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못 낳는 이유

나는 내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을까

by 가희

요즘의 수많은 30대 직장여성들이 그렇듯 나도 비혼주의자다. 내가 결혼을 안 하는, 또는 못 하는 이유는 추상적이고 또 때론 명확하기도 하다. 그러나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해보면, 나는 확실히 '탓'을 하고 있다는 거다.



일 년 전쯤, KBS1 공사 창립특집 다큐 <내 아이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주제는 황혼육아.

우리나라 워킹맘의 최대 고민이자 또 결혼한 자녀를 둔 노년층의 최대 고민이기도 한 육아문제.


프로그램에선 그러한 상황의 현주소를 관찰캠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각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끔 서로의 일상을 촬영한 화면들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친정엄마가 쩔쩔매며 아이를 보는 모습에 딸은 여지없이 눈물을 터뜨렸고, 앞으로 엄마에게 더욱 잘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결론은 없었다. 사실은 처음부터 그 누구도, 결론을 내 줄 수가 없는 거였다.

평범한 부부라면 남자 혼자 벌어서는 아이를 키워낼 수 없고, 그러려면 당연히 맞벌이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 그렇다고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쉽지가 않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친정엄마인 것이다.

촬영을 하기 전 수많은 워킹맘들과의 취재 전화를 통해 느낀 건데, (적어도 요즘 시대에는-) 임신과 출산은 기쁨과 축복인 동시에, 또 불안감을 동반하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경력단절의 불안감, 육아비용에 대한 불안감, 아이를 잘 키워낼 수 있을까 스스로의 자질에 대한 불안감, 사회에서 다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불안감.

이런 것들을 외면하고자 우리는 어쩌면 '비혼'이라는, 제법 '있어 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척하기도 한다. 나를 포함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반절 이상이 자신을 비혼주의자라 말하는데, 그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일맥상통한다.

-혼자 즐기는 지금의 생활이 좋아서.
-부부가 되고 엄마가 되는 게 무서워서.
-우리 엄마같이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버는 돈을 나눠 쓰기 싫어서.

이렇게 다양한 이유들이, 나에게는 왜 다 똑같이 들리는 걸까.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이기적인 세대였던 걸까. 그렇게 태어난 걸까 아니면 그렇게 자라난 걸까.

내가 낳은 아이를 내가 기르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된 그때부터. 친정엄마를 황혼육아로 고생시킬 수밖에 없을 거란 걸 알게 된 그때부터. 사회의 구조가 그렇게 강요하던 그때부터. 어쩌면 우리는 낳는 걸 피하고 있다.

우리가 못 낳는 이유는 다 당신들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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