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결 (사는 이야기)
박연회 가는 날의 소동
8시 10분까지 소영 언니네 집 앞. 약속은 명확했다. 그런데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도 몸은 이불 속에 꼼짝 않고 누워 있었다.
짝꿍의 원고를 붙들고 밤새 읽고 또 읽었던 탓이다. 눈꺼풀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일어나야지...' 하는 마음과 '5분만 더...' 하는 몸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었다.
그때, 따르릉—
시누이의 전화벨이 새벽 공습처럼 귓가를 울렸다. 벌떡.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시계를 보니 8시. 아, 이미 늦었다.
소영 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그냥 모자만 푹 눌러쓰고 얼른 나와!"
그럴 순 없었다.
이 얼굴로, 이 머리로 박연회에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언니, 먼저 가세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폭풍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수, 옷, 머리— 정신없이 준비하다 보니 계절 감각까지 날아가 버렸다.
거울을 보니 옷차림이 얇다.
춥다. 그런데 돌아갈 시간은 없고, 이 시간에 스타킹이나 속바지를 파는 가게가 열려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영이 언니에게 SOS.
"언니, 속바지 하나만..."
속바지를 받아 입고 차에 올랐다. 자, 이제 출발이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에 '코리아나 건물'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도대체 왜?
또다시 미경 언니에게 전화.
"코리아나박물관을 찍으면 돼!" .
아, 그렇구나. 다시 길을 잡았다.
도착 예정 시간은 5분 늦음. 게다가 길을 한 번 잘못 들었다. 그리고 결정타— 삐— 기름 경고음. 연료 게이지 바늘이 바닥을 긁고 있었다.
'어려움은 한 가지만 오지 않는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오늘은 정말,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하지만 도착해 보니—선생님도 늦으셨다.
휴— 다행이다.
세상이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상황이 다시 나를 돕는 쪽으로 돌아섰다.
역사 수업을 하는 동생이 손수 만든 동전 지갑을 건넸고, 친구 정은이는 염색한 스카프를 선물해주었다
마음이 풍성해졌다.
아침엔 모든 게 꼬였지만, 지금 이 순간은 따뜻하다.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게 아닐까.
늦잠, 찬바람, 빈 기름통, 잘못 든 길—그 모든 소동 끝에도 결국 나는 제시간에 도착하고, 누군가의 선물을 받으며, 웃고 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것.
오늘 하루도, 그렇게 좋은 일로 마무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