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
신림은 말 그대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다.
사람과 소리가 끊임없이 흐르고, 어느 시간에 가도 거리는 북적인다.
때로는 화려하다기보다는 시끄럽다고 해야 할 정도였다.
3번 출구로 나와 술집 거리를 걷는데, 술에 취한 사람들, 흥에 겨운 무리들, 담배 연기와 음악이 뒤섞인 골목, 무리를 지어 다니며 괜히 위압감을 주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마 대부분은 이 장면을 보며
'도시답다', '역시 활기차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시선은 그 화려함의 가장자리에 서 있던 한 사람에게 멈췄다.
커다란 카트에 폐지를 싣고 조심스레 골목을 오가는 할아버지였다.
화려한 도시는 그만큼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그 쓰레기들 사이에서 조용히 박스를 모으는 그분의 뒷모습이 유난히 선명하게 남았다.
밤늦게까지 치이고 밀리며 고된 일을 반복하는 모습에 감히 안쓰럽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그 손길이 오히려 존경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장면 속에서 또 하나의 씁쓸함이 남았다.
사람들은 그분을 지나치며 마치 풍경의 일부처럼 아무렇지 않게 스쳐 지나갔고,
어떤 이들은 아예 존재 자체를 불편해하거나 피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눈길을 주지 않고, 누군가는 잠깐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렸다.
그분들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분들이 없었다면 이 도시는 지금처럼 굴러갈 수 있을까?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질서와 청결, 편리함 뒤에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노동이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고로, 상대가 없으면 나도 없다.
모든 존재와 노동은 연결되어 있고,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 장면은 내 안에 오래 남아 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구조를 조금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신림의 밤거리는 여전히 밝고 붐비겠지만,
그 가장자리에서 묵묵히 움직이는 손길들도 함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