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아무데도 안간다고' 했다.
일주일에 2번, 일주일에 3번, 그리고 매일 가기.
어설픈 매일 가기 한 달
꽉 채운 매일 가기 한 달 12월. = 성공.
매일 요가를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엇하나 끈덕지게 하지 못하는 나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추워서 나가기 싫고, 눈이오니 따뜻한 집안에서 눈구경 하며 책 읽고 싶고, 뜨끈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등을 지지고 싶고, 오전부터 집안일을 시작하면 오후에 한두 시간은 더욱 여유가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몰려왔고, 왜 갑자기 요가에 꽂혀서 이러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그랬다. 요가가 기똥차게 즐겁거나 하는 동작마다 몸짓이 척척되어 성취감을 매일 맛보는 것도 아니었다. 요가에 푹 빠져 매일 간다기보단, 나를 우선 매일 오전 밖으로 내 보내는데 목적을 두었고 지금도 지켜보고 있다. 인간은 변할 수는 없는 존재이지만 매일 '단련'을 통해 나란 인간을 좀 더 인간적이고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오전 나를 끌고 다녀본 결과 다녀와선 항상 '대 만족'을 한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활력과 생기발랄한 에너지를 등에 짊어지고 집에 들어온다. 어쩌다 하나의 동작이라도 어찌어찌 비슷한 모양새 흉내라도 낸 날에는 연분홍 구름 위를 걷고 있는 듯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요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들 일찍 와 자리를 잡고 몸을 풀고 있다. 추위를 많이 타서 몸을 뚤뚤 감싸듯이 옷을 입고 간다. 모자부터 겉옷 두 개를 벗고 나서야 운동복이 나온다. 양말을 벗고 자리를 잡았다.
다운독, 코브라, 아기 자세를 좋아한다. 이 자세를 하면 등짝부터 다리 뒤쪽까지 당기고 아프다. 그 아픔이 어느 순간 시원함으로 돌변했다. 쭉쭉 두어 번 정도 늘린 다음 아기자세로 숨을 고른다. 아~ 시원해.
오늘도 역시 되는 동작은 거의 없다. 다리 뒤쪽 통증이 많이 줄었다. 이 조그마한 몸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언젠간 많은 동작이 되겠지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어쩌면 이 희망이 매일요가를 가능하게 한 것 같기도 하다.
요가가 참 매력이 있기는 하다.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할 때마다 '악'소리날만큼 당기고 아프지만 그 순간을 참고 넘기면 뿌듯함이 올라온다.
사실 1분도 안 되는 그 순간동안
'여기까지만 할까?'
'조금 더 버텨 볼까'
'언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지?'
'머리를 들었다 다시 내릴까?'
'팔을 놓아 버릴까?'....
난 잔꾀를 머릿속에서 돌돌 굴리고 있다.
그러다가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의 낚시질을 물리치고 선생님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때까지 그야말로 '버티기'를 성공하면 나를 이긴 것 같아 꽤 만족스럽다.
오늘따라 선생님의 준비운동 몸풀기 자세가 어느 때와 좀 다르다. 이젠 통증을 찾아 스스로 더 강한 아픔을 느끼기 위해 노력한다. (미친 거다). 아니 사실 기특하다.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수축된 곳도 많고 틀어진 곳도 참 많다. 그래도 하면 되겠지...
아픔까지 참아가며 몸을 야무지게 풀고 준비 운동이 거의 끝이 났다. 오늘의 본 동작을 한참 설명 중이다. 특유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누운 다음 두 발을 엉덩이 쪽으로 당긴다. 그리고 허리, 복부를 가볍게 들어 올리고 어깨를 말아 머리 정수리를 바닥에 놓는다. 그리고 끌어당긴다.
여기까지는 뭐 잘 되는 편이다. 어깨도 잘 말리고 머리도 쓱 끌어당긴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님이 여기서 팔을 귀 옆에 위치한 다음 머리를 들어 올리라는데. 어라? 이거 그거 그거 뭐였더라. 맞아, 휠자세. 그 자세였다. 허걱...
어깨, 머리까지는 완벽하게 말렸는데 팔로 들어 올리지를 못하겠다. 선생님왈 팔힘과는 상관이 없다는데 두 번, 세 번 해도 허벅지 앞쪽만 당긴 채 머리를 못 들겠다. 요령이 무릎을 벌리지 말고 팔의 위치는 꼭 귀옆이 아니라도 편한 곳에 두라는데 죽을힘을 다해도 머리가 들어 올려지지 않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의 머리는 참 무겁다. 머리가 길어서 그런가 라는 무식한 생각도 했지만 사람 몸에 머리 무게가 4.5~6킬로 사이라고 하니..
옆에 요가녀가 홀로 성공했다. 그녀 허리에서 '쁘다닥' 소리가 났다. 다들 웃었다. 화기애애한 요가 교실이다. 박수도 쳤다. 서로서로를 응원한다. 나 역시 그녀를 응원한다. 역시~ 그녀는 멋진 요가녀다.
머리를 못 든 채 원형 휠이 아니라 반달 모양 휠을 하고선 허우적 되고 있는 나를 보고 선생님이 옆에 왔다.
"거시기, 다시 자세한 번 잡아 봐~바. 될 것 같은데 왜 안 되지?"
"요령이라니까~ 요령! 팔힘과는 상관이 없다니께~"
요가녀들이 나와 선생님을 주시 중이다. 우린 무대 중앙에 위치한 주인공이 되었다. 이전에 하나라도 된 그 알 수 없이 배배 꼬이는 동작 이후 종종 관심을 받게 되었다. 부담스러운 관심과 앞자리는 요가녀들과 선생님의 기대감도 함께 달고 왔다.
그들의 기대감에 힘입어 '난 이번에 꼭 하고 말 거야'라는 다짐으로 몸에 잔뜩 긴장을 품고 자세를 잡았다.
다시 다리를 엉덩이 쪽으로 당기고 머리를 쭉 끌어당겨 정수리에 놓았다. 두 팔을 귀 옆에 놓았다. 선생님이 위에서 살짝 끌어올렸다. 몸이 살짝 올라가는 순간 손의 위치를 잃어버렸다. 어디다 두어야 힘을 쓸 수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가, 저기 귀 옆이 아닌 어깨 위쪽 어디에 두었다가, 팔을 너무 벌린 채 매트 위를 헤매고 다녔다. 머리가 거꾸로 향한 탓에 손의 방향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귀의 위치를 못 찾고 허우적 되고 있었다. 이런... 남의 귀도 아니고 내 귀 위치를 못 찾다니..
너무 급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어어어어, 이거 손 어디 가요? 네? 어디로 가요? 어디?"
갑자기 요가원이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선생님마저 '허허허허허' 큰 소리로 웃으며,
"아무 데도 안 가요. 가길 어딜 가~~. 아무 데도 안 간다고요~~ 안가~~"
그이 특유 억양과 악센트까지 합쳐서 더욱더 큰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난 바닥에 내 팽개 쳐졌다. 나사 빠진 휠처럼 툭 떨어졌다. 에이 이이이 잇!
나 역시 주저앉은 채로 껄껄 웃었다.
선생님의 '될 것 같다'는 말 한마디에 나를 주시하던 요가녀들은 허무한 나의 곡예를 끝으로 그날 요가를 마무리했다. 순간 튀어나온 말 한마디로 요가원 전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나름 기분이 좋았다. 이후 요가녀들과 더 가까워진 듯하다. 하지만 난 나의 거리를 항상 지키고 있다. 그게 편하다.
종종 이런 큰 웃음을 주는 특기가 있다. 허당짓도 잘한다. 다시 몸을 옷 속에 뚤뚤 말고 집으로 향했다. 혼자 걸어가는 도중에도 헛웃음이 나왔다.
'어디 가요?'가 뭐야..
'하하하하하'
by choi.