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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드름웨어하우스 Jun 21. 2020

금환 일식과 추억

어릴 때 처음 일식을 본 기억을 떠올려봤다. 1987년도라고 기억하고 있었는 데 찾아보니 1987년 9월 23일에 아시아에서 관측 가능한 금환 일식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60% 정도 가려지는 부분 일식이었다고 한다. 셀로판지를 겹쳐서 봤던 기억이 나서 부랴부랴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로 나갔다. 집에서 보려고 했지만 3시가 넘어가니 베란다에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차 어제 문구점에 들렸을 때 셀로판지를 사다 놓을 걸... 뒤늦게 후회해봐야 소용없었다. 

집에서 과자 봉지 같은 걸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카메라로 찍어보자고 생각했다. 다행히 집구석에 있던 플로피 디스크를 꺼내서 그걸 필름 삼아서 아이들도 번갈아서 볼 수 있었다. 


정말 아쉽게도 삼각대는 부재중(?)이라서 손각대로 들고 찍을 수밖에 없었다. 노출도 매뉴얼로 맞춘 게 아니라 애들 사진 찍다가 다시 필름 대충 덮고 다시 맞추고 찍고 그래서 찍을 때마다 달랐다 


그래도 시작할 때부터 대략 5분마다 찍어서 합성해보니 그럴싸한 사진이 나왔다. 


아쉽게도 마지막 탈출까지 다 찍은 것은 아니지만 손으로 찍은 것으로는 만족할 만하다. 




잠들기 전에는 자연스럽게 해와 달이 관련된 내용으로 이야기를 하다 잠들었다. 달이 해를 가린 것인지, 반대로 해가 달을 가린 것인지 물어보고 왜 해는 달을 가릴 수 없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앞 단지 불빛을 태양이라고 가정하고 설명했다. 자전과 공전까지 설명하다 보니 꽤나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과학 실험의 효과일까. 


두 번째는 공전을 설명했으니, 태양계를 도는 행성들을 이야기해줬다. 이쯤에서 막내는 포기하고 잠들었다. 첫째와 둘째는 일주일 요일이 행성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을 어디선가 들었는지 그래도 유추했다. 의외로 영어 방과 후 시간에 들었다는 썰이 있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 내가 어릴 적에 외우던 순서를 그대로 외우다가 잠들었다. 명왕성이 더 이상 태양계 행성으로 지위를 잃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별자리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은하수를 보러 가야겠다. 


내가 배웠던 것을, 경험했던 것을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지만 1987년 어느 날을 기억하는 것처럼 - 아이들도 어른이 돼서 오늘 놀이터에서 봤던 일식을 떠올리길 바란다. 땀범벅인 상태로 다 같이 집 앞 식당에서 먹은 갈비를 잊어버리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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