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에 관하여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by 봄날




집 앞에 택배 상자가 놓여있다. 박스를 보니 아들이 주문한 책이다. 취향이 분명한 아들이 선택한 책은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다. 작가들의 유튜브나 팟캐스트 채널을 즐겨듣는 아들은 임경선 작가의 명쾌한 화법이 좋은가 보다. 어느 날부터 임경선 작가의 북토크 어록을 감상 후기처럼 들려줬고, 그런 시간들이 날 잠재적 독자로 만들었다.



뭐든 꽂히면 완벽한 덕후가 되는 아들은 산문과 시집에 편중된 독서 편력을 갖고 있다. 균형감 있는 독서를 했으면 하는 노파심에 무심한 듯 책등만 훑어봤던 아들의 책들. 두 달 전 군 입대로 전면 개방된 아들의 방에서 책 한 권을 빼들었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이란 부제가 붙은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 감성적 성정의 아들이라 이 책의 작가도 감정의 결이 비슷할 거라 여겼지만 책을 읽은 뒤 내린 결론은 완벽한 판단 오류였다.





임경선 작가의 말과 글에선 ESTJ 기운이 느껴진다. 사고방식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ESTJ는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감정적 스트레스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다. 필요할 때마다 실용적인 조언을 해주고, 함께 목표를 세우고 이뤄가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유형이다. 그런 점이 임경선 작가와 아주 닮아있다.



여러 채널에서 10년 넘게 인생 상담을 진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성향 때문일 거다. 감정이입을 과잉으로 하거나, 현실을 왜곡하면서 위로하거나, 정신 승리로 대충 넘어가거나, 애매한 낙관론으로 희망을 주는 일을 작가는 경계한다고 했다. '위험한 정답'을 내어주기 보다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게 자극을 주는 것에 무게를 둔 작가는 최선의 개입을 위해 뼈 때리는 조언도 돌려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 지점이 좋다.





'태도에 관하여'는 2015년에 출간돼 현재까지 20만 부 독자를 거느린 스테디셀러다. 자고 나면 강산이 변한다는 시대에 10년 전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에 대해 쓴 책이 지금도 여전히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다는 것이 놀랍다. '태도에 관하여'는 작가가 평소 체화시키며 살아가던, 신념에 가까운 생각들을 써 내려간 책이다. 작가가 그 모든 사유와 경험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다섯 가지 태도들 - 자발성, 관대함, 성실함, 정직함, 공정함-을 개별적인 문제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 자산을 작가는 태도로 본다. 작가가 분류해놓은 다섯 가지 태도들에 나의 삶을 대입해 본다. 정성평가가 아닌 정량평가로 나를 진단해 보니 평가란에 공란이 꽤 많게 느껴진다. 그것이 펙트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태도에 관하여'에서 성실함 파트의 '나를 쉽게 위로하지 않을 것' 중 한 대목을 옮겨본다.'



젊은 시절 온 힘을 다해 노력했거나 몰두한 경험 없이 성장해버리면 '헐렁한' 어른이 되고, 만약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이건 나의 최선이 아니었으니까'라며 마치 어딘가에 자신의 최선이 있다고 착각하면서 스스로에게 도망갈 여지를 준다. (중략)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주저앉아 한숨만 쉬거나 세상을 원망하거나 자기혐오에 빠져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 토스트 / p 204 -205






아들에게 내 책장 속 책을 보냈다. 정여울 작가의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와 미술해설가 선동기 작가의 '나를 위한 하루 그림' 전자는 일력처럼 하루분의 글이 있고, 후자는 월별로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입대하면 하루의 무게가 다를 것이다. 루틴 세우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하루 한 페이지씩, 매달 소개되는 그림 몇 편씩 읽다 보면 사계절이 바뀌고 새로운 봄이 올 거다.



오늘도 일과를 마친 아들이 안부전화를 걸어올 것이다. 요즘 우리 대화 소재에 임경선 작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먼저 알고 있던 아들에게 뒤늦게 알게 된 엄마가 이것저것 궁금해서 묻는다. 어느 챕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지, 그 북토크를 너도 봤는지? , 작가의 새로운 책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 역시 덕후가 돼버렸다. 서로의 책장에 무심했던 모자가 이제는 서로의 책장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는데 큰 역할을 해준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 마음이 헐렁해질 때 이 책을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