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대하는 태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생각은 내 삶에 여백을, 빈 공간을 가져다주었다. 나 스스로 어느 날 문득 느낀 이 감정 하나만 믿고 겨우 들어간 영어유치원 강사 자리도 미련 없이 그만두었다. 경력단절에 나이 많은 노땅인 날 믿고 오전 시간표로 몰아준 원장님께 미안했지만 더 이상 나를 이렇게 내 버려둘 수 없었다.
참으로 난 모순 덩어리다. 작년만 해도 새로운 삶에 도전을 한다느니, 기간제를 하겠다고 브런치에 날리 법석을 쳐놓고 기껏 몇 개월 학교와 영유에서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우왕 좌왕 하다가 저 신념 하나로 나의 삶을 온전히 다른 세계로 옮겨 왔다. 내가 옮겨온 이 세계에서 나란 사람은 '쓸모없어도 괜찮고', '하찮아도 괜찮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학교나 선생자리, 학생을 가르치는 자리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일을 해도 괜찮은 나'가 되었다.
그렇다. 나 자신이 모순 덩어리이고 그게 현실 속 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상을 못 살아갈 이유도 없더라.
덕분에 올 6월부터 나 스스로를 관찰할 시간이 참 많아졌다. 객관적으로 나를 관찰하는 훈련을 꽤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해 왔지만, 여전히 매번 깨어 있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나를 관찰하는 훈련과 종교에 의지한 유일한 이유는 내가 살아야 아이를 보살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이도 더 많이 깊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를 관찰하면서 나의 미숙한 모습이 아이한테서 보였고 미안했다. 내가 키웠으니 당연한 것. 그러다 곧 미안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쩔 수 없었고, 나도 몰랐고, 나 역시 아팠으니 그래도 저만큼 자라줘서 오히려 감사했다. 난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며 한 없이 여린 마음을 가졌다. 모질고 매서울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물러 터졌다. 난 마음이 많이 건강하지 못했다. 잘 부러지는 마음을 가졌고 성숙하지 못한 사고를 가진 상태로 결혼을 했기에 좀 많이 아팠다. 사실 아주 많이 아팠다...
한국 와서 심리 검사를 했다. 다행히도 회복 탄력성이 일반인 보다 높아 오뚝이처럼 매번 나 자신을 스스로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한데 그게 더 무서운 거라고. 마치 가면뒤에서 살고 있단다. 진짜 나를 상실한 삶. 나 스스로를 다루는 훈련이 참 잘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간 그것이 터져버리면 위험하다고 한다. 어쩜 터졌기에 상담을 간지도 모르겠다. 뭐 상담과 심리 검사 자체가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나의 상태를 더욱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비용이 참 비싸더라. 상담 중 몰랐던 사실도 알게 되었고 지금 여기까지 오는데 대략 1년 남짓 걸린 것 같다.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도 그곳에 있었다. 난 나를 모르고 살고 있었다. 그것도 50년 가까이..
요즘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머릿속에 새뇌를 시키기 위해 틈만 나면 되뇌인다. 마치 미련한 소가 되새김질을 하루 종일 하듯이 말이다. 그러고 나면 마치 마법에 걸린 사람 마냥 평온해진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안일을 시작한다. 처음 정리를 시작한 것은 앨범이었다. 결혼 앨범 한 권을 제외한 모든 앨범은 갖다 버렸다. 속이 후련했다. 통쾌했다.
난 원래 자유로웠다. 왜 그걸 몰랐을까?
낮잠도 꼬박꼬박 챙겨 잔다. 요가도 3달 동안 꾸준히 다녔다. 요즘은 줌바도 다시 시작했다. 역시 줌바는 짱이다!
그렇게 집안을 정리하고 정리하면서 또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렇기 때문에 너 하고픈데로 살아도 된다’는 나만의 논리에 도달했다. 그리고 다시 난 브런치로 돌아왔다.
그게 바로 ‘자유’ 였다.
‘마음의 자유’
어차피 내가 만든 틀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았고 나를 그 단단한 틀 안에 가두어 버린 사람도 나였다.
그 틀에서 벗어나고자 미친 듯이 아팠다. 참으로 안쓰러운 나의 모습이다.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덩그러니 남은 것은 나 자신이 만들어 놓은 세상과 그 속에 갇혀 있던 나였다는 것.
삶에 공간이 생기고
그렇게 난 또다시
나만의 다른 세상을 만들고
다시 또 그 안에 갇혀 지내겠지만
이젠
내 마음 편한 쪽으로 살고 싶다.
'자유'롭게...
당신도 지금 충분히 자유로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