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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에도 Fitness가 필요해요

마음의 헬스, '나'를 위로하는 법.

by 고은

언어와 감정의 모라토리엄: 표현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나는 보통 글감을 메모장에, 일기장에 무작위로 적어뒀다가 한 번에 정리해서 글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방금 깨달은 따끈한 생각들!을 정리해 본다.

불과 몇 시간 전, 존경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가슴 깊이 울림을 준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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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어를 사용하지만, 정작 제대로 ‘소통하는 법’을 모른다.

기쁨, 슬픔, 지침, 우울 같은 감정들을 수없이 느끼면서도 표현하는 데 서툴다.

어쩌면 이 서툼은 오랜 시간 학습된 습관일지도 모른다.


교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질문하셨다.

“여러분, 한 사람이 10살이 될 때까지 부정적인 말을 몇 번이나 듣는지 아세요?”


생각해 봤다. 10살이면 초등학생인데, 아무리 많아도 800번..?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예상 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3000번입니다.”


엥. 대체 이게 무슨 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하루에 거의 한 번씩 부정적인 말을 듣는다는 뜻이었다.

돌아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 들었던 말들 중 문장의 깊이가 (따지고 본다면) 부정적인 것이 많았던 것 같다.



IMG_9242.HEIC 쿨쿨.


교수님께서는 본인의 경험도 들려주셨다.

자녀가 어릴 때 “빨리 자야 키가 큰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는데, 어느 날 아이가 되물었다고 한다.


“엄마, 키가 커야 해요? 성경에도 키가 커야 한다고 나와 있나요?”


이 말을 듣고 나니 문득 떠올랐다. 나도 교육봉사를 하면서, 혹은 학과 특성상 수많은 아이들을 보게 되는데- 그 아이들에게 무심코 ‘긍정처럼 들리는 부정의 말’을 한 적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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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배운다. ‘말을 아껴라’, ‘침묵이 금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하지만 진실한 관계는 표현 없이는 단단해질 수 없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예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더 자주, 더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애매한 미소와 가벼운 고개 끄덕임만으로는 상대의 마음에 온전히 닿지 못한다.


언어적 모라토리엄,

즉 말해야 할 순간에 입을 닫아버리는 것은 관계의 벽을 만든다.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고, 전달되지 않으면 이해될 수 없다. 우리는 가끔 상대가 ‘알아서’ 내 마음을 헤아려주길 기대하지만, 그건 일종의 방관이다. 표현하지 않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회피다.


“나는 너를 아낀다.” “나는 너를 응원한다.” “나는 네가 소중하다.”

이런 말들이 더 자연스럽게 오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원하는 언어의 소유자가 되자. 좋은 말은 더 많이 쓰고, 부정적인 말은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삼켜보자. 우리가 내뱉는 말이 곧 우리의 인격이 된다.


그리고 언어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말은 곧 행동이고, 행동은 곧 관계를 만든다.

그러니 표현하자. 제대로,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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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피트니스: 나를 키우는 연습


교수님의 강의 중 한 문장이 내 마음 깊숙이 박혔다.

“자기 스스로를 키우지 못하면, 결국 아이처럼 살아가게 됩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우리의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 내면은 훈련할 수 있다. 마음과 말은 충분히 연습이 가능하고, 훈련할 수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 하지만 걱정은 우리 삶의 일부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걱정을 무조건 없애려 하면 오히려 더 커진다.

차라리 하루의 걱정을 적어보자. 그리고 그중 몇 퍼센트가 정말 현실이 되었는지 돌아보자.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며, 30%는 내가 아무리 걱정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26%는 사소한 고민(예: 옷이나 식사 선택)에 불과하다.

즉, 우리가 정말 신경 써야 할 걱정은 4%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4%를 구별하지 못한 채 하루를 온통 걱정으로 가득 채운다.


또한, 우리는 너무 쉽게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누가 나를 칭찬해 주면 좋겠다’, ‘누가 나를 대접해 주면 좋겠다’. 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실망도 커진다. 오히려 내가 나를 대접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사주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건네보자.

“오늘도 수고했어. 정말 애썼다.”

우리는 타인을 위로하는 법을 배우지만, 정작 자신을 위로하는 법은 잊고 산다.




선한 자들이 결국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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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불공평해 보이고, 노력보다 요령이 중요해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꾸준히 좋은 것을 쌓아가는 사람은 반드시 빛을 본다. 언어가 내 삶을 만든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말을 내면에 쌓아가야 할까? 상처를 되새기며 주저앉을 것인가, 그것을 디딤돌 삼아 나아갈 것인가. 그것은 결국 나의 선택이다.


마음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한 걸음씩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단단함은, 언젠가 우리를 더 빛나는 곳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믿어야 한다.

선한 자들이 결국 이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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