전략은 저에겐 통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드립 커피에 싫증을 느끼고 반자동 커피머신을 검색하던 저에게 ’크리아티스타(*이미지참고)’가 ‘집에서도 간편하게 라테 아트 커피를 즐겨보세요.’라는 카피로 노출이 되었을 때 필자는 넘어가 버렸습니다. 

세척은 간편하면서 라테아트까지 할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출처: 네스프레소 공홈)


코로나로 인한 장기 재택근무로 인해 커피머신에 대한 니즈는 크게 증가했고 카페에 가지 않아도 카페 수준의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고 싶지만, 세척과 관리에 부담을 느낀 워킹맘에게 쉽고 빠르게 다양한 원두를 맛볼 수 있도록 제작된 네스프레소의 머신은 아주 구미가 당기는 광고였습니다. 게다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반자동 커피 머신에 비해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인테리어를 중요시하는 마케터에게도 전혀 손색없는 스틸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크리아티스타’는 최적의 타이밍에 최고의 제품을 딱 맞는 타깃인 저에게 노출되었습니다. 만약 네스프레소에서 주로 광고하는 다른 저가 커피머신이 노출되었다면 언제나 그랬듯이 가볍게 스킵했을 것이지만, 이 광고는 3년 동안 움직이지 않던 필자를 구매까지 이끌었습니다.  


캡슐머신을 구매한 이야기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냐고요?  


타 프로덕트의 유저가 되어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 순간 모두가 마케터에게는 소중한 공부가 되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터라면 ‘누구에게 이 물건을 팔지’도 중요하지만, '이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구매하도록 이끌까?’에 대한 고민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자에 대한 고민의 경우, 어느 정도 업무나 판매 루틴이 익숙해지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타깃군에 맞춰 광고 카피를 만들고 채널을 선정하고 집행하게 되는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물건을 사지 않는 사람을 장바구니 앞까지 데려다 놓는 방법’은 마케터로 하여금 무궁무진하고 끝이 없는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해당 물건에 관심이 없는 유저를 선별하고 분류하는 작업부터 그 원인을 파악부터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결국, 네스프레소의 마케터는 이 고민을 지속한 결과 3년 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워킹맘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때론 단순해 보이는 의사결정 과정을 유저의 입장이 되어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포인트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치다 보면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던 포인트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경험과 교훈을 본인이 진행하는 브랜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유저의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 마케터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과정이며 주기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직접 유저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해당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를 통해 FGI(Focus Group Interview)와 비슷한 형식의 인터뷰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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