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늘보 Oct 25. 2020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을 느낍니다.

혼자 하는 생각

아이가 어느덧 5살, 아이가 자라나는 예쁜 순간 하나하나가 아쉽다. 뽀송뽀송하던 아이의 발꿈치에는 어느덧 딱딱한 굳은살이 붙었고, 우유냄새를 풍기던 아이의 살에서는 하루 종일 뛰어논 땀냄새가 진동한다. 내가 없이는 앉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던 아이는 이제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도 간다.


울거나 웃는 표정만을 하던 아이는 이제 이유 없이 화를 내기도 하고 생떼를 부려 혼나기도 한다. 밥보다는 과자를 좋아하고 젤리를 먹기 위해 온갖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엄마가 다른 아이에게 관심을 주면 저 멀리서 놀다가도 달려와 엄마품에 안겨 엄마를 독점한다. 가족이 모이면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하기도 하고 아이가 키우고 있는 상상 속의 아기 꿀벌에 대한 장황한 스토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런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도 소중하던 찰나에, 문득 부모님의 얼굴이 보인다. 나의 소중한 시간이 우리 부모님한테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 어느새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신들에게도 지금  순간이 소중한 것처럼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을까?

나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계시는 부모님

나의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는 이 시선 가장 끝에는 항상 부모님이 계셨다. 그들도 내 발꿈치에 생긴 첫 굳은 살을 보면서 처음 유치원 학예회를 보면서 소중한 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을 텐데, 내 순간만을 바라보다 보니 부모님의 추억은 마치 딴 세상의 추억인 마냥 살았다. 나와 아이의 삶이 바쁘고 소중하다는 핑계로 드문전화에도 살갑게 받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힘든 일 있을 때만 전화해서 위로받으려 하고 그들의 힘든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내가 부모가 될 자격이 있을까?


내 소식에 가장 기뻐하시고 나의 힘듦을 가장 마음 아파하시는 부모님을 잊고 살았다. 내가 그러하듯이 그들도 매일 밤 자식 얘기를 하면 도란도란 밤을 새울 텐데 나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내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의 세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서운함도 감춘 채 기뻐해야만 했을 그 마음을 미쳐 헤아리지 못했다.


내가 그들의 나이가 되어 아이의 새로운 세상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복할 ,  감정을 조금 느낄  있을까?


내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님과의 시간은 점점 더 짧아진다는 것을 왜 이제야 알았을까. 나의 순간을 가장 기쁘게 간직하고 계실 부모님께 내일을 전화나 드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너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