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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Dec 06. 2020

세상에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열다섯 번째

요즘 엄마는 ‘카이로스’라는 드라마에 푹 빠져있어.

드라마 주인공은 잘 나가는 건설회사에서 최연소 이사가 되어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어. 그러다 보니, 다른 임원들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있지. 토끼 같은 딸아이와 여우 같은 와이프와 행복한 생활을 이어 가던 도중, 아이가 납치되고 살해되면서 와이프까지 함께 잃게 돼. 주인공은 하루아침에 180도 달라진 현실에서 이를 되돌리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이야기야. 고민이 많은 요즘 엄마는 드라마를 보는 동안, 위기에 빠진 주인공에 이입되어 잠시 엄마의 복잡한 생각을 잊어버릴 수 있어.(사실, 나보다 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빠진 주인공을 보며 위로받고 있는지도 몰라) 이마저도 아직 방송 중이라 빨리 따라잡기 않기 위해 조금씩 아껴보고 있단다.


이 드라마를 보며, 행복한 가정을 잘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해. 하지만, 고민에 홀로 깨는 새벽이 되면 다시 엄마는 세상에 홀로 서있는 기분에 마음이 서늘해진다.


너의 숨소리만 새근새근 들리는 새벽 4시 반, 며칠 째 새벽에 깨어 생각을 한다.


매년 말이면 일 년을 뒤돌아보며, 일 년 동안의 일들을 돌아보곤 한단다. 일 년 동안의 많은 변화를 돌아보며,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해. 하지만, 올해 겨울밤은 유독 고독하게 느껴지네. 많은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통 또한 혼자 이겨내야 하는 과정인걸 알지만, 새벽이 참 외롭다고 느껴진다.


엄마를 항상 걱정해주는 아빠와 쉴 새 없이 애교를 퍼붓는 네가 있지만, 이 사늘한 새벽의 공기는 오롯이 엄마가 혼자 맞이해야 하는 시간이야. 예상치 못한 변화와 새로운 고민을 맞이하며, 연말 ‘홀로 새벽’을 경험하게 되었어.(사실 엄마는 머리만 닿으면 바로 잠드는 ‘축복받은 잠의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정말 가끔 고민이 생기면 이렇게 ‘홀로 새벽’을 맞이하곤 해)


‘홀로 새벽’을 맞이하며, 이 시간이 훌쩍 지나 고민이 해결된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


며칠 동안 이 시간을 맞이하며, 엄마가 내린 결론은 ‘결국 이겨내지 않아도 지나갈 일들’이라는 거야. 근데,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지금은 그게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고 위로가 되지 않아.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은 엄마에게 어떤 위로와 조언의 말도 들어오지 않을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 고민이 엄마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었든 아니든 별 고민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야.


분명, 이 고민도 더 성숙한 내가 되기 위해 맞이한 성장통이라는 생각을 할 순간이 올 거야.

그걸 알기에 이 순간의 고독을 엄마는 어떻게든 잘 즐겨보기로 했어. 네가 나중에 사늘한 ‘홀로 새벽’을 맞이할 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편지로 남기는 것도 그중 하나의 방법이라도 생각해.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나의 고민을 글로 적고 이를 통해 감정을 해소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알게 되었거든. 정말 잘 설계된 글이 아니어도 이렇게 글로 감정을 정리하다 보면 작게나마 생각 정리가 되더라고.


그렇게 엄마는 오늘 이 새벽에도 성장하고 있다.

더 성숙한 엄마로, 더 성숙한 사회인으로 말이야. 네가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네가 혼자가 아니란 뻔한 위로는 못해주겠어. 결국, 그 상황을 정리하고 최선의 방법을 가지고 극복해야 하는 것도 너이거든. 엄마나 아빠가 대신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물론, 엄마도 이런 시련이 올 때면 엄마의 엄마, 아빠가 나서서 멋지게 쨘! 하고 해결해주길 바랄 때도 있단다.) 하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어떤 결과를 맞이하던 너의 편에서 너를 응원해줄 가족이 있다는 건 꼭 명심하길 바래.


너의 ‘홀로 새벽’은 가끔은 유난히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할 거야.

하지만, 그 시간도 지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아파하면 후회도 없어. 만약 네가 이런 시간도 없이 고민을 흘려보냈더라면, 나중에 너의 고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너를 괴롭힐 거야. ‘홀로 새벽’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만 해도 너는 너의 고민에 최선을 다한 거야. 그리고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낼 거야. 그러니, 한없이 우울해지기보다는 그 고통의 시간을 즐기기로 하자. 가끔은 엄마처럼 드라마를 보며, 인터넷을 보면 잠시 잊는 것도 방법이야. 세상의 답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기도 하거든.


한 달 뒤에 엄마가 십 년 뒤에 우리 아들이 이 글을 보고 ‘아, 그때는 그랬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결국, 너의 스토리는 ‘해피엔딩일거야.


엄마는 이제 새벽을 끝내고 잠시나마 잠을 청하러 가볼게. 벌써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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