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도 사람사는곳이더라.
5일 동안 인스타계정 두 개 정도를 만들고 쓰레드도 가입하고 틱톡에도 가입했다. 이런 소셜미디어를 하면 난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옛말중에 '남에 입에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 바람 잘 날 없다', '나대지 마라', '겸손해라' 는 등의 문구가 머릿속에 콱 박혀있어서 저런 것을 통해 '나'에 대해 노골적으로 내보이면 나에게 불행이 닥칠 것만 같고 불안하면서 두려웠다. 그래서 그 먼 옛날에 싸이월드도 비공개로 혼자 일기처럼 사용했다. 일촌만 볼 수 있는 싸이월드. 그중 비공개가 반이상. 그러고 보니 난 항상 불안해하면서 살아온듯하다. 지금 와서 왜?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지만 결국 답은 '완벽하게 사회가 규정한 성공하고 안정된 인생'이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어린 시절도 함께 영향 미쳤다). 또 시련과 힘든 일이 다가왔을 때 그것을 극복할 만큼 강한 멘탈을 가지지도 못했고 나 자신에 대해 너무 무지했던 까닥이기도 하다. 난 항상 잘해야 하고, 잘해야만 하고, 완벽해야 하니까.
미쳤었나 보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 그랬던 것 같다. 나의 존재감은 아무것도 아니고, 나도 평범한 사람들 속에 묻여 있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안을 주는지 모른다. 내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큰 위로와 안도감을 안겨준다. 요즘은 앞으로 기껏 살아봐야 20년 안팎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약 나도 '암'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고민도 종종 한다. 무섭겠지. 그니 건강하게 늙어야 한다.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바꾸면서 서서히 이전 몸으로 다시 회복 중이다. 한국 와서 몸이 너무 거대해졌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고, 그 아이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건강하게 늙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은은하고 잔잔하게 그 마음을 살펴보는 중이다. 종교의 힘도 빌렸다. 아직은 홀로 나약하다. 스스로 한발 한발 일어서는 과정을 보내고 있는 요즘 많은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었다. 책도 읽어보고 음식의 효능 뭐 그런 책도 보았다. 헌데 항상 손에 잡히는 것이 핸드폰이고, 잠깐 밖이거나 기다릴 때도 핸드폰을 주로 보다 보니 정보 검색도 빠르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유튜브도, 인스타도 어째 어째 흘러 들어가 보다 보면 한 시간이 뚝딱 가버렸고 안구건조증이 심해질 정도로 보았다. 안경까지 착용해 가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 주로 청소, 정리, 재활용 활용법, 음식, 요리 등등 정말 유익하고 알찬 정보들이 넘쳐났다. 그래서 난 인스타 유튜브 중독자가 되었고 스스로 그곳에서 헤어 나오는데 며칠 걸린듯하다. 무서운 세계가 맞기도 하다. 아이들 경우는 조금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에 한표던진다.
그러다 그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로지 정보만을 얻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인플루언스를 통해 동기부여가 되고 있었다. 특히 집안일과, 정리, 그리고 요리까지. 무슨 일이 일어 난거지? 그래서 그들의 이름이 인플루언스 인가? 조금만 유명해지고 팔로워가 늘면 공구를 시작하고, 주방도구를 팔면서 사업으로 번창해 가는 계정은 팔로워를 취소했다. 그중 자기 생활을 진솔하게 마치 글을 적는 것처럼 영상으로 보여주는 계정들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나에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소비문화가 중심인 계정들보단 그분들이 공구 진행 하는 물건들은 좀 더 믿음이 갔다. 근데 그분들은 공구도 한건 정도가 다였고 더 이상 하지도 않더라.
살림하는 계정을 보며 힘을 얻고,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게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 어떤 분은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과정, 운동하는 라이브를 해주었다. 끝도 없는 집안일이 하기 싫어 게을러질 때, 누워서 그분들 인스타 보다 벌떡 일어나 청소기를 힘차게 밀었다. 소셜미디어에 이런 좋은 점도 있구나를 알게 되면서 이곳이 그렇게 무섭기만 한 곳은 아니구나. 따뜻한 곳도 있구나를 느꼈다.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더라.
나도 나처럼 우울했던 사람들, 말 못 할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집안일부터,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싶은 릴스를 올리고 싶었지만 이미 집이 거의 다 정리가 된 상태라서 아쉽지만 포기를 했다. 다이소에서 100만 원 넘게 구입한 물건들의 후기도 작성하고 싶었지만 디테일하고 꼼꼼한 사용후기와 물건들 하나하나 기록하고 영상으로 만들 자신이 없어 다시 포기를 했다. 그러다 그냥 코코 사진을 올렸다. 뭣이? 어째서 이런 일이? 코코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셨다. 그리고 코코 사진을 계속 올렸고 팔로워는 매일 조금씩 늘었다. 단 5일 만에... 30명이 넘었다.
그러나 난 나의 인스타 계정을 만들고 싶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정리하고 버리기는 거의 끝이 났지만, 집안일과 요리는 매일 하는 일상이었다. 그래! 일상인스타그램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포기대신 도전을 했다. 일상인스타그램. 난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사진 편집도, 동영상 찍는 법도, 릴스가 뭔지, 스토리가 뭔지, 계정에 비즈니스 계정이란 것도 있던데 모르겠다. 그냥 우선 영상을 찍고 음악을 추가해서 올렸다. 사진도 엉망이고 음식사진과 설겆이 영상, 빨래 영상을 주로 올린다.
자기소개서 란에도 무엇을 적을지 몰라 대충 현실 나의 상황을 적었다. 이틀전 연근튀김 릴스와 마늘다지는영상 릴스가 1000만 뷰 넘게 터지고 설겆이 싱크대 청소하는 릴스 영상이 1000만 뷰 넘게 터졌다. 숫자에 불과 하지만 기운이 났고 힘이 났다. 싱크대 청소에 대해 질문하는 댓글도 하나 달렸다. 답변도 해주었다. 3일만에 10명 넘었다. 아 팔로워가 주는 즐거움이 이런 재미구나. 그래서 십만, 이십만 팔로워하면 막 파티도 하고 그런가 보다. 난 관종도 아닌데 어떻하지 라는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내가 인플루언스 될일은 없으니 안심이 된다.
이제 일주일차이지만, 앞으로 계속할지 안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계정에는 집안일과 빨래 사진 그리고 요리사진은 당분간 계속 올라갈 것 같다. 그것을 올리기 위해 부엌일을 더 열심히 하고 먹거리 장만도 신경 써서 장을 본다. 거부만 했던 쇼설미디어, 부정적인 관념만 가지고 있던 소셜미디어, 나에 대해 알까 두려워 피하기만 했던 소셜미디어에서 난 이제 좀 괜찮다.
브런치 스토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우울증과 유년기 시절 불행했던 나의 과거를 드러내 보이면서 더욱 자유로워진 난 이제 인스타도 한다. 틱톡은 사진 몇 장 올렸는데 별로 재미가 없다. 스레드도 그냥 그렇다. 당분간은 인스타를 해볼 생각이다. 나로부터 얻은 자유가 준 선물이다.
나의 인스타 계정은 귀찮음이 많아서, 해쉬태그도 별로 없고, 글도 없고, 그냥 영상 릴스만 올린다. 사진도 이쁜 사진은 없다. 코코계정에 코코 사진은 좀 이쁘기도 한데, 나의 계정은 아주 나답다.
적고 나서 보니 씩 웃음이 나온다.
이거 별거 아니었어.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