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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Dec 06. 2022

플라시보 효과













1.


행사나 중요한 약속 같은 것이 잡히면 시간을 미래 진행형으로 산다.

올해는 집안 행사와 개인적인 일들로 봄에 여름을 준비했고, 여름에 가을을 살았다. 

그렇게 12월을 맞았고, 2022년을 마감하기까지 소소한 일들이 달력 위에 메모돼있다. 



달력은 가족 앨범 같다. 마감에 연연하지 않은 삶을 살기 시작하면서 달력엔 나의 스페셜보다 가족의 데일리로 한 해가 채워진다. 배차 시간표를 적는 버스 기사의 달력처럼. 
















2.


12월 31일이나 1월 1일이나 늘 새로운 하루인데, 왜 12월이면 자기반성 비슷한 정리를  해보게 되고,

1월이면 리셋 모드를 한 도화지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지는지. 늘 뭔가를 하고 있던 것 같은데, 마침표를 찍은 성취감은 없고. 그래서 이런 얘길 들으면 토닥토닥 격려를 받는 기분이다.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던 앨리 베이즐리는 직장에 복귀하기 힘들 거란 얘기를 의사에게 듣는다. 

예후가 나빠 다시는 걷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부모님은 휠체어를 사용할 수 있는 콘도를 알아봤고

그녀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때 앨리는 자신의 건강을 북돋기 위해 물 한 잔 마시는 챌린지를 시작한다. 약속은 작으면 작을수록, 꾸준히 지켜갈 수 있는 것일수록 좋기에 오전 6시 45분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매일 아침 물 한 잔 마시기를 시작한다. 



설마 물 한 잔이 그녀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읽으면서도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바뀐다.  

하루 한 잔 물 마시기에 성공을 할 때마다 잠시 멈춰서 자축을 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그녀는 자기 신뢰감을 얻는다.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병세가 호전되는 플라시보 효과를 엘리가 경험하게 된 것이다.  

















3.


주변을 둘러본다.  읽다 말은 책. 아직 첫 장도 펼쳐보지 못한 책. 몇 장 쓰다 말은 플래너. 도구가 있으면 하려나 해서 사놓은 폼롤러. 사놓은 시점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기타. 뭔가 좀 그리고 싶다란 욕망만 가득해서 사놓은 그림도구들. 전곡을 다 꼼꼼히 듣고 싶다란 사명감에 싸 둔 CD.  봤지만 또 봐야 될 영화와 

꼭 보고 싶은 영화들. 



약속은 작으면 작을수록 꾸준히 지켜갈 수 있는 것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는데. 내 위시리스트에는 늘 과한 욕망과 부족한 실천으로 자기 불신 수치가 줄지 않는다.



플라시보 효과의 상대 개념으로 노세보 효과가 있다. 약을 올바로 처방했는데도 환자가 의심하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다.  생각이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킨다는 사례다. 


결국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다.  자기 불신이 자기 신뢰로 바뀔 수 있는 작은 약속. 내일부터 1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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