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곳에 이력서 넣고 드디어 합격이라니...
봉남은 만세를 불렀다.
대한민국이 독립했을 때 보다 더 큰소리로 만세를 외쳤다.
지난 한 달 수도 없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위해 이력서를 제출했다.
40대 중년의 나이에 카페에 취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예상했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보다 더 어려웠다.
코로나로 직장에서 정리해고를 당하고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현실은 가족의 생계가 바로 걱정이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아도 40대 아저씨가 취업할 곳은 마땅치가 않았다. 20대 팔팔한 나이에 대학을 졸업한 청년도 직장 구하기가 어려운 시절에 아저씨가 직장을 구하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몇 군데 원서를 넣어 보아도 신통치가 않았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커피 창업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아내는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 "카페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10군데 오픈해서 9군데가 망하는 세상이다." 라며 극구 봉남을 만류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하는 것으로 갈피를 잡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아내를 설득해서 인생에 마지막이라며 최소한의 돈으로 커피 창업을 해 보고 실패하면 미련 없이 포기하겠다고 설득했다.
봉남의 진심이 통했을까? 극심하게 반대하던 아내도 마음을 바꾸고 봉남이 원하는 대로 해 보라고 했다.
봉남은 아내가 고마웠다. 당장 이번달부터 들어가는 생활비가 걱정이었지만, 40대 중년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의지를 불태웠다.
봉남은 커피에 대해서 지난 몇 달간 공부를 했다. 커피 관련 책도 10권 이상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했다.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진행하는 바리스타 중급과정도 마쳤다.
이상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으로 커피 창업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커피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커피 폐업률을 분석하면서 점점 자신감이 떨어졌다.
'괜히 커피 창업을 한다고 했나?'
마음속으로 잘못된 결정은 아닌지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돌렸다.
모든 것은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패했을 때 계획을 세우고 실패를 줄이고 성공 확률이 높이는 전략으로 더 철저한 준비를 계획했다.
커피 창업에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커피숍 운영으로 나뉜다.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은 커피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
1억에서 1억 5천만 원 정도의 창업비용으로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 있다. 프랜차이즈는 말 그대로 창업에 관한 모든 과정을 도와준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까지 뽑아주는 회사도 있다. 메뉴 구성부터 레시피까지 모두 알려주는 프랜차이즈는 커피 초보 창업자들이 많이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매달 나가는 로열티와 높은 재료비는 창업자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서는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허와 실을 이야기하며 창업자의 인건비만 수익으로 가져간다는 말을 많이 해서 봉남은 일단 프랜차이즈 창업은 최후의 보류로 미렀다.
그렇다고 개인 커피숍 창업이 쉬운 것은 아니다.
메뉴 구성과 레시피까지 모두 독학으로 배워야 한다. 지금까지 커피를 사서 마시기만 한 봉남에게 라떼, 아인슈페너, 바닐라라떼 등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부담을 털어내는 방법은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좋다.
문제는 그 어떤 가게도 40대 중년 아저씨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봉남은 한 달 전부터 알바천국이나 알바몬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구직란에 닥치는 대로 지원을 했다. 그 수가 처음에는 10곳, 20곳이 넘어갔는데 모두 탈락이었다.
이쯤에서 포기하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아저씨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는 젊은 아가씨가 내려주는 커피가 더 맛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개인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필수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에 다시 구직 사이트를 열고 다시 구직 활동을 재개했다. 50곳을 넘어 70곳, 90곳을 넘어 97곳을 넘는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내일 오전에 면접이 가능할까요?'라는 문자가 왔다.
"야호, 야호"
세상에! 갑자기 침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봉
남은 집이 떠나가라 만세를 불렀다. 아파트 아래층에 있는 이웃집에서 시끄럽다고 올라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렇게 아내와 함께 만세를 불렀다. 지금은 층간 소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처럼 기뻐서 날뛰었다.
'그래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어'
라며 속으로 다시 한 번 포기하지 않는 자신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