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브런치에서 브런치 스토리로 어느 순간 탈바꿈이 되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호치민에서 한국으로 이사를 했다. 한국사람이 한국에 적응하는데 2년 넘는 시간이 걸렸고 난 여전히 적응 중이다. 이제 브런치에 다시 적응을 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다. 한참을 둘러보았다. 브런치 스토리. 무슨 마크도 보인다. 연두색 마크다. 그리고 헤드라잇이라는 글도 보인다. 저건 또 뭐지?
브런치 플랫폼 안에 이혼, 외국인과 결혼, 이혼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가 눈에 많이 띈다. 다들 많이 아팠나 보다. 그동안 나만 아픈 줄 알았다. 엄마와의 관계에 아픔을 적은 글도 참 많이 보인다. 자주 보이는 요리, 음식, 도시락 이야기와 해외생활 이야기는 여전히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 브런치는 그대로 열심히 요즘 트렌드에 맞추어 소셜미디어 대열에서 고귀하면서 독특하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듯하다.
나의 브런치공간을 들여다보았다. 글을 쓰다 말다 중구난방이다. 텅 비어 쓸쓸함이 가득한 브런치가 되어버렸다. 집정리, 부엌정리만 열심히 했지 브런치 정리는 하지 않았구나. 어쩌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어쩌다 글을 쓰게 되었고 어쩌다 여전히 지금도 난 진심으로 글쓰기를 갈망한다. 그동안 외면했던 글 정리, 매거진 정리를 시작했다. 일기처럼 마구 갈겨 적은 글은 '감정 한 그릇 비우기'에 발행 취소를 번갈아 누르며 대충 마구 꾸겨 넣었다. 베트남에서 기록 위주로 적은 글들은 '베트남 기록' 메거진에 빗자루로 마당을 쓸듯 쓱 쓸어 넣었다. 그래도 여전히 코코 이야기와 한국 와서 끄적거린 몇몇 글들이 빵 부스러기가 마치 하얀 식탁 위에 보일 듯 말 듯 흐트러져 있는 것처럼 늘부러 져 있다. 글을 정리하면서 발행취소 버튼 누르는 게 매우 번거로웠다. 한 번에 사진첩 정리하듯 선택하기, 매거진으로 이동시키기 뭐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독작가도 함께 정리를 했다.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 덩그러니 빈 브런치 집만 남아 있었다...
작가명도 바꾸고 싶다. 메인 사진도 대충 바꿔봤다. 공원에서 산책 중 핸드폰을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게 하고 설정하듯 찍은 사진이다. 저 사진을 찍으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셀카를 몇 년 만에 찍어 보았다. 얼굴이 밝아졌다. 안심이다.
브런치글을 정리하면서 자주 우울 해지는 감정과 마음에 맞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나'를 보았다. 그림을 계속하고 싶어 했던 열정도 엿보았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즐겨하던 모습도 보았다. 호르몬 변화로 빠지지 않는 살을 빼기 위한 피나는 노력도 함께 묻혀 있었다. 와인이야기도 있었고 울지도 웃지도 못할 베트남 삶에 대한 나만의 30대, 40대 중년 이야기가 있었다.
그 많고 많은 기록 중 마음한켠, 가슴한켠에 고이 간직되어 있는 추억 하나. 브런치 작가되고 2주 만에 대**에서 연락이 왔다. 칼럼을 부탁하는 메일이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통장사본을 스캔해서 보냈다. 아직도 그 계약서와 메일은 가보처럼 모셔놨다. 부끄럽지만 생에 처음으로 티칭이 아닌 글로써 돈을 벌어본 신기하고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마법 같은 일이 실제로 나에게도 일어났다. 엄마가 원해서 엄마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영어 선생님이 되었던 나란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다. 어쩌면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할지도 모른다. 처음이었다. 엄마, 그녀로부터 벗어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전 나'로부터 해방이 되는 날이었다.
떠벌리고 싶었고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들 눈이 무서워 '나 글 쓰는 사람 됐어'라고 소리 내어 말 한번 하지 못했다. 국제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보다도 더 행복했다. 불안감과 우울감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나에게 친정부모님이 불편하다. 그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도구로 사용한 공간이 이곳 '브런치'였다. 글로서 나는 치유가 되고 있었다. 고마워 브런치. 아참 이젠 브런치스토리.
글이란 게, 기록이란 게 이런 묘한 맛이 있구나를 새삼 알게 된 하루다. 그러니 뭐든지 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 진리 인듯하다.
노트북을 덮고 핸드폰을 열었다. 9월 8일 날 시작한 SNS계정 일상을 주제로 시작한 계정을 삭제했다. 한 달 뒤에 완전히 삭제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다른 계정을 다시 만들었다. '글'을 주제로 만든 계정이다. 고양이 계정은 그대로 두었다. 코코 앨범이라 생각하니 뿌듯했다. 147명의 외국인들(대부분 비공개였다. 맞팔도 할 수 없는...)에게 미안하지만 저는 다시 글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이번 매거진 이름은 'ONPEN'으로 시작하겠습니다.
Onair는 방송 중, Onpen은 글 쓰는 중. 내가 만든 새로운 매거진 이름이다. 왠지 느낌이 좋다.
함께 쓰면 더욱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