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에세이
‘그 나라의 표정을 읽으려면 음악을 듣고,
그 나라의 생각을 읽으려면 영화를 보고,
그 나라의 마음을 읽으려면 소설을 읽으라.’
이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 문장은 격언이라기보다 하나의 초대장 같았다.
한 나라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라는 조용한 권유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초대에 응답하듯, 나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읽고 싶어졌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였다. 당연하게도 책은 품절이었다.
교보문고로 들어가 온라인으로 검색해보니 주문은 가능하다는 표시가 떠 있었다.
나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신청 버튼을 눌렀다.
책이 도착하기까지 며칠의 시간이 남았다.
그 기다림이 괜히 길게 느껴져, 나는 유튜브를 켰다.
한강의 인터뷰를, 강연을, 그녀의 목소리를 찾아 들었다.
그녀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말을 아끼지만, 문장 안에는 깊은 숨결이 담겨 있었다.
노래를 짓고, 시를 쓰고, 소설을 엮는 사람.
작가인 아버지 곁에서 자라며 문장 사이에서 호흡하듯 살아온 사람.
그 시간이 그녀만의 섬세한 감각을 길러냈을까, 나는 혼자서 짐작해보았다.
《소년이 온다》가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
이미 읽은 《흰》도 좋았고, 《채식주의자》도 오래 남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 같았다.
이번에는 한 작가가 역사를 마주하는 방식, 그 시선의 온도를 느끼고 싶었다.
5월의 광주를, 소년의 죽음을,
그녀는 어떤 문장으로 담아냈을까.
어떤 언어로 침묵과 고통을 견뎌냈을까.
조금씩 한 작가를 알아가는 일.
그것이 한 나라의 마음을 읽는 시작이라면,
나는 지금 그 여정의 첫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넘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