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우

by 김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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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적당하다면 적당한 키로 평생을 살아오면서 위화감 같은 건 가져본 적이 없다. 적어도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자. 네덜란드라는 나라를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헤이그에 도착한 첫날 몇 분에 한 번씩 족히 2미터는 될 것 같은 사람들이 양옆을 스칠 때마다 낯선 공기가 흘러들었다. 익숙하고 무던한 지금이지만 여전히 어느 때에는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그렇게 한참을 생경해한 초반을 잊고 나는 이내 잊었다.

다른 기준이 평범이고 평균인, 또 그게 기본인 세상에 살고 있다.


고향 떠나 부유하며 다른 기준과 상식이 물처럼 밀려들었다. 어떤 건 받아들이고 어떤 건 흘려보냈지만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식조차 못 하는 사이 내밀히 스며들었다. 곱씹는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를 개어낸다. 지나온 나라들에서 얻은 건 무엇이고 잃은 건 무엇일까.

다행인 점은 자연스러움에 대한 인식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것이다.

나만의 상식과 기준이 당연하고 유일한 정의임을 고집하며 편협하게만은 살지 않는 것,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자연스러운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함도 품어본다. 그런 마음도 가져본다.

그러니까 이 모든 사족은 결국 동치미를 만들어볼 요량으로 주문한 무 두 쪽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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