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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텔링주역 Apr 11. 2021

춘래불사춘(봄인듯 봄 아닌)

<주역 코드1> 질서 속에 혼돈이 있고 혼돈 속에 질서가 있다

혼돈의 가장자리ㅣ '곡옥'의 모양과도 비슷해 보이는 다양한 C자 - S자 형태들은 고대 화상석이나 청동 솥, 옥장식 등에 새겨진 문양이다. 하나 씩은 '싹'으로 보이고, 전체적으로는 '기'로 보이지만, 더 큰 눈으로 보면 도깨비가면(귀면) 같기도 하고, 치우의 얼굴 같기도 한 데칼코마니다. 싹·기·기운· 실체적 형상의 상징을 동시에 표상함으로써, 우주가 기운생동하며 생명이 막 움트거나 꿈틀거리는 새로운 질서의 서막을 여는 '혼돈의 가장자리ㅡ복잡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오늘은 신지영감님과 주역스터디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랜 토론 끝에 공부 방식은 케이스스터디(실전 연습) 형태로 일주일에 한번 씩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케이스스터디' 방식이라고 한 까닭은 주역 책 한권을 처음부터 완독해 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좀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강 이런 식이다.

① 우선, 어떤 '문제적 상황이나 인물'에 대해서 내가 64괘 384효 중 한 국면을 낙점한다. 시사 이슈가 될 수도 있고, 내 개인의 고민거리일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로 인해 떠오른 의문 같은 것이 수도 있다. (물론 연습삼아 동전점을 치기도한다. 영감님 몰래ㅎ) 

② 그 다음, 일주일동안 그 점을 중심으로 주역의 여러 가지 사유방식과 해석방식을 학습하고 적용하며 공부한다. 그 과정에서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고 궁금한 것을 체크해서 영감님에게 질문할 목록을 만든다. 

③ 주말에 영감님을 만나면, 이런 공부를 토대로 문답식으로 인터뷰하면서 학습을 심화시킨다. 


올 봄은 꽃샘추위가 길어져 4월인데도 더러 한파를 몰고올 정도로 을씨년스런 날씨가 계속됐다. 그래도 어제 하루종일 봄비가 내린 덕에, 오늘은 멀리 하늘과 구름이 개운해 보인다. 앞 산에 터잡은 소나무 참나무 참벗나무 개복숭아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손에 잡힐 듯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해밀이다. 왠지 예감이 좋다. 화이팅!





혼돈



역에서는 괘상(卦象)이라고 시각적 이미지도 중요하니, 상을 보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고 하셨쟎아요. <둔괘>의 괘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첫눈에 유독 눈에 띄는 효爻는 일단 요주의 효爻야. 괘의 여.명을 결정짓는 주요효 중의 하나라는 말이지. <둔괘>에서는 음효들 사이로 시원하게 눈에 들어오는 두 양효 1효와 5효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지? 따라서, <둔괘>에서는 이 두 효 사이의 관계 설정과 역할 배분을 어떻게 하는가, 또 다른 효들이 이 효들과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하는 가가 이 괘의 국면을 헤쳐나갈 수 있는 KEY다... 이 말이여.

그리고, <수뢰둔>에서 수(水)는 겨울이고 뢰(雷)는 봄을 상징해. 하괘 <뢰(雷)>는 우뢰나 진동, 요동을 뜻하니까 땅밑에 구부러져 있던 식물 뿌리가 봄이 다가오면 자라서 나오려고 몸부림치거나, 땅속에 죽은 듯 살던 벌레가 위로 나오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이여. 그런데, 그 위에 뭐가 있어? 물이 있쟎어. 아직 땅 위로는 상괘 감수(坎水)가 얼어있어 나오기 어려운 형상인 거지. 그래서 둔괘의 '둔'은 어려움으로 풀이하기도 한다고. 둔난(屯難)의 어려운 시기, 천지가 시작되기 직전의 혼돈의 시기 말야. 


그래서 주역 64괘의 편집 순서를 설명한『서괘전(序卦傳』에 <수뢰둔괘>에 대해서 “하늘과 땅이 있고 난 뒤에 만물이 생겨난다. 천지의 사이에 꽉 차 있는 것은 오직 만물이다. 그러므로 건괘와 곤괘 다음으로 혼돈을 뜻하는 둔괘로 받았으니, '혼돈-둔'이란 가득 찼다는 뜻이다. 이 혼돈 속에서 사물이 처음 생겨나온 것이다.”고 했을까요?

"한자 둔(屯)은 초목이 처음 생겨나는 형상이야. 봄에 싹이 나오는 모양 말야. 그래서 '오르다'나 '봄날'이라는 뜻도 있지. 영어의 '봄'인 'spring'도 싹틈, 도약, 나아감의 의미가 있쟈나.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양기가 싹을 틔우고, 많은 초목이 흙을 뚫고 솟아오르며 만물이 소생하는데... 아직, 겨우 푸르스름하니 이끼마냥 기미만 보이는 거지. 춘래불사춘이라고. 죽음은 벗어났으나 제대로 살아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 삶과 죽음의 경계. 이걸 물리학에서 뭐라 그래?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하거덩. 생명체는 여기서 시작된다고. 그걸 역에서는 '가득찼다'는 뜻의 둔이라 쓰고, 혼돈으로 해석한 거지. 뭐가 가득찼겠어?" 



김영동 계명대 석좌교수ㅣ신라의 금관이나 목걸이 등의 장식물인 곡옥은 중국 요동지역 홍산문명권의 곡옥들과 닮아 있다. 식물의 싹, 동물의 태아 등 생명체의 시작을 상징하는 걸까?









기운 아닐까요? 봄기운? 그러니까 기운생동하기 직전인거군요. 암튼 <둔괘>를 쓰는 국면은 천지가 뒤바뀌 만큼의 지각변동이 있는 시기라고 보면 되겠군요. 지금 이 <코로나 정국>도 그런 국면으로 볼 수 있을까요? 

"글쎄... 그게 인간이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는거라고. 주역은 일반적인 점행위와 달리 인간의 판단과 개입이 작용한다고 했쟈녀. 그걸 지금 응용해서 생각해 보라고. 만일 A라는 사람은 코로나 정국을 그냥 '혼란'이 아니라 '혼돈'이다...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의 무無'에서 유有도 아닌 '有의 가능성ㅡ싹'을 틔우는 데서부터 출발하는 '혼돈'이라고 생각한다면, A는 지금을 <둔괘>국면으로 인식하겠지. 그에 따른 실천을 할 것이고. 인간들이 그동안 쌓아온 자연 파괴적인 삶의 양식을 대오각성하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고 실천하려 하겠지."


B는 그냥저냥 역사의 일반적이고 주기적인 위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인가요?

"그래, 그렇다고 해보자고. 그럼, B는 이 경우를 그저 <수산건>괘나 <중수곤>괘 정도의 환란기라 생각하고 처방할 수 있겠지. 그 뒤에 어찌될지는 각자 책임지는 거지. 주역에는 64괘만큼 다양한 카테고리의 국면이 있으니까... 혼란이나 절망을 의미하는 경우도 그 성격에 따라 여러 가지 괘가 있거덩. "


마치, 의사나 약사마다 처방이 다른 것처럼요? ㅋㅋ

"글쎄 그게 주역의 맛이자 함정이라니까... 이 이야기는 또 기회가 있을겨. 암튼 지금 이 코로나 정국을 <둔괘>의 상황으로 인식한다면 저기 땅 속에서 우르르 꽝꽝 진동 중인 초효(1효)는 죽음과도 같았던 혼돈 속에 피어오른 '싹'이니까... 이 환란의 궁극의 해결책이겠지.  해법의 열쇠를 쥔 사람이거나... "


'궁극의 해결책'이라면 뭘까요? 백신이나 치료제쯤 되나요? 

"무려 1년이 지난 지금에야 백신이 현실화됐어. 1년 전을 돌이켜보면 그 '해결책'이란 것이 얼마나 암담했었나. 1년 전만 해도 그런 해결책조차 아직은 저 밑에서 땅을 뚫고 나오지조차 못한 상태인 시기였지. 그런데 사실 아직도 백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는 없는 상태쟈나. 아직은 자칫 한끝 실수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릴 만큼 위태위태하고 여리디여린 종자에 불과한 거지. 혼돈의 상태에 자라는 생명체의 싹이란."


그럼, '해법의 열쇠를 쥔 사람'은? 백신을 개발하는 사람들일까요?

"전쟁 아닌 전쟁통 속 야전병원에서 사투하던 의료진들일 수도 있고, 마스크 하나를 무기로 서로를 지키며 버텨낸 시민들... 너랑 나일 수도 있지. 아니면... 어쩌면 초효는, 백신과 의료진들과 시민들... 모두의 새로운 일상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전혀 새로운 세계, 새로운 질서, 새로운 삶의 양식... 일지도 몰라. 그야말로 '미래' 그 자체 말야." 


동토를 뚫고 틔어나오려는 새로운 미래나 새 생명들이 1효고, 5효는...

"글쎄. 그 5효가 뭘해야 하는 자리인지, 시기인지...한번 보자고."






국민통합대회(元亨원형)



<둔괘>의 괘사(卦辭)1)는 어떻게 해석하죠? 

"큰 제사, 머뭇거림 또는 격리, 제후. 이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가면 돼. 첫째, '사람과 신이 교섭하는 큰 제사를 지내고 점을 물으면 장차 이로울 것이다'는 어떤 의미냐... 고 시절에는 제사가 아주 중요한 행사였고 그 종류나 규모도 다양했어. 元亨(원형)이라는 표현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하늘에 지내는 제사 같은 걸 거야. 당연히 거북점이나 주역점도 함께 쳤겠지. 새해 첫날이나, 국가적 대업을 앞두고 국민 통합이 필요한 시기에... 극적인 위기나 변화를 맞이한 국면이겠지. 그런 국면 중에 '혼돈'에 가까운 상황도 있었을테지. 폐허 위에 다시 시작해야하는... 대규모 전쟁이나 극심한 역병, 재앙에 가까운 홍수나 가뭄, 동족 전체의 이주 같은 경우 말이야."


통설은 '元亨원형'을 '크게 형통한다'라는 식으로 해석하던데, 박사님은 '큰 제사'라고 하시네요. 

"역사적 사실과 사료들을 추적하면서 공부했다면 그랬어야지. 제례의식 중에서도 희생물2)을 사용해서 국가적으로 거행하는 큰 제사(享祭-향제)로. 생각해봐. 혼돈의 시기에 느닷없이 '크게 형통하다'가 나오는 게 맞겠어? 물론 견강부회하면, 이 어려움의 시기를 잘 넘기면 형통해질 수 있다... 뭐 이렇게 갖다 부칠 수야 있겠지만..."

"또, 元은 '첫' '으뜸' '주요한' '근본적인'이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아. 단순한 시작 보다는 좀 '거대한 서막' 같은 뉘앙스로... 한해의 시작인 설날 아침을 '원단元旦'이라 하쟎아. 그러고 보면 스스로의 법명을 元曉(첫새벽)이라 선포한 원효 스님의 자존감과 당돌함이 만만치않지? 난 양반이긴 해, 하하."


'형통하다'는 만사형통=everything is OK라는 의미로 이미 '잘 된다'는 긍적적 가치가 포함되어 있어요. '元'도 '크다' '좋다' '원대하다' '크다'는 식으로 가치를 포함해서 해석하고 있고요. 元이나 亨은 어떻게 제사라는 단순한 '팩트'에서 크게 형통한다는 '가치함축적 의미'까지 그 먼 길을 진화하게 되었을까요? 

"지금같은 엄밀한 고증이나 발굴이 불가능하던 시기였으니, 다분히 이념적이고 정치적인 해석이 수시로 개입되었던 흔적인 거지. 모든 정신문화의 역사가 그렇듯. 흔히 '3경'이라 부르는 <역경易經>이나 <시경詩經>, <서경書經>은 사실 한나라 이후에나 <경전經典> 지위로 격상된 것이야. 경전이 된다는 게 뭐겠어? 지배층의 질서에 복무하게 된다는 거여. 그러니 뭔가 자꾸 그 입맛에 맞춰 그들의 윤리와 가치관으로 곡해하고 수정하고... 그러는 거지. '역사서'와 '고대문서'는 팩트가 아니라 대개가 살아남은 자의 영광을 기리는 유산에 불과하다 생각하고 접근해야 돼."


여기서도 고대인들이 되어보기가 중요하겠군요. 

"옳지. 과연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가치관이 그들에게도 있었을까? 심지어 한대, 송대 이후 완성된 <유학적 세계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었을까? 라고 끊임없이 반문하면서 공부해야 하는거야. 상나라-주나라 무렵이면 <경전經典>이 아니라 그저 <易><詩><書>라고 불리며 각 지역이나 부족에서 구전으로부터 전승돼오던 <삶의 지혜서>거나 <인생 지침서> 같은 역할을 하는 정도였을 거라구. 공자님조차도 아들한테 "너 왜 詩를 읽지 않느냐?"라고 하셨지 "詩經 공부해라"고 야단치지는 않았구만." 


더러 '亨'은 제례행위로 봐야한다는 소수설이 있긴 했어요.

"<갑골문>이 발견되면서, 한나라 송나라 시절 해석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게 밝혀져버렸어. '元'처럼 자주 등장하고 왜곡이 심한 게 '貞정'이라고도 했지? 갑골 덕분에 '곧음'이 아니라 '점' 또는 '점을 칠만큼 엄중하고 삼가는 태도'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는 게 확인됐지. 그런 오류를 극복하려면 상대적으로 폄하되고 소외돼 왔던 고고인류학적인 해석과 연구 성과들이 더 많이 알려져야 돼. 그래야 민족이니 국가니 정치니... 하는 여러가지 이유로 왜곡되거나 덮여졌던 문화의 원형들을 다시 발굴하고 재해석할 수 있는겨."


'문화원형'이요? 

"내가 처음 주역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접하는 문화유산들의 뿌리나 원형에 대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고, 인식도 너무 왜곡돼있다...싶었기 때문이쟈너. 어떤 경우는 그 뿌리가 2천 년전 고조선 시대인데도 마치 천년 전 중국 문화에서 온 것처럼 알고 있는 것도 허다하다고. 아무 생각없이 주자학-성리학 세계가 다인줄 아는 꼰대들의 이데올로기적인 해석만 계속 답습하다 보면, 동북공정에 어떻게 안 밀리겠어? 지 손으로 지 뿌리를 잘라내고 살아가는데." 


그나저나, 코로나는 '극심한 역병'인 셈이니 '원형'해야할 시기일텐데, 요즘같으면 광화문에 모여서 국민대회도 못하고... 어쩌죠?ㅋ

"'元亨'이라는 게 새로운 시대를 선포하는 '큰 제사'를 지내며 전국 각 영지의 통합과 국민들의 단결을 도모했던 거야. 그 정신과 맥락에 비춰 해석하고 답을 찾으면 되는 거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여는 무엇. 그게 정신적인 거든 물리적인 거든."







머뭇거림 또는 격리 (勿用有攸往 물용유우왕)



두번째는, 장차는 이로울 것이지만, '당장에 출행은 마땅치 않다'고 했어요. 왜죠?

"장차 이롭다는 건, "상황 관리를 잘 해낸다'는 조건 하에 종국엔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거지. 역은 인간사를 자연사에 비추어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성찰의 포인트를 제공해준다고 했쟎아. 그래서 대개 점치는 자의 처신에 대한 단서가 조건처럼 붙는 거야. '제사를 지낸다면'이라든가 '경거망동하지 않고 수면 아래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가' 라든가... 그런 조건이 붙는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이지. 함부로 나댈 때가 아니니 사태의 추이를 살피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찾아야 할 때인거야. 살얼음을 딛듯이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면서."


초효에 보면, '담장을 두르고 떨어져 주저할 시간이 필요하다' 고 했는데, 비슷한 의미일까요? 그나저나 정말 문학적인 표현 아닌가요?

"그렇지. 더 재미있는 건... 초효의 '磐桓(반환)'이라는 표현이야. 대개 '머뭇거리며' 또는 '큰 바위나 나무로 담장을 두르고'라고 해석한다고. 아! 근데, <백서 주역>에는 반원(半遠)으로 표기돼있단 말이지. 그럼 뭐냐? 명확하게 "떨어짐, 분리"로 해석할 수 있다고... 담장을 두르는 것이든 떨어지는 것이든 간에, '격리'가 더오르쟈나? 코로나 상황에서 지난 1년 넘는 동안 우리 일상 속의 핵심적 이미지쟎어. 그게."


그래서 '둔괘'의 국면에서는 '나아감'이 아니라 '머뭇거림'이 미덕이 된다고 하는군요. 3효의 느낌도 비슷해요. '군자가 산기슭에 도달하였으나 꽃(사슴)을 보지 못하고, 오직 사람만이 산속에서 헤맨다. 배가 고프나 집에 들어가 먹지 못하고 계속 나아간다. 사람들이 군자의 그런 나아감을 한스럽게 여긴다.'

"1효보다 더 성장한 자거나 더 높은 지위에 있거나를 막론하고, 아니면 1효가 3효의 시기가 되도록... 여전히 머뭇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거란 거지. 여차하면, 배를 곯을수도 있고 말야. 참 말하다보니 정말이지 지난 1년간 코로나에 갇힌 우리 신세 같쟎냐? 허헛, 참."


'둔의 시기에는 살찐 고기를 먹을 수 없다. 작은 일로 점 보면 길하나 큰일을 물으면 흉하다.' 는 5효의 효사도 아직 그런 의미인가요? 아~ 대관절 봄은 언제 온데요? 하핫.

"얼핏보이는 것처럼 5효의 '머뭇거림'이 무능이나 방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5효는 원래 모든 괘의 중심괘로 상황 전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리더 자리야. '천지개벽' 같은 초유의 국면을 건너 '섭대천(큰 강을 건너는 것) 해야 할 절호의 기회이자 운명적인 시간 앞에 선 <둔괘>의 5효에게도 두 가지 큰 중책이 주어졌쟈나. 큰 제사를 지내고, 제후를 세워가며 완수해야 될 미션말여."


'둔의 시기에는 살찐 고기를 먹을 수 없다'는 말과 관계가 있는거지요?

"둔의 시기는 이른 봄날을 말하는 거야. 겨울이 채 끝나기 전에 짐승들이 살이 찔리가 있나? 죄다 겨울잠 끝이라 골을대로 골아 있던가 할텐데... 이른 봄에는 살찐 사냥감은 꿈꾸지 않는 게 자연의 순리라는 거지. 다시 말하면, 5효의 상황조차도 아직은 이른 봄에 불과하니, 아직 뭔가 성과를 얻을 때가 아니라 더 기다려야 할 때란 거야."


뭘 기다려요? 

살찐 고기지~. 초효 말야 초효. 5효의 강력한 오른팔이 되거나 어쩌면 스스로가 잠룡인 초효 말여. 그러나 <둔괘>의 상황에서 5효는 아직은 음들(2-3-4효)아래에서 숨죽인 채 '머뭇거리며' 성장 중인 1효의 상태거나, 아니면 싹(초효)이 힘차게 땅을 뚫고 움터서 장차 변화의 중심으로 성장할 때까지 음들(2-3-4효) 몰래 현재의 환경을 조심스레 관리하며 초효를 길러야 되는 상태인거지." 


'음들(2-3-4효) 몰래'라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왜냐면, 아직은 이른 봄날이라 차가운 음기가 뭉쳐다니며(2-3-4효) 여전히 겨울 냉기와 칼바람을 만들고 있으니께. 그 냉기를 피해 칼바람을 극복하고 5효로 성장하거나, 1효를 강력한 지원군으로 길러내야 하는 거지. "

 





제후를 세움



그럼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는 것은 한 발 물러서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그렇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는 것 같애. <둔괘>의 상황일 때는 아직 위험이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쟈나. 이럴 떈 중요 인물이 전격적으로 앞으로 나설 때가 아니라 수면 아래서 자기를 성장시키거나, 뒤로 빠져 상황 관리 하는 정도여야 안 다치는 거야. 혹시 모를 공격의 칼끝을 미리 누그러뜨리는 전법이지. 그리고 전면에는 대리인이나 전문경영인을 내세워서 치고 나가고."


그런 의미도 있네요. 두번째가 흔히 알고 있는 제후인가요?

"그래. 예컨대 정복전쟁에서 승리한 군주가 넓어진 영토를 한꺼번에 장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쟈나. 이런 경우에는 봉토를 내주고 봉건체제를 확립할 '믿을만하고' '수완 좋은' 합병 전문가나 식민 총독을 내세우는 거지.. 이른바 '국가전문경영인'. 강태공 같은... 고대 당시를 가늠해보면, 은나라나 주나라가 새롭게 복속한 땅들의 대개는 아예 국가도 점령자도 없었던 원시 부족민들의 땅이었을 가능성이 높지. 그러니, 제국인 상이나 주의 입장에서는 원점에서 시작해야하는 '혼돈'의 상태인 셈이기도 하고... 그런 곳에 '제후를 세운다.' <단군세기>에  고조선시대에도 어디 태자를 보내 식민지를 관리하게 했다는 사례가 있지."


코로나 국면의 우리에게는 '정은경 본부장(지금은 청장)이 제후였던 셈이네요. 그렇다면, 이런 와중에 '진짜' 리더는 무엇을 하는 거죠? 관리라면 어떤...? 

"일단, 제사지내야지ㅋ. 국민과 지역을 통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통합의 촉진제 역할을 할 만한 일을도모하고. 그 다음엔, 제후. 필요한 분야에 능력 있는 '전문가'들을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야겠지. 그런데, 이 2 가지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관리할 수 있는 KEY가 뭘까? 바로, 아래-위, 좌-우 "소통 역량"이야. 이게 험난한 정국을 돌파하는 정말 중요한 리더의 역량이지. 전면에서든, 후면에서든." 


그럼, 대장도 아니고 제후도 아닌 저같은 평민은 이 <코로나>라는 혼돈 속을 어떻게 건너가야 할까요?

"아직 젊거나, 초보거나, 신입자라면 1효를 두고 현재와 현재의 위-아래 관계, 미래(겸괘 1효)까지 곰곰히 살펴 볼 일이고, 나처럼 대장은 아니라도 늙은 이거나, 연장자이거나, 지도자이거나, 책임있는 자라면 5효중심으로 그 둘러싼 변화의 흐름을 추적해보면... '어떻게'라는 질문의 정답은 아니라도 사유할 방향과 기준은 건질 수 있겠지."

 






1) <수뢰둔괘>


2) 사람이었을 때도 있었고, 소나 양 같은 큰 짐승에서 물고기까지 시대 변천과 제사의 목적이나 규모에 따라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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