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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Oct 28. 2023

동면

집사의 개똥 철학 이야기~


아유~ 집사 말도 말어! 이사하는 사다리차 구경한다고 오늘 잠도 못잤어!!!





코코야. 안녕.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 잠은 많이 잤어?

난 오늘 말이야..

절에 다녀오는 버스 안에서 '동면'이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어.

음악을 들으면서 한참 동안 사색 중이었거든..

'나'를 보고 있었어.

요즘 '난 어떤가'를 보는 중이었어.


그러다 문득,

그동안 어쩌면 난 '동면' 상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스스로 만든 사고의 틀 안에서 꼼짝달싹하지 못한 시간들 말이야. 얼어버린 시간.


'동면시간'

추운 겨울날, 개구리나, 곰들이 가지는 그런 시간.


그 친구들은 봄이 오면 자연과 함께 깨어나지만, 

난 똑같은 봄이 수십 년 동안 찾아와도 늘 깨어나지 못했어. 


내 생각안에 갖혀 버렸거든...

그 세계가 전부 인지 알았어.





 

집사도 나만큼 잠이 많구나~ 괜찮아~ 괜찮아~



그 사고틀의 힘은 나를 무너뜨릴 만큼 단단했어. 

오랜 시간 동면상태로 지내다 보니 아프고 아프더라. 


그러다 그 틀을 들여다봤더니...  

그 틀 역시 내가 만들었더라.

슬프지...

무지 슬픈 이야기 인데.. 



그때, 그 순간 얼마나 허탈하던지...


그렇다고 지금 현재 나의 모습이 동면상태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어...


여전히 난 앞이 캄캄해.

틀 밖에 나오려 했는데 다시 틀 밖에 나오려 한 틀 안에 갇힌 것 같은 느낌..


마치 코코 네가 집안이라는 영역 안에서 밖으로 못 나가는 것처럼, 나도 그런 거 같아.

그러면서도 넌 베란다 문이나, 현관문이 열리면 잽싸게 달려오잖아.

호기심에 콧구멍도 벌렁벌렁 거리면서~

'메야아아아옹' 하면서 징징 거리기도 하고~


너 요즘 일주일에 두 어번 정도 하는 5분 산책도 은근히 즐기는 거 같더라~ 

몸도 부들부들 덜 뜰고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나도 달라진 게 있어.

세상 밖으로 한 발씩, 한 발씩 내딛을 용기가 생겼다는 거..


코코야~ 잘 자!! 

오늘도 내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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