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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리 Feb 14. 2019

편집도 북디자이너도 MD도 하고 싶어요

출판하는 마음

1. 몇 년 전 웹진의 에디터로 활동했을 때, 담당했던 업무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 인터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시간 순으로 세 단계로 나눈다면 1) 인터뷰 전 사전 준비 2) 인터뷰 중 3)인터뷰 후 정리 가 되겠죠.  가장 어려웠던 단계는 마지막이었습니다. 녹취한 분량이 너무 아까워서,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이야기 나눈 시간이 정말 아까워서 최대한 가능한 한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건 속기록이 아니니까요. 길다 싶은 답변은 알아서 자르고 중언부언이 있으면 말끔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인터뷰어 입장에서는 다 너무 중요해보이는 겁니다. 깎아내고 정리하고 다듬는 이 마지막 단계가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그것이었습니다. 2.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참, 이 마지막 단계를 잘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 마케터, 출판사 대표, 북디자이너 등등 출판업계 종사자 10 명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이 책은, 각자의 분량도 깔끔할 뿐 아니라 내용도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책의 사이즈는 아주 콤팩트합니다. 장 수도 많지 않죠. 그러니 물론 분명히 틀림없이 이 책에 담기지 못한 내용이 훨씬, 훨씬 더 많을 겁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담긴 한 명 한 명의 인터뷰에 완결성이 있습니다. 어쩌다 편집자를 하게 됐는가? 출판사 대표의 현실은 어떠한가? 북디자이너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출판제작자의 미래는? 그 동안 궁금해 했던 지점은 물론, 미처 궁금해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려줍니다. 그런데 그게 다 너무 재미있습니다. 편집자, MD 같이 원래 관심이 있었던 분야 뿐 아니라 서점인, 출판제작자, 북디자이너까지 해보고 싶어집니다. 귀신같은 입니다. 4. 단순히 인터뷰 모음집에 그치는 것도 아닙니다. 10명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어느새 현재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책'의 위치와, 출판업계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 같은 것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인터뷰어가 대놓고 저 두 개의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지만(만약 대놓고 던졌다면 대놓고 던진 것을 모르게끔 갈무리한 인터뷰 정리 능력에 다시 한번 박수 쫩쫩) 인터뷰이의 말에는 저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거든요. 책은 아티클, SNS 등등 속에서 동등하게 '읽을 거리'의 위치에 속하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소장하고 싶은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공감가는 이야기와 의구심이 드는 이야기 사이 어디쯤에서 자연스럽게 저의 입장을 하게 됩니다. 5. 업계 종사자의 말을 옮겨놓은 것을 넘어서, 그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의 대주제를 독자가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책.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 그래서 독자에게 정보를 넘어 사유를 주는 책. 독후감이 이토록 후련한 책을 읽어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정! 말! 좋은 책입니다. 독서가 즐거운 책입니다. 독서 그리고 '책'이라는 물성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정말 정말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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