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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늘보 Sep 20. 2020

너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엄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_열다섯 번째

이번 주말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신나게 뛰어다닌 너는 레고로 만든 기차를 손에 꼭 쥐고 잠들었어.


엄마는 사실 이번 한주가 너무 고된 한 주였어. 재택을 하다가 회사에 복귀하기도 했고, 외근도 많아 몸도 마음도 지친 한주야.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 주말에 너와 놀아주느라 쉬지 못해서인지 머리도 아프고 끊임없이 피곤하기도 하고 그러네. 아까는 차 타고 가던 5분 사이 잠깐 잠이 들었는데, 식은땀까지 막 흘리면서 잠이 들었지 뭐야. 아무래도 돌아오는 주에는 하루 반차라도 내고 푹 쉬어야겠어.


사실 몸이 고되기보다는 마음이 고된 지 오래된  같아.

엄마는 항상 효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왔어. 그러다 보니 무엇을 하면 그에 대한 결과가 명확히 나오는 것을 매우 중요시하는 편이야.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도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어. 분명 어렸을 때는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그 결과가 바로 나온다고 배웠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면 매우 당황스럽기도 해. 가끔은 결과를 기다리며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말이야. 마음이 조급 해지다 보면 또 조급한 마음에 조바심을 부리기도 하고 말이야. 가끔은 화가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 상황에 화가 나기도 하고 원인이 되는 사람을 찾기도 해.


그런데 말이야.

바로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때도 있더라.


가끔은 노력한 결과가 몇 개월 뒤에 나오기도 하고 몇 년 뒤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타나기도 한단다.  네가 지금 노력한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아도 그 노력들은 어딘가에 쌓여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길 바래.


세상에 가치 없는 노력은 없단다.


인생은 톱니바퀴

너의 노력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것일 뿐, 언젠가는 그 결과를 볼 수 있단다. 세상은 아주 멀리서 보면 무수히 많은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하나의 시계와 같단다. 가끔은 큰 톱니바퀴를 돌려서 시간을 움직일 수도 있지만, 그 큰 톱니바퀴를 돌리기 위해 아주 작은 톱니바퀴를 돌리고 있을 수도 있단다. 하지만, 그 작은 톱니바퀴들의 움직임이 모여 너의 삶이라는 시간을 움직이고 있단다.

지금 너의 노력들은 큰 시간을 움직이고 있고, 그 노력들이 모여 그 시간을 움직일 때에 비로소 너의 시간은 지날 것이야. 큰 톱니바퀴는 작은 톱니바퀴들의 움직임이 모여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이고, 너의 노력들은 지금 하루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래.


엄마도 요즘 그 시간을 기다리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단다. 하지만, 이 기다림은 가끔 엄마를 힘들게도 하고 화가 나게도 한단다. 그때마다 엄마는 잠시 눈을 감고 시계 소리를 들어.



시의 정각을 알리는 뻐꾸기 소리보다 엄마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고 위로해주는 초침의 소리가 오늘의 엄마를 버티게 해 준다.


자다가 악몽을 꿨는지 아빠를 안고 흐느껴 우는 너를 위로해주러 엄마는 이만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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