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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 Nov 23. 2023

새치

내 인생 시간 들여다 보았더니.


오래 살아남지 말고 제대로 인생을 살라.
그렇기 때문에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이나 깊은 주름만 보고 살만큼 살았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백발의 노인은 그저 오래 살아남은 것이지 제대로 인생을 살았다고는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출항하자마자 거센 폭풍우를 만나 사방에서 불어노는 바람에 실려 똑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며 표류했다고 해서, 오랜 항해를 마쳤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저 물에 오래 떠 있었던 것이지 제대로 항해를 한 것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출처: 세네카의 인생론>



게으른 코코.

"집사 그거 알아?"

"시간은 쉴세 없이 움직이고 있어. 멈춤도 없고 머물지도 않아"

"여기 이 사냥감처럼 말이야."

"현재 잡힐 듯 하지만 순간 빠져나가 버리지."

"결코 잡을 수 없지."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

.

.

"오늘도 수고했어. 화장실 모래 좀 새 걸로 갈아줘. 그리고 저기 간식 주는 것 좀 자꾸 깜박하지 말고."


새치라고 믿고 싶은 흰머리가 뿌리 쪽을 거의 다 덮었다. 오래전부터 홀로 집에서 염색을 했다. 좋아하는 염색약 색깔은 다크초콜릿 색이다.먹는 초콜릿을연상시킨다. 튼튼한 새치가 새록새록 올라온다. 새치 길이를 보면 대충 한 달이 다 지나갔음을 알 수 있다.


달력을 보았다. 한주만 더 지나면 벌써 11월 마지막주다. 대형 쇼핑몰에서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를 준비한다. 소셜미디어 세상에서도 크리스마스 노래가 추천된다. 연말을 알려주는 신호다.


언젠가부터 내가 사는 세상에 두 세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현실이라 믿고 있는 세상과, 다른 하나는 소셜미디어 속 세상이다.


이 두 세상 중 내가 속한 현실 속 인생시간이 바람처럼 지나가버리는 것만 같다.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간 것 같다. 넘실대는 파도 위에 몸을 맡긴 채 살았을 뿐인데 나도 모르는 사이 노년의 세월로 넘어가고 있다. 이렇게 순식간에 다가올 줄은 몰랐다.


이젠 멈추어야 할 시점인 것 같은데 역행으로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밖을 쳐다보고 있느라 나 자신을 보는데 소홀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서 '뻥' 하고 뚫린 감정이 올라온 것 같다.


by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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