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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Nov 17. 2022

비 오는 파리 and 비 오는 제주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주인공 길은 1920년대의 파리를 그리워한다.  관광객으로 파리를 여행 왔다면 햇살 좋은 청명한 날을 고대하겠지만,  길은 파리는 비가 올 때 가장 멋있다는 예찬을 늘어놓는다.  여행 떠나기 전 일기예보부터 꼼꼼히 살피는 것은 아마도 최상의 여행에 날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일 거다.   

월요일에 4박 5일로 제주에 왔다.   제주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마음먹고 여행 왔는데 비가 온다면 활동에 제약을 받기에 '어쩌나....' 하는 생각이 먼저였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는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이 비 오는 파리를 좋아했던 것처럼 나도 비 오는 제주가 그리 싫지 않다.    


빗속을 뚫고 달린다든지,  비를 맞으며 서 있는다든지,  비를 맞으며 온종일 걸어 다녔던 기억이 아주 오래전 일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취향이 고집처럼 굳어져서 해보지 않은 것, 번거로운 것은 애초부터 시도조차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여행은 익숙했던 것으로부터 결별할 계기를 만들어준다.  관성이 돼버린 습관,  무미건조한 발상,  삶의 무게로 만들어진 제1 캐릭터를 벗어던지고 내 안의 또 다른 자아로 나를 이끌어 준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길이 밤 12시만 되면 그가 꿈꾸던 세상 1920년대 벨 에포크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여행은 사람을 시공간을 넘나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여행의 프리즘을 통해 내일과 오늘, 어제를 바라보면 하루하루가 아름답다.   내일이란 설렘, 오늘이 만들어내는 드라마,  노스탤지어가 돼주는 어제.   삶이 무료하고 고단해질 때 마음에 주유하듯 꺼내보는 앨범.  그 앨범의 이름을 '여행'이라 적어본다.  


https://m.youtube.com/watch?v=Q6-fRN9l_BI

비 오는 제주 드라이브를 할 때 들었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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