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저녁 9시 잠을 자야 할 시간이다.
남들은 왜 이 시간에 잠드는가 싶겠지만
나는 지금 5일째 총 9시간을 겨우 잤다.
지금도 저녁약을 먹은 상태이지만
점점 더 정신은 또렷해지며
잠이 들지 않을 것 같은 상태로
오늘도 밤을 새우거나
몇 시간 잠들지 못한다 한다면
바로 병원으로 직행할 생각이다.
우울증을 겪으면서 가장 컸던 건
바로 수면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내 마음처럼 잠에 들지 않았으며
잠에 든다 하더라도 쉽게 깨거나
원치 않는 꿈들로 뒤척여야만 했다.
약간의 컨디션 조절에도 잠은
높은 파도가 치듯 넘나들었고
그로 인해 깊은 피로감과 무기력함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조그마한 반응에도 쉽게 수면패턴은
나를 조롱하듯 괴롭히기 시작했고
어느샌가 잠을 자는 게 쉼이 아닌
불편함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라 말을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이 일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몸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머리가 멍해지며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거기다 잠을 자려고 하면
무언가 생각이 많아지는데
무슨 생각을 하냐 묻는다면
딱 하나를 짚을 수 없는 상태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워
피곤에 절어 잠에 드는 날이면
다음날 오후 늦게나 일어나야 했고
또다시 나의 수면과 생활 패턴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잠 오면 자면 그만 아닌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막상 나의 상황에 닥치게 되면
이게 얼마나 힘든 상황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 텐데...
잠자는 것이 두려워진다는 걸
그 누구라도 공감하게 될 텐데..
하루를 잘 잔다는 것이
얼마나 건강하다는 걸
다시금 깨다는 밤이다.
언젠가 이 것도 하나의 에피소드로
넘어갈 일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힘이 들고
그저 피하고만 싶은 일이다.
그러기엔 내 눈과 몸은 잠을 원하고
정신도 피폐해지는 기분이다.
제발 하루라도 좋으니 깊은 잠을
자고 싶은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