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보정이 어려워서였다. 사진에 관심은 있지만 잘 아는 것은 아니었기에, 취미로 시작하기에는 망설여졌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촬영의 마무리는 보정이야."라는 얘기를 듣고 고민만 하던 중 필름 카메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필름이 주는 감성이 있기에 보정을 배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과 비교적 저렴하게(필름 가격이 오르기 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큰 고민 없이 필름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필름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내가 '순간'을 음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쉽게 사진을 찍고 쉽게 지우게 되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순간을 신중하게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 좋았다. 사실 필름은 신중의 연속이다. 자동카메라일지라도 필름을 카메라 안에 넣고, 장수를 채울 때까지 순간을 기다리고, 현상을 맡겨 결과물을 기다린다. 마침내 결과물을 마주했을 때의 곱씹음이 좋았다.
또한 필름 카메라 자체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항시 손에 들고 있는 폰과 달리, 필름 카메라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을 때 꺼내게 되고, 카메라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 그 다름이라는 것이 카메라를 어색해하는 사람들의 고개도 돌리게 만든다. 그중 우리 가족이 그렇다. 어느 순간부터 생일 같은 특별한 날이라도 우리는 서로를 찍지 않았다. 그 틀을 깨기 시작한 것이 필름 카메라였다.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어색해하지만, 이내 카메라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우리는 순간을 살아간다. 쉽게 지나치기도 하지만, 평생 잊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던 순간도 바래지기 마련이다. 필름은 그 순간을 붙잡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