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by 신은정


가주 작가님의 글방에서

“왜 글을 쓰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질문 앞에 서니

문득 예전에 들었던 비슷한 질문이 떠올랐다.

산책과 문장 북토크에서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일기장을 책으로 내드리고 싶었고,

언젠가 내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나를 기억해 줄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블로그를 배우기 시작했고

글을 쓰게 되었다고.


그 마음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말로는 다 꺼내지 못하는 것들,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리면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사라질 것 같은 순간들.

그래서 나는 쓴다.


그날의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때의 마음을 다시 만나기 위해.

글을 쓰다 보면

그때는 몰랐던 내 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순간이 좋다.

가끔은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다가

‘이걸 내가 썼나’ 하고 놀라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어느 날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닿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동안 아파서

글을 쓰지 못하고 쉬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내 머릿속은

혼자서 조용히 글을 정리하고 있었다.

글을 쓰지 않아도

나는 이미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퇴원 후 처음 맞는 생일이

내 환갑이다.

돌을 맞은 아이처럼,


나 역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에게 글쓰기는

숨구멍이자,

잘 살아가기 위한

나침반이다.




#글쓰기의이유 #두번째삶 #치유와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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