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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형진 Jan 10. 2024

심리_불안에 대하여

내가 상담심리를 배우게 된 이유와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

나는 여느 사람들에 비해 불안이 높은 편이다.

학부는 체육교육과를 나왔지만 높은 불안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대학원에서는 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상태 불안과 특성 불안이 타인에 비해서 많이 높았다.

막연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작은 일을 할 때에도 먼저 겁을 내고 쉽게 행동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수만가지 생각들이 폭풍처럼 일어나지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그에 비해 아주 작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할 때에는 늘 많은 고민과 함께해야 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준비 과정에 쏟아부어야 했다.

20대가 되어 대학을 다닐 때에도 이런 내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체육교육과 안에서 활발한 동기들과 선후배들과 어울리면서 한 때는 내가 외향적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새로운 일 앞에서 늘 남들보다 많이 염려하고 머뭇거리는 내 모습은 내가 보기에도 많이 답답했고, 못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마음 편하게 하루를 보냈던 날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던 것 같다. 초, 중, 고 학창 시절과 대학교 재학 시절 타인에게는 나름 성실하고 묵묵히 자기 일을 잘 해내는 존재로 인식되어진 내 모습 뒤에는 늘 불안과 싸우고 있는 나의 본 모습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 모든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어졌기 때문에 나는 늘 감사했고, 안도하며 매 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불안은 타고난 천성이고, 이걸 내 능력으로 조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이대로 살다가는 삶이 너무 불행해질 것만 같아 불안을 좀 없애보고 싶은 마음에 상담심리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게 되었다. 평소 사람의 마음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했고, 늘 반복되는 불안한 삶의 위태로움이 평생 따라다닐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점점 커져가던 시기에 아내가 흔쾌히 대학원 진학에 동의를 해 주어서 상담심리를 배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하여 상담심리에 대해 배웠던 시기는 나에게는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듣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상담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내 안에 있는 많은 문제들도 허심탄회하게 그들에게 노출하고 공감 받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나에게는 무척 유익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학원 가는 것이 즐거웠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공부하는 것이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그러나 그런 좋은 날들을 보내는 와중에도 나는 늘 수시로 다가오는 불안과 싸워야 했다. 시험에 대한 불안과 과제에 대한 불안, 관계에 대한 불안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고, 많은 에너지를 빼앗아갔다.


불안에 대해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대학원에 가서 상담심리를 배워 보았지만 결국 불안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다만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불안은 아예 없앨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그 불안을 평생 내가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온전히 깨닫고 나서부터는 마음이 좀 편해졌던 것 같다. 떨쳐버리려던 불안을 보내지 않고 곁에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그 불안을 내쫓아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자유해진 기분이 들었다. 이후부터 매 순간 찾아오는 불안을 알아차리고, 그 불안과 마주하는 연습을 꽤나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 해 두 해 삶을 살아내면서 내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불안에 많이 익숙해지고, 나름의 관리 방법도 찾아가게 된 것 같다.


지금도 무언가 일이 급하게 몰리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게 되면 급격한 불안이 찾아오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전보다 빈도나 횟수가 현저히 줄었고, 그런 불안한 상황들을 극복하는 데에도 예전보다는 에너지가 덜 쓰이는 것을 느낀다.


뿌리치려 할 때에는 그렇게 나를 괴롭히던 불안이 이제는 나에게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대화가 통하는 친구가 된 것 같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은 훨씬 더 커진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불확실한 상황을 최대한 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 때문에 머뭇거리던 과거의 모습을 다시 답습하고 싶지 않아 불안함을 감수하고 새로운 도전에 임하고자 애쓰기도 한다.


모순적이지만 이 두가지를 함께 병행하면서 내 삶에 활력이 생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세움으로써 불안을 줄이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그 도전 속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동기를 얻게 됨으로써 멈추지 않고 작은 성장이라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나에게 있어 불안은 불편하지만 나를 돕는 좋은 친구이기도 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평온한 날, 아무런 문제가 없을 때에 불쑥 불안이 찾아올 때가 있다.

이런 불안을 나는 '불안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 이라고 표현한다.

편한 상태 그대로를 누리지 못하고, 이 상태가 언젠가는 깨어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예측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다. 그럴 때 나는 늘 오늘을 살려고 애쓴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생각하면 불안이 작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과거를 바라보는 사람은 후회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은 불안하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를 바라보는 사람이 가장 평온한가 보다.


나는 오늘도

매일 마주하는 불안을 불편한 친구보다는 내 삶의 동력이 되는 에너지로 쓰기 위해

매일 오늘을 사는 연습을 한다.


글을 쓰는 것도 그 노력 중의 하나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현재를 보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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