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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Feb 16. 2024

19세기 풍속화에 담긴 인형





Her Favorite Doll 

에밀 베르농 Emile Vernon (1872- 1920)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하는 그림  대부분은 19세기에 그려진 풍속화다.  풍속화를 보면 그 당시 유행했던 옷차림이나 문화, 시대상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에게 풍속화는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    19세기에 활동했던 프랑스의 화가 에밀 베르농은 1898년에 데뷔를 해 초상화와 풍경화, 꽃 그림을 주로 그렸다.  밝은 색상과 목가적인 설정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모델로 한 수채화가 많아 여자 화가 일 듯싶지만, 에밀 베르농은 남자다.  에밀 베르농의 그림 Her Favorite Doll 에 등장하는 인형은 포세린 돌이다.  


도자기란 뜻을 지닌 포세린 Porcelain에 인형 Doll이 결합했으니 포세린 돌은  도자기 인형이다.   산업혁명 이후  플라스틱 제조에 성공하지만 제품화할 시기는 아니었기에,  당시 인형의 얼굴과 손. 발은 도자기를 이용해 만든 포세린 돌이었다.   19세기까지 아이들의 인형이 포세린 돌이었다는 것을 당대 그림에서 보여주고 있다. 






A Young Girl With Her Doll 

케이트 페루기니 Kate Perugoni (1839 - 1929) 



케이트 페르기니는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인기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의 막내딸이다.  12살 때 영국 최초의 여성 고등 교육 기관인 베드포드 칼리지에서 미술을 공부한 케이트 페루기니는 초상화와 풍속화의 성공적인 화가로 기록되고 있으며,  특히 어린이 초상화로 유명하다. 






Stitch By Stitch 

하인리히 히르트 Heinrich Hirt (1841 -1902) 독일 




내가 좋아하는 그림 소재다.  만들어진 인형을 갖고 노는데 그치지 않고 인형에게 옷을 만들어 입힌다.  매일 똑같은 옷만 입는 인형이 싫증 나서일까, 아니면 인형 옷이 낡아져서 새 옷을 만들어 입히고 싶은 마음에 설까?  천도 귀한 시절이었을 텐데, 아이들에게 선뜻 인형 옷 만들 천을 내준 걸 보면 왠지 이 소녀들의 집안 분위기는 루이자 메이 올컷 소설 '작은 아씨들' 같을 것 같다.  과연 이 소녀들이 만든 옷은 어떤 스타일일까 궁금해진다. 

Stich By Stitch를 그린 하인리히 히르트는 독일의 19세기 화가다.  순진함이 담긴 어린이들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고,  소박한 가족의 모습도 그의 그림에서 자주 발견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지금까지 해외 경매 사이트에서 하인리히 히르트의 작품은 꾸준히 거래되며 사랑받고 있다.  






Children and Dog  가장 친한 친구 

Paul Hermann Wagner(1852-1937) 




사랑스러움의 결정체다.   늘 보호받는 존재인 아이가 보호해 줄 수 있는 존재는 인형이다. 인형 머리맡에 놓인 유리병에서 한 숟갈 따른 물이 포세린 인형에게 줄 약인가 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충직한 개의 모습까지 완벽한 가족사진이다.   


이 그림을 그린 폴 헤르만 바그너는  독일의 로텐부르크에서 태어난 풍경 화가이자 인물화가이다.  주로 님프나 요정이 등장하는 풍경화나 인물화에서 탁월한 붓놀림을 한 화가로 유명하다.  폴 헤르만 바그너의 그림을 검색해 보면 Children and Dog와 비슷한 소재와 색상들로 따뜻한 온기를 전해준다.  







The Puppet Theatre 인형극

테오필레 에마뉴엘 듀베르거 Theophole - Emmanuel Duverger (1821 - 1901)



삼 남매의 맏이가 오늘의 스토리텔러다.   의자에 테이블보를 묶어 무대배경을 만들고 줄에 매단 인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꽤 능숙하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동생들의 몰입도를 보면 분명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다.   


인형극을 그린 테오필레 에마뉴엘 듀베르거는 프랑스의 화가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듀베르거의 작품에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1846년 파리 살롱에서 여성들의 초상화를 보여줬던 에마뮤엘 듀베르거는 그 후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주로 그린다.   '장르화'라고도 불렸던 풍속화가 동화책 삽화같다.  









The Christams Toys 크리스마스 장난감 

테오도어 클리하스 Theodore Kleehaas (German, 1854-1929)



그림 제목이 크리스마스 장난감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장난감은 아마도 아이들이 오래도록 갖고 싶어 했던 것일 테다.  각자의 선물을 끌어안고 행복해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나도 따라 입꼬리가 올라간다. 

풍속화를 주로 그렸던 테오도오 클리하스의 그림에는 유난히 아이들의 놀이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 화가의 그림 역시 지금까지 미술 경매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Can You Talk 

찰스 버튼 바버 Charles Burton Barber (1845- 1895) 



이 그림에서 내동댕이쳐진 인형을 보니 영화 '토이 스토리' 속의 장난감이 생각난다.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할 때마다 우디의 낡은 장난감들은 떨고 있다.  더 이상 우디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인형을 태운 장난감 수레 바퀴도 빠져있고 인형도 땅바닥에 뒹굴고 있고,  인형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처럼 이 꼬마도 인형보다는 같이 뛰놀 수 있는 개가 더 좋은가 보다.


Can You Talk를 그린 찰스 버튼 바버는 어린이와 애완동물에 대한 그림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국 화가이다. 바버는 일생 동안 영국 최고의 동물 화가 중 한 명으로 여겨졌으며,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왕족의 애완동물을 그려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그래서 그가 그린 많은 초상화들은 왕실 소장품이다. 






Young Girl With Her Doll 

요한 침례교 리테어 Johann Baptist Reiter (1813 -1890) 오스트리아 




많은 아이들이 갖고 싶은 장난감이 있으면 오랜 갈망의 시간을 거쳐 특별한 기념일에 선물로 얻길 소망한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소녀는 무언가 원하기도 전에 선물이 먼저 당도해 있을 것 같다.  19세기 유럽의 열강들은 해외 영토 정복에 나서고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식민지를 건설한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을 보면 이 소녀에게는 벌써 동방의 물건이 도착해있다.  발밑에 떨어져 있는 노란 치마를 입은 인형은 동양의 인형 같고 중국에서 건너온 듯한 부채를 들고 선물 박스에서 갓 꺼낸 듯한 인형을 행복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작품을 그린 요한 침례교 리테어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 회사에서 가구와 간판, 십자가를 그리는 것으로 출발했다.  그 후 비엔나 미술 아카데미에 등록해 정식 수업을 받은 그는 일상생활을 묘사한 그림과 역사적인 장면을 주로 그리다 초상화로 바꾸면서 큰 명성을 얻게 된다. 






The Showcase of Toys 

엘리아 볼피 Elia Volpi (Italian 1858-1938)



장난감 가게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의 공통점 같다.  이 소녀의 발걸음을 꼭 잡고 있는 장난감은 아마도 무지개와도 같을 것 같다.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을 때 그 간절함은 더 커지는 법.  나도 이 소녀와 함께 진열장을 구석구석 꼼꼼히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이탈리아의 플로렌스에서 공부를 한 엘리아 볼피는 화가이자 복원가, 미술품 거래상으로 활동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Young Dressmakers 

해리 브루커 Harry Brooker (1848-1940) 영국 



Afternoon Tea 

해리 브루커Harry Brooker (1848-1940) 영국 



화가 해리 브루커에게는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자신의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장르 화가였던 해리 브루커는 아이들의 놀이 장면을 묘사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위 두 점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림 속 아이들이 동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그림은 아이들이 인형 옷을 만드는 장면이고,  두 번째 그림은 인형에게 애프터눈 티를 대접하는 장면이다.  제일 큰 언니가 찻잔에 차를 따르면, 막내가 인형에게 차를 건넨다.  의자 밑에 있는 인형 침대도 앙증맞다.  우애 좋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이 어떨지 그림 속에서 느껴진다. 






Helping Mother 

폴 시냐크 Paul Seignac (French, 1826-1904)



아이들이 방을 어지럽혀서 엄마가 무슨 다짐을 받은 뒤에 갖고 놀던 장난감을 주려는 듯한 장면 같다.   작은북을 달라고 사정하는 아들,   엄마의 다른 손에 들려있는 인형에 시선을 고정한 딸.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예외가 된 듯한 막내.  네덜란드 나막신 클롬펜Klompen 이 장난감처럼 흩어져 있는 게 이색적이다. 


이 그림이 그려진 19세기는 서민의 생활을 주제로 한 풍속화가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았다.  폴 시냐크도 어린이가 등장하는 시골 생활 및 일상 장면을 묘사하는 풍속화를 많이 그렸다.  현재 그의 작품은 프랑스, 영국, 미국의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Punch and Judy Show

헤르만 폰 카울바흐 Hermann Von Kaulbach(German, 1846-1909)



이 그림의 핵심은 아이들의 표정이다.  인형극에 푹 빠진 네 명의 아이들과 달리 양쪽 좌우로 두 명의 아이는 서로를 견제하듯 잔뜩 골이 난 표정이다.  감정을 숨기지 못한 아이들의 표정은 어른에게 웃음을 준다.  포커페이스에 익숙한 어른이 돼서일까. 


헤르만 폰 카울바흐는 그의 어린 시절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그의 동화들과 동화책들은 그가 죽은 후에도 여러 판으로 인쇄될 만큼 사랑받았는데, 그래설까.  그의 그림에는 스토리가 강하게 담겨있다. 






인형 목욕의 날  The Doll's Bathing Day 

피에르 제스 에드몬드 카스탄 Pierre Jesn Edmound Castan (French, 1872-1892)



인형 목욕 시키는 장면이 담긴 두 점의 그림이다.   구스타브 이글러의 그림 속 아이들은 인형에게 영세를 하는 것처럼 너무나 경건해 보인다.   인형을 보면 아이의 집 형편도 대충 그려진다.  







The Doll's Parents - Bathing Her Dolls 

 구스타브 이글러 Gustav Igler (헝가리  ,1842- 1908)








Edmund Adler (오스트리아 ,1876-1965)


아이의 옷 디자인과 신발, 장신구 등을 보면 상류층임을 알 수 있다.    인형 목욕 시키는 아이들의 인형과 에드먼드 아들러 그림 속 인형을 비교해 보면 빈부의 격차가 느껴진다. 오스트리아 화가인 에드먼드 아들러의 작품은 1998년 이후 꾸준히 경매에 나오고 있다. 






Menna 

Ludwing Johann Passini (Austrian, 1832-1903)



이 소녀가 안고 있는 인형은 머리도 엉킨 채 마모돼있고,   발도 빠져 있고 옷도 낡아 헤져 있다.  그럼에도 이 소녀에게 이 인형은 우주다.  그래서 이 그림 속 아이와 인형이 참 사랑스럽다. 


19세기 가장 중요한 풍속 화가로 급성장한 인물로 손꼽히는 루드비히 요한 파시니  그의 그림을 독창적이지만 유치할 정도로 장난스럽다고 묘사한 미술 평론가가 있다.  그만큼 리얼리티가 뛰어났다는 걸까! 








Storytime 

Charles Haigh - Wood (1856-1927)


풍속화의 특징 중 하나는 인테리어를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점이다.   그림 속에 도자기, 가구, 벽지, 직물 등 다양한 물건 등이 묘사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 소녀가 앉아 있는 방안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동양에서 건너 온 병풍이  파티션처럼 장식되어 있고,  호피가 깔려 있는 방 안에서 한 손에 인형을 들고 화집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   이 작품을 그린 찰스 하이 우드는 자작을 하는 영국의 화가이다.








Girl With A Doll 

Charles Courtney Curran (1861-1942) 미국



찰스 코트니 커런은 다양한 환경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작품을 많이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다.   포세린 인형과 크리스마스 시즌 이불을 덮고 잠깐 누워 있는 듯한 소녀와 눈빛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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