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랑 (1)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행복했던

by 고을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아련하다.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지

처음이기에 서툴렀기 때문인지

어딘지 모를 아쉬움과 후회로 포장되어 다시 열어볼순 없지만

그래도 그 자체로 참 빛나는 선물같았던 존재.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과 '사랑한다'는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

사실 다른건 알겠는데,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보면 참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하게 생각한건,

그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고민해볼 수 있게 한 존재가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내 20대에 가장 큰 존재였던 첫 사랑에 대해서 풀어보려고 한다.






아마도 스물 셋, 또는 넷 쯔음.


그당시 나는 학부졸업과 임용고시, 국가고시를 동시에 준비하며 정말 끝없이 달려나가고 있었다.

다시 그 삶을 살라고 하면 그렇게 못 살았을 정도로 정말 미친듯이 앞만보고 달렸던 시기였다.

그만큼 외롭고, 소진감도 참 많이 들었다.


독하게 공부하겠다며 기숙사도 아닌 자취권을 1년간 받아냈고,

그 안에서 혼자만의 대화와 끝없는 전쟁을 계속해서 치뤘다.

지금은 기억이 많이 미화됐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악착같이 살았던 것 같다.

그런 내모습을 보던 동기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 '지수(가명)'는 눈물까지 그렁거렸다.

누군가 나의 힘든모습을 보고 안타깝고 속상해서 눈물까지 흘릴 수 있다니, 그당시에도 지금도 너무 고마운 친구이다.


그 친구는 내게 고시준비가 끝나면 예전부터 꼭 소개해주고싶다고 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아마도 20살 초반부터 계속 이야기를 들어왔어서 어렴풋이만 알고있었던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때부터, 그 사람을 알기 전부터 좋은 감정이 시작됐던걸지도 모른다.

그만큼 지수도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쓰디쓴 2차 실패의 결과.

원했던 지역은 아니었지만, 임용고시라는 시험에서 이젠 벗어나고싶었던 간절함으로 합격을 꿈꿨는데,

결과는 0.05점으로 최종탈락이었다.


0.05점이라니, 차라리 떨어질거면 점수차이라도 많이나지.

그날 순서가 조금 달랐다면 어땠을까, 내가좀더 웃었으면 어땠을까

별걸 다 원망하던 시기였다.

눈뜨는게 괴로운 시기를 일주일정도 보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내가 절망감이 많이 들었던 이유는,

인턴십에서 좋은 점수도 받아서 높은 확률로 갈 수 있던 좋은 직장의 입사를 포기한 것에 대한 불안감,

또 많은 사람들이 오랜시간 준비하는 고시를 내가 빠른 시간내에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는 바로 입사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친구들만 있는데 그저 제자리에 머물러있는듯한 나의 20대가 너무 안타까워서 그랬던 것 같다.


세상이 다 나 빼고 잘 굴러가는 느낌.

그 세상속에 나만 멈춰있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장 힘들었던 이 시기를 가장 행복했던 때로 포장해준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의 첫 사랑


아마도 임용 결과가 나온 겨울의 언젠가.

날씨도 마음도 많이 추운 날이었지만 엄청나게 떨리는 마음으로 지수가 소개해준 친구를 만나러 갔다.


오래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던 '우(가명)'.


첫눈에 보자마자 모든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물을 따라주는 떨리는 손에서 그 사람의 떨리는 진심이 느껴졌고,

눈을 마주치면 반달이 되며 웃어주는 표정에서 다정함을 느꼈다.


그리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새 카톡하며

도파민에 절여진 행복에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지금 내가 감히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정말 나의 감정에만 솔직하게,

나에게 하고싶은걸 할 수 있는 1년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가져봤다.

뭐가 그렇게 스스로에게 엄격했던건지.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결정한 내게 참 고맙다.



세번째인가, 네번째인가.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가 참 좋아하는 공원길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하던 우의 손을 잡았고


그렇게 나의 첫 사랑이 시작됐다.


세상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을정도로 정말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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