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B / 해피B 하나 더

by 김키친

해피B)

하입보이도 듣고 I’m your girl도 듣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가 쏟아진다 생일인데. 비바람을 뚫고 말차레몬케이크를 사다 온다. 함께 노래도 부르고 촛불도 분다. 감사한 마음들이 날아든다.

원래는 좋아하는 전시를 보러 가는 거였다. 이곳의 여느 때처럼 비다. 비가 온다. 공간을 둘러싼 정원과 자연의 길목이 이어지는 (좋아하는) 미술관을 찰랑거리는 흙탕물로 걷는 건 아무래도 아쉽다. 방문을 미룬다.

그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싶어 급히 어수선 대다가 저녁으로 예약해 둔 식당과 시간이 맞지 않아 접어두기로 한다. 오후가 되어도 비바람은 그칠 생각이 없고 날은 계속 흐렸다.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이리저리 동동 되다가 문득 생일에는-이라는 마음이 촌스러웠다. 동동-보다는 그러든가 말든가-로 가기로 한다.

라면을 먹고 호러 영화를 보자. 사다 온 신라면과 순라면을 한 개 반씩 나눠 먹는다. 넷플릭스를 뒤져 어느 날의 내가 저장해 둔 공포 영화도 하나 해치운다. 만족스럽다.

여전히 식당까지는 두어 시간이다. 잠깐이라도 걸을까 해서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선다. 어김없는 회색 하늘과 비바람이 전신을 받아친다. 그 틈에 옆집 니키가 집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정말 이상하고 좋은 고양이이다. 이렇게 된 거 함께 노닥거리자 하다 보니 어느새 길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가슴팍에 It’s my B-day를 달고 식사를 한다. 낯선 이들로부터 한두 마디의 축하를 더 받아 든다. 그러든가 말든가의 내 귀한 날. 자극적으로 근사하다. 넘기지 말고, 살자.


해피B 하나 더)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이찬혁의 1조를 듣고 맥도날드 치즈 버거를 먹었다. 파인 다이닝도 먹는다. 모리타 요시미츠의 검은 집을 떠올렸고 어른 김장하를 보아낸다.

맑고 정갈한 알맹이의 집합체만 같은 존재와 냉골에 휩싸여 미치게 발광하는 군상이 함께이다. 단호하고 명료한 결정으로 옳음을 살아가는 김장하 선생님이 있고 왜곡을 기본으로 자신과 타인 전부를 태워버리는 사치코가 있다.

무주상보시와 같은 어른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마침내 어른은 되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떠한가. 안쪽 깊은 곳에서 희망 비스름함이 샘솟는 지금 헷갈리지 말고 헷갈려도 살아내는 인간과 사람으로 나아갈 테다. 날이 귀하고 내가 귀하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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