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족에게 갖는 몇 가지 오해를 이렇게 지적한다. 첫 번째 오해는 가족끼리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 두 번째 오해는 가족에겐 감정을 다 표현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 세 번째 오해는 가족 관계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 네 번째 오해는 가족에게는 모든 기대를 걸어도 된다고 여기는 것.
영화 <러브 사라>에서의 모녀는 어떤 오해 때문에 사이가 멀어졌을까. 파리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 증언에 따르면 파티쉐로서 천부적 재능을 지닌 사라는 노팅힐에 자신이 꿈꾸던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 개업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금전적 지원을 부탁했지만 거절한 엄마. 자신을 지지해주지 않은 것이 서운해 딸은 엄마와 의절하고 지내다 가게 오픈을 앞두고 사고사를 당한다. 영화는 그때부터 사라와 관계된 세 명의 여성을 통해 전개된다. 딸과 화해하지 못한 엄마, 그로 인해 할머니와 연락을 끊고 지낸 손녀, 딸의 솔메이트이자 베이커리 동업자였던 이사벨라.
딸의 죽음이 자기 때문인 것 같아 맘이 무거운 미미는 손녀의 방문도, 자매 같던 딸의 친구 이사벨라를 마주하는 것도 불편하다. 사람 사이에서 가장 쉽게 느끼는 감정이 오해고, 가장 어려운 감정이 이해라고 했던가. 서로에게 갖고 있던 오해를 손녀 클라리사는 정면돌파로 풀어나간다. 가족은 가장 가깝지만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될 수 있는 사이다. 가족이기에 원초적 감정을 여과 없이 보이고, 가족이란 이유로 무조건 이해받길 원한다. 그래서 '어떻게 네가? 어떻게 내게? '라는 근거 없는 억지가 나온다. 클라리사는 할머니에 대한 원망이 아닌 엄마의 꿈을 함께 실현해보자고 설득한다. 손녀로 인해 용기를 얻은 미미는 딸 같던 이사벨라를 찾아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사라가 생전에 간절히 원했던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 '러브 사라'를 오픈한다. 오해가 쌓은 벽을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해로 넘어선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히는 런던 노팅힐에 '러브 사라'가 오픈한다. 사라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사라가 하고 싶던 곳에서, 사라의 꿈을 이루기 위해 사라를 사랑하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작한 거다. 디저트 베이커리 카페답게 '러브 사라'에는 인스타그램 에 담고 싶은 디저트들이 끊임없이 선보인다. 단순한 영화의 플룻이 디저트 레시피로 인해 묻혀 버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디저트 레시피는 푸드 스타일리스트 레베카 우즈를 비롯해 영국 간판 베이킹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그레이트 브리티쉬 베이크 오프' 시즌 7의 우승자 캔디스 브라운 , 스타 셰프 요탐 오토렝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오토렝기'의 합작으로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러브 사라'를 보면서 베이커리 디저트 레시피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즘엔 우리나라도 디저트 카페가 대세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때 베이커리도 함께 주문하게 되는데, 먹고 싶은 것이 많아 고민인 것이 아니라, 선택하고 싶은 게 없는데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늘 망설여질 때가 있다. 마치 빵집에 들어가서 몇 바퀴 돌다 결국엔 단팥빵과 식빵 사들고 나오는 격이다.
https://tv.naver.com/v/18165428
오픈 첫 날 이웃 펠릭스가 미미에게 묻는다. "5분 거리에 빵집만 4개 더 있는데 이 가게의 차별점은 뭔가요?" 미미는 "드셔보시고 알려주시죠"라고 답한다. 펠릭스는 마케팅 전략을 물었고, 미미는 맛에 대한 자부심으로 답했다. 하지만 펠릭스의 질문에 답이 있었다. 음식만 맛있는 식당, 커피만 맛있는 카페는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여기에 마케팅, 영업 전략이 있어야 손님은 스토리를 만들고, 그곳을 계속 찾게 되는 것이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 매튜의 솜씨는 최고지만 '러브 사라'의 매출은 가게 세도 낼 수 없을 만큼 오르지 않는다. 그때 미미에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스친다. 딸이 가장 좋아했던 책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런던에는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사람들이 살잖아.
'러브 사라'를 고향 같은 곳으로 만들면 어때? "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원하는 고향의 디저트를 만들어 주기로 한 것이다. 카페에 온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 디저트를 만들어 준다면 다시 '러브 사라'를 다시 찾을 것이다란 생각에 새롭게 메뉴 개발을 하기 시작한다. 리스본에서 온 모자를 위한 '파스델 드 나타'부터 호주식 케이크 '레밍턴' . 덴마크의 시나몬롤 '카네스네일' , 라트비아 출신의 택배 기사를 위한 '크링글, 터키의 바클라바, 아랍의 전통 케이크 바스부사, 이스라엘의 오렌지 세몰리나 케이크, 그리고 일본에서 온 여성이 부탁한 말차밀 크레이프까지 카페의 디저트에 세계가 모였다. '러브 사라'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고향이 된 것이다. 그래서 영화 원제 '러브 사라' 앞에 '세상의 모든 디저트'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주인공 모두가 그리워하는 사라를 기억하기 위해 오픈한 '러브 사라'가 , 이젠 모든 사람들의 '그리움'의 대상인 고향 같은 공간이 된다는 설정이 이 영화에서 건진 한 줄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