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의 둘째 출산기
비트코인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던 가운데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 많은 투자자들이 방황(?!)하고 있다.
코인 커뮤니티에서 누구는 ‘잠시 조정이 온 거니 지금 빨리 타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너무 많은 거품이 있었다. 이제 긴 하락장에 들어선 것이다.’라고 말한다. 각기 서로의 근거를 논리 정연하게 말하며 왜 본인들의 주장이 맞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열을 높이고 있다. 각각의 주장을 지지하는 세력(?!)도 생기면서 커뮤니티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핫하다. 나 같은 개미들은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라는 고만을 하며, 어느 한 곳에도 강력한 동의를 하지 못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사실,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은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특히, 부동산과 주식은 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만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를 반 발자국 먼저 캐치한 사람은 돈을 벌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크게 실패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다들 시장의 추이를 공부하고 엘런 머스크의 한 마디에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 투자한다는 뜻)을 하는 것 아닐까? 이런 불안한 시장 속에서 나도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시장가와 내 자산 총액을 보며 어느 날은 너그러웠다가 어느 날은 돈을 다 잃을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곤 한다.
만약 지금이 잠시 조정기라면, 지금이 기회일 텐데...
지금이 투자에 적합한 시기다?
만약 지금이 조정기라면 지금이 오르는 로켓에 올라탈 수 있는 막차다. 바겐세일에 있는 모든 코인을 영끌을 해서라도 사야 한다. 하지만, 만약 지금이 하락장의 시작이라면? 지금이 가장 최고점일 수도 있다.
둘째가 생긴 스타트업 워킹맘, 과연 잠시 인생의 조정인 걸까?
지금 이 상황을 보면서 참 내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고민을 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함께 밤새도록 토론해보고 싶을 정도로...) 공기업에서 칼퇴만 기다리며 적당히 일하던 내가, 생각지도 않던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되면서 매일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주말에도 스터디를 하며 고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몇 년을 열심히 노력한 결과, 1인 마케터로 입사했던 그곳에서 팀장으로 지금은 임원으로 연차에 비해 많은 인정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게 매년 초 새로운 목표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온 나에게 잠시 멈춤의 기간이 주어졌다. 올해 계획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팀도 이제 막 새로운 방향으로 날개를 달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으로 멈춤을 준비해야 했다.
이 상황이 나에겐 조정일까? 하락일까?
처음에는 인생에 하락장이 왔다고 확신했다. ‘하나도 아닌 둘을 키우면서 스타트업을 다닌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하는 끊임없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팀 세팅에도 마음이 조급해졌다. 앞으로도 우리 팀이 좋은 성과와 영향력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랐다. 나의 부재가 조금은 티가 나기를 원하면서도 없어도 아무 차질 없이 운영되기를 원했다. 조급한 마음에 임신소식을 알지도 못하는 팀원들에게 잔인할 정도로 아픈 피드백과 챌린지를 줬다.
어쩌면 내 마음이 하락장을 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온 조정에 당황했다.
조급한 마음에 주말, 주중 스터디도 4개나 등록을 하고 4월 시험도 등록해놓았다. 출산하기 전에 뭔가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일을 벌였다.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이 나를 덮쳤다. 앞으로도 출산 때까지 어쩌면 출산 후, 복귀해서도 이런 고민과 불안이 사라질지는 모르겠다. 혹은 이런 불안이 내 인생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한다. 이런 불안이 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나의 상황이 조정인지 하락장의 시작인지는 내일의 나에 달려있다.
만약 내일 나의 시장가가 더 높아진다면 지금은 가장 가격이 싼 조정 기일 것이다. 만약 내일 나의 시장가가 더 떨어진다면 지금이 최고점일 것이다. 결국, 조정장인지 하락장인지는 오늘의 내 노력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가 생긴 것을 확인했을 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둘째를 가진 지금 나의 인생은 과연 조정일까, 하락일까... 앞으로 내가 풀어야 하는 숙제이다.
글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첫째를 출산하고 100일 만에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5년이 지난 지금, 둘째를 가졌습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워킹맘으로서 둘째를 임신한 임산부로서 또 다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혹은 미래의 엄마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자 글을 씁니다.
1. 둘째를 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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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둘째 아이, 풀지 않은 숙제와도 같은 것.
https://brunch.co.kr/@godori/68
3. 예비맘 모임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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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 인생에 조정이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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