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둘째란?
결혼을 친구들 중에 가장 일찍 한덕에 신혼을 한참 가지고 낳은 첫째 아이도 친구들 중엔 가장 먼저였다. 주변에 임신은커녕 결혼한 친구들도 거의 전무했기에 친구들과의 임신 및 육아에 대한 토크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다소 첫째와 나이 차이가 많아 나는 둘째의 임신은 코로나와 함께 많은 임신 동기들을 선물해주었다. ‘코로나 베이비’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반강제적으로 집콕을 하는 부부들이 증가하며 임신 가정이 늘어났다는 설(?!)이 있다. 암튼, 내 나이가 적령기여서 그런지 코로나 때문인 건지 첫째 때와는 달리 주변의 매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임신을 했다. 친한 대학 친구들 무리인 7명 중, 4명이 올해 출산할 예정이라면 정말 그 비중이 얼마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심지어 그 무리에서 임신을 하지 않은 3명 중, 2명은 미혼, 1명은 이미 둘째까지 출산한 친구이다.
이제 대학 동기 카톡방에는 임신과 출산에 관한 내용이 넘쳐나고 출산 후기에 대한 링크들이 오고 간다. 2월을 시작으로 한 달 단위로 출산 예정인 우리들은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며, 외로운(?!) 임신 기간을 버티고 있다. 여느 모임이 그렇듯 우리는 조리원 및 병원 정보를 공유한다. 경산인 나는 출산 계획을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조리원에 필요한 준비물, 무통의 위대함 등 여러 정보를 늘어놓곤 했다.
그렇게 정보를 교류하던 중, 출산 및 육아 휴직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다들 금융권 대기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이기에 출산휴가는 물론 연년생 둘째 계획까지 함께 해서 육아휴직을 알차게(?!) 계획하고 있었다. 항상 당당했던 나는 육아휴직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마자 위축되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나에겐 육아휴직은 물론 출산휴가 조차도 물어보기 난간한 옵션이었다. 1년에서 2년은 휴직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에겐 1년은 커녕 3개월의 공백조차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스타트업의 3개월은 3년의 시간과도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전략 회의와 논의를 하는 나에겐 3개월의 공백이란 너무나 많은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 3개월 사이 회사의 전략, 인원, 팀 등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화했고,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스타트업은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해야 살아남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의 3개월 공백은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짧은 휴가에도 슬랙을 꺼본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3박 4일의 짧은 여름휴가에도 무제한 5G 로밍을 개설하고 시차와 상관없이 슬랙을 확인하던 버릇이 있다. 휴가 다녀오는 사이에도 어떤 사항들이 오가는지, 행여나 업무에 빵꾸가 나지는 않을지 확인하곤 했다. 주말에도 올라오는 데일리 스텟과 크롤링한 뉴스를 확인하고 메일함을 열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렇게라도 따라가지 않으면, 금방 도태된다.
친구들은 나에게 출산 및 육아 휴직은 당연한 권리라고 열변을 토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항상 이런 이슈가 사회에서 이슈가 될 때면 여성은 물론 남성도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마냥 당당해질 수많은 없었다. 특히 회사 상황과 대부분이 미혼인 스타트업 환경에서 말이다. 실제로 회사에서 기혼인 직원은 손에 꼽힌다. 그 사이에서 워킹맘은 아침잠을 줄여서라도 더 열심히 따라가고 공부해야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럴수 밖에 없었다.
아이가 있어서... 기혼 여성이라서 안된다는 말은 죽어도 듣기 싫으니깐...
출산휴가는 기업의 규모와는 상관없이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90일을 기준으로 무조건 실행해야 하며, 이중 60일에 대한 급여는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이를 실행하지 않은 기업은 5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육아휴가는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여성은 아직 많지 않다. 실제로 맘 카페 및 지식인에는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대한 것을 언제 말해야 하지 고민하는 질문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필자와 같이 비교적 작은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 혹은 임원들은 이 시기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여느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고민에 빠졌다.
언제쯤 회사에 임신에 대한 소식을 알려야 할지.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에 대한 얘기는 누구와 해야 할지. 앞으로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스타트업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었다.
글
나무늘보(스타트업에 종사하며,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첫째를 출산하고 100일 만에 스타트업에 합류해서 5년이 지난 지금, 둘째를 가졌습니다.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워킹맘으로서 둘째를 임신한 임산부로서 또 다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엄마들에게 혹은 미래의 엄마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자 글을 씁니다.
1. 둘째를 임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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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둘째 아이, 풀지 않은 숙제와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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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비맘 모임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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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금, 제 인생 조정이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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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두 아이의 엄마, 아직 모성애는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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