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글을 베껴 적는 마음(Long Black)

롱블랙(Long Black)

by 신은정


글을 쓰면서

한 번쯤은 필사를 해보고 싶었다.

누군가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 적어보는 일.

좋은 문장을 눈으로만 읽고 지나치지 않고

손으로 옮겨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롱블랙(Long Black)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글.

다시 읽을 수 없다는 글.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였다.

사라진다고 하니

괜히 더 붙잡고 싶어졌다.

놓치기 싫다는 마음이

문장보다 먼저 올라왔다


그래서 나는

롱블랙을 베껴 적기 시작했다.

읽는 것과 적는 것은

생각보다 많이 달랐다.


눈으로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나쳤던 문장이

손끝에서는 오래 머물렀다.


한 줄을 적으며

나는 두 번 생각했고

세 번 숨을 고르게 되었다.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그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내 생각이 더 또렷해졌다.


어쩌면 나는

글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시간을 남기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라질 글을

천천히 적어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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