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배우는 나

by 신은정

이 문장으로 시작한 90분짜리 다큐가 공개되자

210만 조회 수를 넘겼다.

KBS가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이 특히 놀란 건 중국의 기세였다.


2025년 1월,

중국 AI 기업 딥시크가 공개한 생성형 AI 모델이

전 세계를 흔들었다.

한 달 만에 만든 모델이

OpenAI의 ChatGPT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개 직후

엔비디아 주가가 급락했다.

뉴욕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 증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제작진의 질문은 단순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를 달던 나라가

어떻게 기술 패권을 위협하는 나라가 되었는가?”

그 답을 ‘인재가 자라는 환경’에서 찾았다.


제작진이 찾아간 곳은

중국 항저우.

딥시크 창업자가 자란 도시이자

AI 기업 수천 곳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곳 초등학생들은

“AI 연구자가 되겠다.”

“우주 공학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눈빛이 다르다고 했다.

왜일까.

공학자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이 넘고,

신입 개발자에게 수억 원을 제시하는 기업도 있다.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모인다.

하지만 제작진이 발견한 건

돈만이 아니었다.

기술을 이야기하는 사회적 분위기.

중국 대학에서 연구하는 한국인 교수는

“젊은 학생들이 과학자를 스타처럼 대한다”고 말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SNS에 자랑스럽게 올린다고 했다.

공학자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사회.


반면 한국의 취재는

서울 대치동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 발견한 장면은 달랐다.

아이들은

자신의 꿈보다

부모의 기대에 더 익숙해 보였다.

의대는 안전한 길로 여겨진다.

의사의 평균 소득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보다 훨씬 높다.

의대 졸업 후 바로 수입이 생긴다.

공대는 연구와 유학이라는

불확실한 시간을 거쳐야 한다.

현실적인 선택 앞에서

꿈은 자주 밀린다.

제작진은 묻는다.

우리는 무엇을 ‘인재’라고 부르는가.

훈장을 받은 사람?

많이 버는 사람?

안정된 직업을 가진 사람?

다큐 속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재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다.

돈이나 직업이 아니라

‘할 수 있음’의 상태라는 것이다.

그가 만난 인재들 가운데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을 해본 사람은

그 일을 이어갈 방법을 찾는다.


행복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나는 이 문장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공대냐 의대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가의 문제 아닐까.

돈이 되는 길을 알려주는 사회와

존경받는 길을 보여주는 사회.

어떤 환경이

더 많은 도전을 낳을까.


60이 되어 보니

결국 남는 건 직함이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시간들이다.


좋아하는 일을 향해

스스로 선택해 본 경험.

어쩌면 인재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환경에서 길러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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